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5ㅣ 253. 병원 이야기 (5.)
SILANG SPECIALISTS MEDICAL CENTER는 이제 개원한 지 3 개월밖에 안 된 새 병원이다. 매우 깨끗하다.
입원실로 올라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의사가 물을 많이 먹이고 영양 섭취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돈보스코 교수 내외가 입원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오겠다며 허둥지둥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담요, 베개, 세면도구, 그릇들, 종이컵, 화장지, 수저, 물. 수세미, 세제,...그 와중에도 글라시아는 과일을 썰어 담고 잣죽을 쑤어가지고 왔다.
잣죽이라니! 잣이 날 리 없는 이 나라에서 잣죽은 상상도 못한다. 영양보충을 해야한다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그 귀한 잣으로 죽을 쑨 것이다.
가까이 있대도 어느 자식이 이 정도로 완벽하게 잘 할 수 있을까?
미안하고 고마울수록 나는 그들을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 왜 자꾸 눈물이 나려는지 모르겠다.
환자식이 나오는데 허연 닭고기 스프와 하얀 쌀밥, 그리고 감자와 사요떼를 채썰어서 하얗게 볶은 것이다.
간간히 열이 나는 죠셉은 입맛이 전혀 없다며 잣죽을 먹고 나는 급한 대로 환자식을 몇 수저 떠 먹었다. 맛이 있을 리 없다.
간호사가 몇 가지 물품들을 건넨다. 의사가 처방했던 해열제, 비타민제, 의료용 테이프, 칫솔, 소독약, 그리고 새 제품의 체온계가 있다. 이 모든 건 다 우리가 계산하고 사는 것이다.
오후 6시에 다시 혈액 채취를 한다. 매 12시간마다 혈액을 분석하고 혈소판 수치를 체크해야 한다.
이 병원에서도 역시 댕기로 판단하고 있다. 네거티브 결과를 보면서도 너무 이른 검사에 아직 안 나왔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혈소판 수치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90%가 아니라 98% Dengue라는 것이다. 정말 그럻까?
늙은 부모를 염려하듯 뒷정리를 다 마치고 늦은 저녁에 그들은 돌아갔다. 여기선 6시가 넘으면 해가 지니 밤도 일찍 온다.
둘만 남자 갑자기 실감이 난다.
낯 선 곳에서의 병원생활. 1인 실이라 그래도 호젓하고 맘은 편하다.
입원했다는 걸 우리 집 밀라에겐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이 병원 역시 시그널이 잡히지 않아서 휴대폰을 쓸 수가 없다. 참으로 답답하다.
저녁 검사에선 혈소판 수치가 52로 떨어졌다. 침울하다. 근심으로 마음이 무겁다.
간호사는 목이나 코, 잇몸 등 어느 곳에서든지 피가 나오면 즉시 연락을 하고 대변의 색깔이 검은 게 섞였나 보라고 한다.
장출혈 등으로 대변에 피가 섞여도 구분하지 못할까봐 어두운 색깔의 음식은 일체 삼가해야 한다.
링거가 매달리고 간간히 혈압을 재고 체온을 체크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투약한다. 힘든 하루가 간다.
첫댓글 고생 참 많이 하고 계셨네요.
무엇 보다도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