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구를 배우는 곳에서 엠티를 갔는데 거기에 따라간거다. 엠티를 바다에서 한것이 아니고... 집을 기꺼이 빌려줄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집에서 토요일 밤에 일박을 하고 일요일에 바다에 간거다.
토요일 밤에 그 집에 갔는데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한국 비디오 (복수는 나의것) 보고 애들이 하는 게임 Monopoly 같은걸 하고 그리고는... 다른 게임 했는데... 결국은 아침 6시 45분까지 했었다. 물론 좀 더 일찍 잠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결국 남은 사람들을 떠나 먼저 잘 수가 없어서 소주를 마시면서 게임을 구경했다. 한병을 거의다 비웠다.
그러다 날이 밝아왔는데 파랗게 밝아오는 하늘이었다. 비도 부슬부슬 내렸다.
세시간 반을 자고 일어나 아침식사하고...
그 와중에도 어떤 이들은 비디오를 틀어댔다. 이번엔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다를 가기로 돼있었는데도 다들 늘어지고 있어서 내가 보채댔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바다로 갔는데 그 집에서 차로 가는데만도 2시간 반이 족히 걸리는 곳이었다. Cape May 라고 옛 빅토리안 스타일의 건물들이 많은 곳... 앞에는 해변이 있고... 대서양과 맞닿는 곳이다. 대서양... 갑자기 광활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 뉴저지는 동쪽 끝이라...
바다에 가는 길에 고속도로였지만 예쁜 풍광들이 가끔 보였다. 일단은 마지막 한시간 남짓한 길 양옆이 모두 녹색의 나무 숲이다. 거기에 쭈욱 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맛은 자못 상쾌했다.
나중에 바다에 가까와지면 양 옆으로 바닷물이 보이고 그 위로 난 다리를 달린다. 광할하게 보이는 바다는 아니고 늪처럼 생긴 곳이다. 갈대도 있고... 한가하게 간혹 혼자 서있는 나무도 있고... 창녕에 있는 우포늪 생각이 났다. 여럿이 같이 있어서 도중에 내릴순 없었지만... 담에 다시 오면 가다가 내려서 경치도 보구 사진도 찍구 할 생각이다.
드디어 다다른 Cape May. 희귀한 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bird watching 이 취미인 사람들은 망원경으로 구경한다. 새소리를 듣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우리집만 하더라도 가끔 첨 들어보는 새소리가 있는데 정말 예쁘다.
그젠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난 비를 좋아하므로 기분이 좋았다.
바닷가에 가니 비에 바람도 거셌다. 그러니 모래도 같이 일어나 내 몸을 살살 때렸다.
그래도 좋았다.
작은 우산 속에 카메라를 잘 받쳐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 망가질까봐 걱정도 많이 됐지만... 사진기가 망가질지언정 난 이사진을 찍으리라... 이런 생각은 좀 싼 자동카메라를 가지고 있을때만 드는 생각이다. 그제 가져간 카메라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하게 비싼 카메라였다. 하지만 어쩌랴...
객기를 부리는 친구들은 파도가 거세게 쳐오는데 달려가 바위 위에서 조각처럼 서 있었다. 난 또 그들의 그 객기가 헛되지 않게 하려고 얼른 달려가 사진을 찍어줬다. 잘 나왔으려나...
어영부영 시간이... 저녁 6시... 우리는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한국의 바닷가에선 회니 해산물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그런 호강을 바라랴... 난 그저 crab cake 샌드위치를 먹었다. 바닷가 앞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되게 맛도 없고 비싸기만 했다.
예쁜 빅토리안 건물들... 같은 뉴저지 안 인데도...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아... 이쁘다...
회색빛 하늘도... 바다도... 모래도... 검은색 돌도... 파도도...
거기서 열심히 달려서 갔는데도 우리가 묵었던 집에는 밤 10시에나 도착했다. 우산을 써도 다 젖은 옷을 말릴겸... 다들 다시 또 그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또 한국 비디오를 당겨댔다. 텔미썸씽 하고 파이란. 파이란을 볼때는 남자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들의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다들 감정에 젖어 있는것 같았다. 아까 그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고는 별 말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다들 영화는 꽤나 팬들인 것같다.
난 게임도 않고 비디오도 안 보고...
부엌을 청소한 뒤 샤워를 하고 조지훈님의 시집을 읽었다.
작년에 사놓고 손도 안 댄 그 시집을 이제서야 꺼내서 엠티 때 들고간 것이다.
그의 시어들이 너무나도 내 가슴에 와 닿아서 정말... 시 한편을 몇번을 읽고나서야 다음 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시들이다.
결국은... 그 게임 때문에 우리는 그집에서 새벽 2시에 나왔다. 집에 오니 새벽 3시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