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조폭의 연애편지 ◈
피터지게 그리운 숙!
여름이 우글대던 자리엔 어느새 사시미처럼 찬바람을
몰고 달려든 가을이 바글댑니다.
계절의 변화는 하도 오묘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무더운 여름도 가을의 칼부림 앞에는 쪽도 못쓰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마치 말죽거리를 영원히 지배할 것 같았던 덕배 파가 돌쇠 파에게
쫓겨 가듯이 그렇게 여름은 잠수를 타 버렸습니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내 가슴 속에 시작된 그리운 숙을 향한
나의 러브, 이 러브를 어떻게 그대에게 보여 드린단 말입니까?
내장을 발라 꺼내 보여드릴 수도 없고, 가심을 갈라
심장을 꺼내 힘찬 박동을 보여 드릴 수도 없어 안타깝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내 가슴을 담아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박 터지게 그리운 그대! 그대를 향한 그리움을 달랠 수만
있다면 나는 무슨 짓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때기를 그어서나마 달랠 수 있다면...
손도끼로 손가락을 잘라 달래진다면
난 조금도 주저 없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만큼 그대는 피 터지는 그리움입니다.
그대를 떠올리면 칠성파와의 싸움에서 사시미칼로
무장한 일곱 명에게 포위됐을 때 보다 더 가슴이 떨리고...
맨 처음 배때기를 젖어버린 칠성파의 두목의 배에서
흘러내리던 피보다 더 빨간 그리움이 피어오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대에게 향한 나의 그리움은 빨간 피보라 색입니다.
그 타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은 두꺼비파에게
납치당해 자동차 트렁크 속에 갇혔을 때 보다 더 답답하고...
목 만 남겨놓고 땅 속에 파묻혔을 때 보다 더 더욱 답답해
못 견딜 지경입니다. 밤 새 그리움에 몸부림치다
그대를 보는 순간의 기쁨은 동료들이 달려와 두꺼비파를
무찌르고 땅속에서 나를 꺼내 줬을 때 보다
더 큰 기쁨으로 나는 자지러집니다.
그대를 떠올리면 내 가슴 속 피는 뜨겁게 달아올라 싸우다
잘려진 손가락처럼 내 심장을 팔딱이게 합니다.
혹시 갑작스레 잘린 손가락을 보셨는지요?
갑자기 잘린 손가락은 신경이 죽지 않아 개구리보다
더 힘차게 팔딱거리지요.
마치 바닷물에서 방금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처럼 팔딱입니다.
그렇게 생선의 힘찬 몸놀림처럼 내 심장은 싱싱하게 팔딱입니다.
하지만 심장의 팔딱임은 그대로 그리움이 되어서
내 온몸을 휘감아 돌고 있습니다.
내 몸을 휘감아 돈 그리움은 두꺼비파가 날 묶었던 밧줄보다
더욱 죄어 살 속으로 아주 깊게 파고들어 옵니다.
사시미로 긁어 낼 수 있고 망치로 후두부를 강타해 그리움을
접을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그리 하겠습니다만...
그리움은 사시미로도 망치로도 달랠 수 없어 애꿎은 동생들만
데려다가 아구창을 한 방씩 날려버렸습니다.
아우들의 아구창 안살이 터지고 헤져서 부러진 이빨이 뱉어내도
그리움은 여전하고 아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보다
빨갛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를 보는 순간 씻은 듯 사라졌던 그리움은 그대와 헤어져
돌아오는 순간에 시작돼 밤새 내 안에서 두목에게 얻어터진
볼 따구가 부풀듯 부풀어 오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댄 내 지독한 사랑입니다.
그댈 위해 저 하늘의 별은 따다 줄 순 없지만 그대를 죽자 사자
따라 다니는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김가 놈의 목은 따다 줄 수는 있습니다.
그대 위해 저 하늘의 달은 따다 줄 수 없지만 그대와 팔짱끼고
걷던 송가 놈의 등은 따다가 줄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대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그 두 놈의 목과 등은
딸 계획이 이미 서 있습니다.
그대가 원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대는 나에게 늘 타는 목마름입니다.
상대편 조직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할 때 느끼는 타는 갈증보다도
더한 목마름... 그 더러운 놈들은 나에게 물도 주지 않고 계속
고문만 해대는 바람에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그 때 목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고문할 땐 물을 주는 게 아니거든요. 갈증만큼 괴로운 일도 드무니까요.
그 때 느꼈던 몸서리쳐지는 갈증, 그 타는 갈증은 그 느낌 그대로
그대를 향한 내 가슴 속에 가라앉습니다. 그대는 가끔,
아니 자주 타는 갈증이 되어 길고 긴 나의 온 밤을 고문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보고픔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나의 온 밤을 헤집어 놓고 있습니다.
칼잽이 칠성파 두목 칠성이의 칼에 배때기를 습격당했을 때 보다
더 쓰리고 아파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칠성파 두목 칠성이의 칼솜씨는 우리세계에선 알아주는 실력입니다.
칼을 배때기 깊숙하게 찔러 넣은 다음 휘~휘 저을 때 그 아픔이란....
그 놈 참 잔인한 놈입니다.
행여 그놈과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무조건 가까운 경찰서로 튀시기 바랍니다.
물론 내가 그대의 보디가드가 되어 곁에서 늘 지켜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또 지켜준다 해도 칠성이에겐 저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지라 튀기 바쁠 것입니다.
그놈의 칼에 한번쯤 맞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아픈 게 아닙니다.
다짜고짜 말도 없이 푸욱 찌른다니까요.
순대가 익어갈 듯한 더위와 함께
피 튀기도록 그리운 숙!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