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와스카에서 보낸 시간은 겨우 두 시간 정도..
우선 발이 편하지 않고.. 돈 내고 모홍크 산에 갔더라면 많이 억울했겠다.^^.,
오늘 선택한 트레일이 상상보다 나쁘다 보니.. 아차! 하는 순간 평생을 망친다고 했건만 여전히 아차! 차!..
미네와스카 호수로 돌아온 게 오후 1시.
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 열심히 드라이브해 갔는데.. 2 시간 머물다.. 3시간 걸려 집에 돌아온다면?.
점심밥이나 먹고 갈까.. 요? 하니.. 아직 배가 덜 고프다고..
그럼 여기서 한 시간가량 거리인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F. D. Roosevelt State Park에 가
그곳에서 조금 더 걷자.. 요^^.
돌아가는 길은 평소와 달리 미네와스카 단풍을 제대로 볼 수 있는 52번 도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산 중턱을 깍아 잘 만든 도로 꺾이는 길목에는 온통 단풍 끝자락의 황홀함이 담겨 있어 즐거운 차 여행이 되었다.
차를 타고 차 안에서 보는 단풍 구경은 주마간산이 되기 십상이다.
차가 없던 시절 마차로 달렸으니 차로 가는 것보다 무척 풍경을 즐겼을 텐데도
마차를 타고 가면서 본 것은 제대로 본 게 아니라고 했으니..
옛 선인들의 한가한 마음가짐은 성질 급하기로 소문난 나에겐 부러움 뿐..
52번 도로 산 길 중간에 만들어진 간이 뷰어 장소에 차를 세우고 남쪽 방향에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 같은 단풍을 미소로 바라보는데..
그곳에 촌티를 벗지 못한 서너 살로 보이는 어린 딸과 스페니쉬계 젊은 가족이 차를 세우고 가족 사진을 담고 있다.
여기는 한적한 곳으로 사람이 거의 없는데.. 풍경이 좋은 곳을 놔두고 왜 여기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담는 걸까?.
문득 이곳 풍광이 저들이 떠나온 고향 같은 맛을 풍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등성에 사는 이들은 사람이 거의 없으니 늘 조용한 가운데 보이는 광경은
등 쪽으로는 안데스 높은 봉우리가 버티고 있고, 봉우리 반대 방향 산 아래로는 맞은편 솟아오른 산 사이로 울퉁불퉁한 들판이 펼쳐져 있으리라.
그런 고향과 여기 모습은 비슷한 점을 느낄 수 있어.. 서너 살 된 딸에게 자기가 살던 고향 맛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지..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란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에게 나를 전하고 싶어 하는 엄마아빠 마음..
짝님이 "북으로 올라가면 단풍이 이미 끝나가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단풍이 점점 더 익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요?" 한다.
그렇다. 아마 오늘쯤이면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북쪽이 찬란한 단풍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도 이맘때이면 셰난도우 네셔날 공원에 있는 Skyline Dr 단풍을 즐기려 일박이일 여행을 떠나곤 하지 않았던가.^^.
그랬으면 진작에 남쪽으로 가자고 했어야지!.. 요^^
지금 그냥 떠날까?.. 요?
ㅎㅎㅎ^^
다 익어서 시들어가는 단풍 속에 한 여름 절정에 이른 함박 웃음꽃이 피어난다.^^..
FDR 공원의 정식 이름은 Franklin D. Roosevelt Four Freedoms State Park..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인간의 기본 네가지 자유를 주창한 미국 대통령으로 3.1 운동의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그 네 가지 자유 내용이 뭐지?.
말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돌아다닐 자유인가?.
그런 FDR 주 공원에 와 점심을 먹는다.^^.
나는 이미 배가 고팠다. 허기가 반찬이라서인가.. 짝님이 준비해 온 점심은 어찌 이리 맛이 있는지..
FDR 공원 맛은 조용함이다. 자연이나 사람은 물론 차도 조용조용 움직이는 듯하다.
나에게 FDR 공원은 생전의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공원이다. 그때도 단풍이 끝난 가을이었다.
그때도 낙엽이 오늘만큼이었나.. 큰 아이는 낙엽에 묻힐 정도로 많은 곳이 있었는데..
내 이버지에게 가을이란?.
농사를 끝내고 추수의 기쁨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아니었는지..
아버지는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 주고 서울로 돌아가셨다.
아이는 그 자전거를 몇 번 타지도 않아 가라지에 쳐 박혀 있다가 이사하면서 사라졌다.
아버지와 나와 아이 사이는 버려진 자전거처럼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는 아들인 나를 행동으로 어떻게 사랑하는지 보여주지 않고 사셨듯이..
나는 아이를 마음이 아닌 몸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키웠다.
마음 길과 몸 길이 다름을 알고 있는 척하고 있었음에도..
그때보다 적은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걷는다.
아버지와 아이를 번갈아 그리며..
아.. 자작나무에서 말굽버섯 몇 개를 얻어왔다.
고맙습니다.()^^.
이제 가는 가을이 잠시 벤치 위에 머물었는데
희멀건 열나흘 달이 다도해의 낭만보다도 아득하고
한그루 은행나무가 석기시대 보다도 처량한데
소녀여, 그대는 누구를 기다리는가
/ <가을, 정화만필>에서, 소남 유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