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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행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축서사 → 문수산 → 축서사 갈림길 → 두내약수 갈림길 → 예배령 → 980봉 → 헬기장 → 주실령 → 오전약수 버스정류장'의 12km 코스의 오지를 6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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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文殊山]
높이: 1,207m
위치: 경북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문수산은 봉화의 진산(鎭山)이다. 신라 시대 때 강원도 평창군 수다사에서 수도하던 자장율사가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문수보살"이 이 산에 화현하였다 하여 문수산이라 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누대에 고관대작과 노승성불이 난다는 전설이 있으며 문수산은 독수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국이라 하고, 문수산에 축서사가 자리 잡은 터는 독수리가 짐승을 낚아채는 형국이라 해서 축서사(鷲棲寺)로 명명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불법에서 "날카로운 지혜"는 독수리의 부리와 같은 이치에서 대승보살 중에 지혜가 날카롭고 뛰어난 문수보살의 이름을 따서 문수산이라는 지명을 사용하였다고도 한다.
옛부터 약수가 나는 명산이라고 했는데 문수산 아래는 봉화를 대표하는 3대 청정탄산 약수가 있는데, 물야면의 ‘오전약수’, 춘양면의 ‘두내약수’, 봉성면의 ‘다덕약수’다.
봉화읍에서 물야면 방향으로 915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오전약수탕 쪽으로 꺾은 뒤 두내약수탕이 있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된다.
두내약수탕에서 산 쪽으로 꺾어 들면 '춘양목 산림체험관'이 나온다. 이곳 일대는 '봉화 춘양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돼 있다.
산행 길잡이
문수산의 들머리는 축서사로 잡는다. 주실령에서 산행을 많이 시작할 수도 있으나 능선 종주자들의 행렬이 많아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축서사로 잡는 것이 좋다.
축서사는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월계마을을 내려다보며 문수산자락에 있는 절이다. 등산로는 절 주차장 왼편의 해우소 뒤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오르막길로 솔향이 은은한 소나무 숲을 40여 분 올라서면 문수산과 주실령으로 향하는 갈림길 능선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정상은 춘양 방면으로 20분 오르면 문수산이다.
정상에서 다덕약수로 향하는 능선길이 이어져 있어 조망이 좋다. 이곳에서 다시 능선 갈림길에 내려서 6km 떨어진 주실령까지는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 한국의 산하
봉화 문수산은 천고지 산행을 시작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2019년 10일 19일 세우기는 했는데,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은 힘들어 보여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오지 산행을 전문으로 하는 안내산악회에서 몇 번 산행 공지가 올라와 기대가 컸으나, 매번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아픔을 맛봤다. 문수산뿐만 아니라, 다른 천고지 산행이 성원 미달로 여러 차례 취소되는 좌절을 겪고 나서,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려면, 까만 소 인증 대상이든가, 백두대간 같은 대간 또는 맥 산행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대간 또는 맥 산행은 구간에 있는 산이 아니라,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구간의 시작과 끝을 타이틀로 공지하기 때문에 산 이름으로 검색해봐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말인즉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가고자 했던, 천고지 복계산을 향해 산악회 버스는 '한북12-1'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이후 아직 가지 못한 오지의 천고지 산이 백두대간 또는 어느 정맥, 지맥에 속하는지 일일이 확인해, 그걸 산행 계획에 첨부했다. 그리고 대간과 정맥, 지맥 산행을 정기적으로 하는 안내산악회에서 산 이름이 아니라 맥 이름으로 검색했다. 예상대로다. 다만, 각 정맥은 1년이면 두 기수 정도가 출발하나, 지맥은 2년에 한 번 정도 출발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어려운, 천고지를 당일에 오르는 방법을 알아냈다. 물론 가성비도 고려했다. 해서, 소위 얘기하는 1대간 9정맥 상에 있는 천고지 산은 백두대간의 응복산, 신선봉을 제외하고는 다 올랐다. 이 두 산은 백두대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갈 수 있는 산이라 서두르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147~150개에 이르는 지맥이다. 각 지맥을 향해 100여 대의 버스가 동시에 출발하지 않는 한, 차례로 진행하는 지맥 산행이라, 원하는 지맥이 공지되는 순간 재빨리 신청해야 한다. 지맥 산행을 기다리는 대간꾼이 생각보다 많아, 인기 있는 지역은 늦으면 자리가 없다.
문수산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지맥인 문수지맥에 속한다. 분명 언젠가는 출발하겠지만, 이른 시일 안에 산악회 버스가 출발할 거 같지는 않다. 분위기를 보니, 위에서부터 지맥을 훑으며 내려가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럼 살아생전 문수지맥으로 떠나는 버스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2021년 9월 25일 문수지맥 바로 위에 있는, 각화지맥 종주팀을 따라 천고지인 각화산과 왕두산을 다녀왔으니[산행기], 차례대로 내려가는 거 같지도 않고! 어쨌든 지맥 전문 인솔 대장이, 현재는 영월지맥에 이어, 춘천지맥을 진행하는 중으로 여섯 번째 구간에 천고지인 가마봉이 있어, 공지가 뜨면 바로 신청하기 위해 주시하고 있다. 하여튼 문수지맥으로 떠나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과거에는 대중교통으로 단순하게 위에서 아래인, 태백에서 문수산으로 가는 방법만 연구했는데, 문수산 소재지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정답이다! 서울에서 봉화로 간 다음 봉화에서 농어촌 버스를 이용해 들머리로 이동하면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비용도 50,000원 선에서!
정답을 찾았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어, 다른 급한 산행을 먼저 진행하고 있는데, 같은 산악회에서 10월 2일 문수지맥이 아니라, 오지 문수산으로 출발하는 산행을 공지로 올린 걸 발견했다. 볼 것도 없이 바로 신청하고, 일요 산행이라, 산행할 수 있는 친구는 같이 가자고 등산방에도 알렸다. 그런데, 출발을 5일 앞두고, 산악회에서 취소자가 많다는 이유로 문수산행을 12월 18일로 연기했다. 연기 당시에 분명 성원을 넘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연기하는 것에 약간 짜증이 났지만, 이미 회비는 입금했고, 반드시 가야 할 산에, 가성비 또한 뛰어난 산악회 산행을 취소할 이유가 없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 한 달 전부터 신청자가 몰리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5명의 대기자까지 있다.
안내산악회가 버스를 동원하는 산행이라, 들머리나 날머리 제약이 적어, 당연히 산행 코스와 거리, 소요 시간 책정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과는 다르다. 먼저 코스는 대중교통과는 반대로 축서사가 날머리다. 그리고 들머리는 농어촌버스는 가지 않는 주실령이라, 코스도 그만큼 짧아, 8km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산행에 책정된 소요 시간도 4시간 30분이다. 사실 이 정도 거리와 시간이고,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산악회라면, 1일 2산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워낙 오지라, 빨리 다녀올 만한 다른 산이 근처에 없어, 1일 2산으로 진행하지는 못하는 거 같다. 가성비가 좋지 않아, 소비자들이 외면해 그동안 상품으로 내놓지 않았나? 그렇다고 산행 준비가 다른 산과 다른 건 아니고, 똑같이 준비한다. 다만, 3시간이면 충분히 마칠 수 있는 산행이라 보여, 점심은 축서사 아래 식당에서 먹었으면 좋겠지만, 아예 식당이 없다. 그럼 남은 시간을 산에서 보내야 한다는 얘긴데, 고민이다. 지난 백두대간 윤지미산 때와 같이 버너와 코펠을 동원해 주차장에서 라면을 끓여[산행기]?
갑자기 닥친 한파 때문인지, 취소자가 속출해 다시 연기되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으나, 최종 두 자리만 빈 26명이 신청해 예정된 날짜에 출발해 다행이다. 그런데, 산행 당일 일기예보에 의하면 기온이 영하 17도에서 14도를 오르내리고, 바람은 5~6m/s로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6도에서 23도를 사이임에도 꿋꿋이 산행에 참여하는 산꾼 덕분에 천고지 하나를 넘을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하나 아쉬운 건 같이 하기로 했던 친구가 비염으로 고생 중이라,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거. 저런 기온과 바람 속에서는 컵라면 먹는 것도 쉽지 않으나, 그렇다고 그 바람 속에 사찰 주차장에서 혼자 뭘 해 먹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라, 다른 산행과 같이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을 가져간다. 그리고 복장은 오랜만에 두꺼운 패딩을 입기로 했다. 만약에 대비해,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두꺼운 넥워머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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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m가 조금 넘는 산행 코스라, 산행에 주어진 소요 시간이 4시간 30분에 불과해서인지, 다른 산행보다 10분 늦은 7시 10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해서 기상부터 모든 걸 평소보다 10분 늦춰 일과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55분에 집을 나서, 양재역에 7시 1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승차장에서 개찰구로 올라가며 보니, 청과물 가게가 문을 안 열었다. 일요일도 영업하지 않았나? 한파라 기대할 게 없어, 쉬는 건가? 12번 출구로 나가, 한 안내산악회가 정차장으로 사용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며 보니, 여성 등산객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알기로 이 산악회는 이 시간에는 차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자 이미 7시 출발 버스로 다 떠나고, 10분 출발 버스를 기다리는 소수만 추위에 떨며 서성이고 있다.
평소라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서 사용할 것들이 들어있는 파우치만 들고 탔겠지만, 이 추위에, 짐칸에 배낭을 넣고, 꺼내는 게 번거롭고, 현지 상황에 따라서는 배낭에서 조끼나, 넥워머를 꺼내 착용하느라, 패딩을 벗고 입고할 수도 있어 좀 불편하더라도, 의자 앞 바닥에 배낭을 두기로 하고, 배낭을 멘 채 버스에 탔다. 이것도, 28인승 버스 1인석이라서 가능하다. 문수산행을 보자마자, 바로 선택한 자리로, 산악회에서 신청 저조를 이유로 한번 연기했음에도, 취소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보전한 덕분이다. 버스에 타서 배낭을 창가로 붙이고 자리를 잡고 앉자, 바로 버스가 출발해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들머리인 주실령을 향해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달리는 버스에서 이 추위에 출발하는 버스가 몇 대나 되는지 산악회 신청 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다른 일요일과 비슷하다. 와중에 덕유산은 두 대가 출발했다. 정말 대단한 등산객이자, 산꾼들이다.
지난밤 잘 자서인지, 잠이 안 와 가끔 창에 낀 성에를 제거하며, 밖을 구경하다가, 책을 보다가 하고 있는데,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온다. 휴게소로 들어간다는 신호다. 버스가 휴게소로 향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20분간 휴식이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 날머리 어디에도 먹거리가 없으니, 필요한면 휴게소에 준비하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어쨌든 8시 56분 버스가 주차하자마자, 휴게소의 정체와 남쪽은 날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차에서 내렸다. 단양팔경휴게소고, 예보대로, 날씨는 화창하나, 찬바람에 얼굴이 바로 어는 거 같아, 패딩의 모자를 뒤집어써야 했다. 그리고 이 추위에, 산에서 볼일을 보는 건 자살 행위라, 급하지는 않으나, 일을 보고 나서, 소공원으로 가 사진을 찍으며, 노닥거리다가 버스로 돌아갔다. 20분의 휴식이 끝난 버스가 휴게소를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인솔 대장에 의하면, 생각보다 등산로가 좋고,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을 잃거나 할 염려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8km가 조금 넘는 거리라, 3시 30분에 4시간이면 충분하나, 겨울이라, 4시간 30분을 책정했다고. 그렇게 설명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산악회 산행 신청 페이지에 있는 지도에 관해 질문했다. 지도에 의하면 문수산 정상에서 ‘축서사 갈림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절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대장은 축서사 갈림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해 둘의 차이에 관한 질문이다. 물론 나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장의 얘기는 무시하고, 지도의 표기대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이 질문에 관해 대장은 길이 없는 건 아니나, 상태가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축서사 갈림길로 돌아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축서사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700m, 왕복 1.4km다. 평소 등산 습관대로라면, 당연히 갈림길에 배낭을 두고 가야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당초 배낭을 가져갈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생겼다. 뭘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목이 마를 거 같지도 않다. 사실 배낭에 들어 있던 조끼는 휴게소에서 밖에 다녀오고 나서 바로 꺼내 입었다. 맨몸으로 빨리 산행을 마치고, 버스가 기다리는 축서사 주차장에서 먹든 말든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런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배낭을 메고 가기로 했다.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가 배낭에 있어, 두고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걸 주머니에 넣기에는 부피가 너무 크다. 그렇게 결론 내리고, 책을 보고 있는데, 버스가 버벅대는 게 느껴져, 창밖을 보니, 좁고 경사진 고개를 올라간다. 그리고 주변의 눈을 보니, 절로 겁이 난다. 버스는 10시 28분경 백두대간과 문수지맥의 연결 고개인 주실령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2 - 2
버스가 고개를 힘겹게 올라오는 동안, 등산화 끈을 조이고, 이번 겨울 처음으로 심설용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버스가 주실령 고개에 정차했을 때, 배낭을 들고 차에서 내려, 등산지팡이와 아이젠을 꺼냈다. 지팡이를 조립하고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보니, 스패츠 착용을 반대로 한 걸 알았다. 해서 다시 스패츠를 착용하고,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보니, 한쪽의 고무가 반 정도 찢어졌다. 지난 서대산에서 착용할 때는 멀쩡했던 거 같은데, 어쨌든 이번 산행 중 마저 찢어져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라, 산행이 거의 끝난 무렵에 사라지기를 속으로 빌었다. 산행 준비가 끝나고, 핸드폰의 등산 앱을 기동했다. 평소라면,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도 기동하나, 새벽에 충전기에 올려놓고, 그냥 나왔다. 요즘은 꼭 뭘 하나씩 빠트리고 다닌다. 과거부터 그랬나?
등산 앱이 정상 기동하는 걸 확인하고, 현재 위치인 주실령의 고도를 확인했다. GPS 오차는 있겠지만, 등산 앱에 의하면 786m다. 최소 900m가량 될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낮아, 실망이다. 문수산의 해발이 1,205m니 표고차가 420m가량으로, 표고차를 기준으로 하면, 웬만한 동네 뒷산보다 낮다. 날머리인 축서사 주차장의 해발이 700m라, 주실령에 비하며 표고차가 크나, 대단한 차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표고차는 축서사가 더 커, 주실령을 들머리로 하는 산행 코스를 세웠을 거다. 경험적으로 100m 가까이 더 적게 올라간다는 건 체력적, 시간상으로 얻는 이득이 아주 많다. 주실령의 실제 고도를 모를 때는 900m가량으로 300m만 올라가면 될 거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주실령을 경계로 문수산 방향인 동쪽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뒤, 즉 서쪽의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가 백두대간이다. 그리고 뒤로 돌아 전면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백두대간의 옥돌봉으로 2021년 2월 흥수와 둘이 백두대간 종주팀과 함께 천고지 산행의 하나로 올랐었다[산행기]. 그런데, 문수봉으로 향하는 들머리인 데크 계단 옆에 있는 이정표에는 '옥석산 2.0km', '옥돌봉 1.25km', '문수산 5.6km'라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옥돌봉과 옥석산(玉石山)은 한글, 한자 표기의 차이이지, 같은 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주실령에 있는 이정표를 보면 전혀 다른 봉우리다. 해서 당시 산행 때 찍은 현장 이정표, 지도 등을 확인했는데, 역시 같은 봉우리를 가리키고 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해결 안 되는 문제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고 있어 봐야, 산행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라, 옥석산, 옥돌봉 문제는 잊어버리고, 데크 계단으로 문수산으로 향한 시각이 10시 34분으로, 들머리에서 5분 이상을 지체한 건 처음이다. 데크 계단이 끝나고, 눈 쌓인 급경사의 등산로를 오르자, 차고 강한 바람과 화창한 날씨 덕에 시야는 더없이 넓은데, 낙엽이 다 져 앙상하나 울창한 가지가 방해해 사진 찍을 만한 환경이 아니다. 거기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이라, 손이 얼 거 같고, 핸드폰이 외부에 조금만 오래 있으면, 그대로 꺼져 마음 놓고 찍을 수도 없다. 말인즉, 카메라, 환경 모두가 사진 찍기에는 최악이라, 쌓인 눈을 헤치고 묵묵히 앞만 보고 가는 거 외에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환경이 방해해도, 백두대간과 옥석산의 모습은 남겨야 할 거 같아, 산행 중에도 가끔 뒤돌아서,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10시 40분에 '문수지맥 트레킹 길' 입간판을 지나, 강한 바람에 맨살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패딩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끔은 종아리까지 오는 눈길의 앞만 보고 묵묵히 전진했다. 그리고 10시 58분에 문수산으로부터 4.8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하며, 뒤돌아서 다시 옥석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앞으로 가는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저 멀리 봉우리가 보인다. 아무리 봐도 문수산이다. 실제 거리보다 가깝게 보이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39분에 문수산 3.6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하고, 거기서 30m를 더 가자 문수산이 아니라, 예배령 0.7km 거리의 이정표가 바로 나타났다. 하나의 이정표에 다 표기할 수 없어, 30m 거리에 두 번째 이정표를 설치한 거 같다. 어쨌든 700m만 가면 이번 산행의 주요 표지 중 하나인 예배령이다.
슬슬 배가 고파오는데, 주변 어디에도 바람을 막아줄 만한, 방패가 보이지 않아, 잠깐 앉아서 뭘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해서 앞의 이정표에서 본 '쉼터(헬기장)'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 묵묵히 가는데, 11시 48분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응? 뭐지? 봉우리는 없는데?’ 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해 보니,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예배령'이다. '뭐, 이런 거까지'라고 혼잣말하며 조금 더 가자, 능선을 따라 앞서가던 등산객이 갑자기 돌아와, 임도로 내려가는 게 보인다. 까만 소 인증 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인증처를 지나쳤다가, 되돌아가는 모습이다. ‘저 임도에 인증 대상이 있나? 나야 인증에 관심 없으니, 내려갈 필요가 없지!’ 하며, 그들이 되돌아 나온 능선으로 가다가, 문수산과 까만 소 인증과는 무관하다는 게 기억났다. 말인즉 문수산은 까만 소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산이다. 그래서 등산객이 찾지 않고.
까만 소에게 버림받은 산이라, 문수산에 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기다렸는지, 기억이 나자, 저들이 인증을 위해 임도로 내려간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뭐지 하고, 임도를 유심히 보니, 임도가 능선을 만나서 끝난 거처럼 보인다. 그건 말이 안 되고, 임도가 능선을 자른 거다. 고로 잘린 능선은 절벽이라 내려갈 수 없어 돌아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능선 위에 있는, 업고 가던 애가 죽어 묻은 고개라는 내용의, '예배령 고개' 소개 글을 사진으로 남기고, 능선을 따라 계속 가 보니, 예측대로 임도가 능선을 잘랐다. 그리고 직벽은 아니나, 눈 쌓인 급경사라 내려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 약간 후퇴해 옆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임도에 도착하는 순간 시멘트 포장도로에 처박았다. 무릎이 깨지는 듯 아팠지만, 그보다 쪽팔림이 더 해 벌떡 일어나, 고통을 잊기 위해 서성거렸다. 그런데, 서성거리며 보니, 꽈당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 덮인 계단이 보인다. 눈 때문에 계단을 보지 못해 다들 힘들게 능선에서 임도로 내려온 거다.
현재의 예배령인 임도 정상에서 있는 '문수지맥 트레킹 길' 안내문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정각에 문수산 2.4km 지점의 이젇표를 통과했다. 이제는 지나온 거리가 남은 거리보다 멀다. 그리고 12시 10분에 1.53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2시 27분에 1.14km 이정표를 통과했다. 시야는 넓고, 뒤로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좌로는 각화지맥이 동쪽으로 달리는 웅장한 산세가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찍을 수가 없다. 나뭇가지가 방해해 찍어봐야,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추위에 떨며, 언제 핸드폰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험하는 건 무의미하다. 해서 그저 이정표나, 등산로의 모습만 기록으로 남기며 문수산으로 향할 뿐이다. 그렇게 가다가, 12시 39분에, 배낭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축서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문수산까지 0.7km, 왕복 1.4km. 인솔 대장이 권한대로 왕복할 생각이라면, 굳이 배낭을 짊어지고 갈 이유가 없다. 그게 아니라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려면 메고 가야 한다. 현재 시각 12시 39분.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록 내가 꼴찌가 아닐 수는 있으나, 꼴찌와 다름없어, 최선두 그룹과는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많은 차이가 있어, 그들이 왕복했다면, 돌아오고도 남았을 텐데, 그 흔적이 없다. 말인즉 선두가 반대편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높아 보이다. 그리고 그들이 반대편으로 넘어갔다면, 길의 흔적이 있거나, 길을 만들며 갔다는 얘기라, 나도 넘어가기로 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바로 앞에 문수산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흔적도 없던 앞선 등산객이 내려오는 것도 보인다. 넘어가지 않고, 왕복하는 거다. 뭐 한두 명이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계속 올라가는데, 12시 58분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많은 수의 등산객이 돌아내려 오고 있다.
문수산 정상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내려 오는 선두그룹을 보니, 그들과 거리 차도 얼마되지 않는다. 어쨌든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며, 정상으로 향해, 1시 7분에 문수산 정상에 도착했다. 등산 앱이 도착했음을 알린 시각이 12시 58분이니 정상까지 9분이 걸렸다. 등산 앱이 잘못된 건지, 내 걸음이 느린지 어쨌든 둘 중 하나는 문제다. 정상에는 등산객 한 명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어, 먼저 정상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정상은 백두대간을 포함, 주변 산세와 마을을 조망하기 좋은 최상의 전망대지만, 낙엽 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모든 시야를 막고 있어 실제 보이는 것과 사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핸드폰이 맛이 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이걸 찍어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그래도 뭐든 남겨야 할 거 같아 나뭇가지를 뚫고 들어가 몇 장 찍었다. 이후 정상석의 앞. 뒤를 사진으로 남기고,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도 찍었다.
정상에서 주변들 둘러보는 사이에 후미의 산꾼이 속속 도착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됐다. 산행 중 내 앞에도 뒤에도 보이는 사람이 없어, 늘 꼴찌라 생각하는데, 막상 정상이나, 쉼터 등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뒤를 따라오던 사람이 속속 도착하는 걸 보고, 내가 꼴찌가 아니었다는 것에 놀라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선두 그룹과 같이 출발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그들과 달리, 전망대라는 전망대는 다 올라가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 보니, 어느 순간 그들과 멀어진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중간 그룹이 나를 추월하는 걸 보며, '아, 내가 꼴찌구나!'라고 생각해 버린다. 이후 시계를 보고 남은 거리를 계산해, 지금 페이스로 가도 하산주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다. 고로 서두를 이유가 없어, 다시 전망대라는 전망대에는 다 올라간다. 암릉을 우회하는 등산로가 있으면, 등산로를 버리고 암릉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그런데도 다수를 차지하는 후미는 여전히 뒤를 따라오고 있으나, 그걸 알지 못해 매번 날머리에 도착해서 꼴찌가 아니라는 것에 놀란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다 찍어, 정상에서 내려가려고 할 때라, 서둘러 내려가, 맞은편 통신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축서사로 내려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통신탑 있는 곳이, 전망대로써 정상보다 좋아 보이는 것도 있고. 먼저, 이정표에는 축서사에 관한 건 없고, 그저 문수지맥의 다음 고개만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눈 위는 인간이나 동물의 어떠한 흔적이 없는, 처음 내린 그대로다. 언제 눈이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몰라도 이후에는 문수지맥을 달린 대간꾼은 없고, 문수산에 올랐던 (혹시 있었다면) 등산객도, 문수산을 넘어 축서사로 내려가지 않았다. 해서 아무런 인적 없는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통신탑이 있는 곳으로 갔으나, 역시 앙상한 가지가 방해하기는 정상과 다름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아쉬워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이대로 눈이 내린 후 처음 인적을 남기며 축서사로 내려갈까 하다가, 단독으로 러셀 하며 가야 한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다.
1시 19분에 정상을 떠나 축서사 갈림길로 향하며, 노란 입간판을 힐끗 보고 지나쳤는데, 거기서 '신라'라는 문구를 본 거 같아, 되돌아와 내용을 확인했다. 지도와 문수산 명칭의 유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풍파에 시달려, 지도는 보이지 않고, 지명만 보인다. 한마디로 관리를 안 하고 있다.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본격적으로 하산을 시작하는데, 배가 슬슬 고파온다. 축서사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향할 때, 체력 보충을 위해 에너지 바 두 개를 먹었는데, 그 효과가 다 했다. 에너지 바를 다시 먹는 건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컵라면을 먹을 상황도 아니라, 거대 소시지를 먹기로 했다. 다만, 배낭을 벗어야 해, 축서사 갈림길에 도착한 다음. 나뭇가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변 경치를 찍으며 갈림길로 향해, 1시 33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올라갈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이정표든 안내문이든 노란색으로 된 건 괘 오래전에 설치한 거로 보이는데, 축서사까지 1.7km라 표기하고 있다. 갈림길에서 0.7km 거리에 있는 정상의 최근 이정표도 축서사까지 1.7km다!
정상에서 계획한 대로, 배낭을 갈림길 최근 이정표에 걸고, 안에서 거대 소시지를 꺼냈다. 아무 생각 없이 디팩에 넣었는데, 먹으려고 꺼내놓고 보니, '1일 1빅 소시지! 국방부의 시계는 흘러간다!'라는 광고 문구가 보인다. PX 용인가? 그럼, 맛이 형편없을 텐데? 어쨌든 맛이야, 먹어보면 아는 거고. 먼저 겉 비닐을 뜯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뜯을 곳이 없어, 헤매다, 이거 하나 먹자고 칼까지 꺼내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이 추위에 장갑까지 벗었는데, 역시 뜯지 못했다. 해서 속으로 이걸 만든 애들의 윗대까지 욕하며, 배낭에서 칼을 꺼내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문 순간, 등산용은 아니고, 부대찌개에 넣어 먹으면 딱이라는 걸 알았다. 허기진 마당에 이거저거 따질 때가 아니라, 그걸 먹으며,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데, 옆은 낭떠러지고, 눈 쌓인 급경사 등산로를 내려가며, 손에 든 소시지를 먹는 ‘내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하산길의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내려가, 어느 정도 기록했으니, 중단하려고 핸드폰의 액정을 보는 순간 허탈한 웃음 나왔다. 폰이 맛이 갔다. 하산 방향은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햇볕이 들어 따뜻해 핸드폰이 꺼질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껍게 껴입고 있어, 깨닫지 못했지만, 여전히 기온은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해서 폰을 다시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 기동시킨 후 정상 작동할 때까지 기다리며 주변을 보니, 등산로에서 계곡 방향으로 짐승의 발자국이 보여 유심히 살펴봤는데, 고라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폰이 살아나서 그 발자국을 사진으로 남기고 축서사로 향해, 2시 7분에 사찰 건물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도 보인다.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당연히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와중에 핸드폰이 두 번 아웃됐다. 바람이 불지 않아 외부가 영하라는 걸 망각해 발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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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 2시 11분 산행 마감은 3시. 버스가 시동을 거는 게 대개 출발 30분 전이라, 지금 버스로 가봐야 춥기는 마찬가지라, 축서사를 구경하기로 했다. 등산로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건너, 경내로 들어가는데, 아이젠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다. 해서 아이젠을 벗으려고 보니, 한쪽이 없다.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아이젠을 착용 시 했던 걱정이 현실이 됐다. 뭉치는 게 아니라, 날리는 눈이 쌓였고, 기온이 너무 낮아 눈이 녹았다가 얼 상황이 아니라, 빙판이 아니었다. 해서 아이젠보다는 스패츠가 더 중요한 등산로라 아이젠 한쪽이 없어졌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 내가 본 등산객 모두가 아이젠은 착용했는데, 스패츠가 없는 사람이 꽤 있었다. 하나만 남은 아이젠을 손에 들고 대웅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절 위로 부처가 보여, 올라가 보니, 문수산을 배경으로 놀라운 부처상이 있어 기록으로 남겼다.
축서사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전면의 경치를 감상하고, 계단으로 대웅정으로 향해 내려가며, 물소리가 들려 오른쪽을 보니, 감로수가 있다. 절에 가면 무조건 맛보는 감로수라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갔다. 한쪽 옆에 매달려 있는 플라스틱 표주박으로 감로수를 받아 마신 후 계곡으로 흘러가는 감로수로 등산지팡이를 씻었다. 그리고 그걸 분해해, 하나 남은 아이젠과 같이 배낭에 넣는 거로 산행 종료 절차를 밟았다. 스패츠는 파우치가 버스에 있어, 계속 착용해야 했지만. 그리고 대웅전으로 가 본존불에게 신고 후 절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와중에 핸드폰이 아웃되기도 했지만, 이미 날머리에 도착해, 폰이 완전히 꺼진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어, 거리낌이 없었다.
관음보살이 내려주는 감로수를 맛보고, 주요 건물만 구경했으니, 전경의 모습을 담은 지도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축서사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기며, 자세히 보니, 기단에 무궁화를 새겼다. 왜? 연꽃이 아니고 무궁화일까? 무궁화인 이유를 생각하며, 버스를 보며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한쪽 구석에 등산객 둘이 무언가를 조리하는 게 보인다. 라면을 끓이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이 추위에 내가 하려다 포기한 걸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구경하며, 주차장으로 가, 2시 34분에 버스에 타고 스패츠와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는 거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책을 보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마감 10분 전인 2시 50분경 인솔 대장이 인원을 확인했는데, 아직 두 명이 도착하지 않아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조리하고 있던 두 사람이다. 예상대로 그 둘이 출발 2분 전에 도착해, 공지보다 1분 빠른 2시 59분에 버스가 축서사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출발했다.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조심스럽게 축서사 진입로를 내려가, 도로에 도착해서도, 서행하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해서야 제 속도를 내며 달렸다. 코스가 긴 것도, 산이 험한 것도 아닌데, 추운 곳에 있다가, 버스 내부가 따뜻해서 그런지, 잠이 쏟아져 가장 편한 자세로 한 시간가량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도 멍한 상태라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5시 8분에 버스가 '여주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10분간 휴식이라 무언가를 먹을 만한 시간이 안 돼, 편의점으로 가 식혜를 찾았으나, 없다. 편의점을 3 바뀌나 돌았으나, 안 보여, 그대로 버스로 돌아가 빨리 서울에 도착하기만을 빌었다. 그 기도가 먹혔는지, 6시 9분에 양재역에 도착해, 7시 25분경 집에서 하산주 겸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안내산악회 오지팀 계획대로 '주실령(915번 도로) → 969.6봉 → 928.4봉 → 예배령 → 두내약수탕 갈림길 → 축서사 갈림길 → 문수산 → 축서사 갈림길 → 축서사 → 축서사 주차장'의 9.40km(트랭글)를 4시간 28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2분, 휴식 26분! 휴식으로 기록된 많은 시간이 기온이 낮아, 핸드폰이 꺼지는 바람에 다시 기동한 시간이다.
157번째 오른 해발 1,000m가 넘는 천고지 산으로 앞으로 14 산을 더 오르면 완주한다.
안내산악회가 언제 다시 찾을지 알 수 없는 산이라, 가성비를 따지지 않고, 가볍게 산행을 즐기고 싶은 등산객에는 괜찮은 산이나!
조망이나, 산행의 재미나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산이라, 대간꾼이나, 천고지가 목표가 아니라면, 권할 만한 산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