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시의 씨앗은 우리 생활 속에, 머릿속에, 마음속에,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는 것 속에 있다. 선생님은 동시를 쓸 때,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거나 기억하려고 한다. 사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관찰하고 또 상상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엉뚱하거나 아름다운 꿈을 기다리기도 한다. 친구들이 신비롭거나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이 커지고 호기심이 생기듯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 번 더 자세히 보고 그림도 그리고 메모하는데, 그것이 동시가 되기도 한다.
글 오창화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났다. 201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송아지는 힘이 세다』, 『도깨비바늘』이 있으며,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글 쓰고 있다. 최근작 : <새들의 목욕탕>,<도깨비바늘>,<송아지는 힘이 세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시의 「씨앗 찾기」―시인의 생각
시의 씨앗을 어디서 찾나요?
시의 씨앗은 우리 생활 속에, 머릿속에, 마음속에,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는 것 속에 있답니다. 선생님은 동시를 쓸 때,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거나 기억하려고 해요. 사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관찰하고 또 상상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엉뚱하거나 아름다운 꿈을 기다리기도 하지요. 친구들이 신비롭거나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이 커지고 호기심이 생기듯 선생님도 마찬가지랍니다.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 번 더 자세히 보고 그림도 그리고 메모하는데, 그것이 동시가 되기도 해요.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은 비를 좋아했어요. 시골집 마루에 앉아 가만히 비를 바라보거나 비를 맞으며 마당에 고인 물에서 첨벙거리거나 우산을 쓰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거나 손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어보기도 했어요. 별처럼 생긴 빗방울도 발견했지요.
비가 오니 좋다
장대비가 와서 더 좋다
마루 끝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니 좋다
개도 개집에서 비를 보나 보다
꽃밭에 꽃들은 비를 맞고 있다
옥씨기 밭에 옥씨기
빗물 받는소리
호박잎 두드리고 가는 장대비
엄마는 비온다고 부침개나 해 먹자고 하신다
비가 오니
입이 신났다
―「비가 오니 좋다」 전문
강아지랑 놀던 아기가
샛눈 뜬 고양이가
창문 열고 밖을 내다보던 엄마가
비!
비 온다
비!
강아지랑 아기랑 고양이랑 엄마랑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
비 구경하는데
신났어
신났어
꽃들만 신났어
비 맞고도
꽃이 피네
활짝 피네
―「꽃들만 신났다」 부분
「비가 오니 좋다」, 「꽃들만 신났다」는 비 맞는 꽃들과 옥수수밭을 보는 모습이지요. 강아지, 고양이, 엄마와 내가 비 오는 풍경을 마루에 앉아 바라보면서 떠 오른 그림을 써 보았어요. 또 친구나 언니, 오빠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말할 때 그 표정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듣기도 했어요. 어떤 때는 정말 무서워서 울기도 하고, 이야기 더해 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나네요. 둥글게 앉아서 이불속에 발을 묻고 듣던 이야기들이 시를 쓸 때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외삼촌 별명은 검정 고무신」은 장난감이 없던 시절, 검정 고무신 하나면 심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또 들어본 이야기 중에는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에 얽힌 무섭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도 있지만, 이번 시집에는 검정 고무신 갖고 놀던 이야기를 썼어요.
「오줌싸개 외삼촌」은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이불에 지도 그리는 일이 종종 있어서 ‘오줌싸개’라는 별명이 생겨나기도 했지요. 밤에 자다가 이불에 왜 지도를 그렸냐고 물으면 꼭 꿈꾼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어요. 달리기하거나, 무서운 짐승에게 쫓겨 나무 위로 도망가다가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가 시원하게 해결했는데 신기하게도 이불에는 큰 지도가 그려졌더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성장은 빠른데 영양이 부족할 때 생기는 증상이라는 것도 알았지요. 뜻밖에 보게 된 일들은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눈에 담아 오기도 해요. 조그만 웅덩이에서 여러 마리의 새들이 목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다 찌그러진 냄비
밤새
내린 비 찰랑찰랑
아침나절
박새가 폴짝폴짝 멱 감고
찌빠구 찌바구 날아와
푸룩 푸루룩 목욕하고
벚나무에 앉아
털을 말린다
물이 너무 차가웠나
아침 햇살
목욕탕 물 데우고 있다
―「새들의 목욕탕」 전문
「새들의 목욕탕」은 밖에 놓아둔 찌그러진 냄비에 빗물이 고였는데, 새들에게 훌륭한 목욕탕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특히 여행은 참으로 흥미롭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했어요.
엄마는 메밀꽃이
아빠는 감자전이 먼저라는데
아 나는
섶다리에서 풍덩 뛰어내려 멱감고 싶은데
그때 나만 봤나
제비가 공중제비 돌더니
물 한 모금 물고
날아오르던 하늘
제비가 빠뜨린 깃털
모람모람 새털구름 피어나던
가을하늘
―「새털구름」 전문
「새털구름」은 엄마 손에 이끌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인데요. 섶다리 건너다가 물장구치는 상상을 하다가 제비가 물차 오르며 날아가는데 그때 빠진 새털을 보고 쓴 글이랍니다.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쓰는 것은 글쓰기에서 중요해요. 여행하면서 무심히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어요. 선생님이 찾아낸 여행 이야기들은 엉뚱한 이야기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랍니다.
주춧돌의 「게와 자라」가 움직이면 기둥은 어떻게 될까요? 망주석에 다람쥐 두 마리는 왜 새겨 놓았을까요? 원래의 뜻과는 다르겠지만 보이는 대로 상상해 보는 일도 재미있어요.
우리가 보는 물건에는 쓰임이 담겨 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원인과 결과를 보여 주지만, 시는 엉뚱함이 만든 마음 같은 것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나만의 엉뚱한 상상은 남과 다른 나의 느낌입니다. 친구들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즐거운 상상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