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하악.."
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직 3시.
한참을 더 자야 날이 밝겠지만 그는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한다.
몇일째 계속되는 악몽..
그의 직업은 만화가. 집에서 편하게 하는일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만화가라는 직업은 생각처럼 쉬운게 아니다.
제일 힘든건 마감일.. 마감일에 가까워질수록 한시간에 몇번씩 걸려오는 전화에
매일같이 전화선을 뽑아놓는것은 예삿일.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감쪽같이 불을 꺼놓고
작업을 하는것 또한 그놈의 마감때문이다. 요즘도 마감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스탠드하나에
의존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중.. 깜박 잠이 들어버렸나보다.
요즘 매일같이 꾸는 악몽에 그는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태.
"아욱~ 또 그여자야."
요즘들어 한 여자가 자꾸 꿈에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특별히 그여자가 목을졸르지도
않고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는데..자신을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분명히 얼굴이 있는데도 그 얼굴또한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그 꿈에서 깨어나면 이렇게 오싹한 느낌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그여자는 절때 공포물과는 거리가 있는데도 말이다. 멜로라면 몰라도...
이또한 마감 부작용일거라 생각하며 그는 빨리 작업을 끝내려는 생각에 펜을 든다.
".요즘들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단 말이야.?"
적적함을 깨려 혼잣말을 해보지만 역시 악몽을 꾸고난 후의 오싹함은 그또한 어쩔수 없다.
그게 왜 악몽처럼 다가왔는지 그또한 알지도 못하면서.
"풉."
그는 그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있지.. 오빠야.. 내가 악마 부르는 법 가르쳐 줄까?"
"뭐? 악마가 어딨어.."
"왜없어.~ 내가 어제 인터넷하다가 봤는데..
이렇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그거를 다른쪽 주먹으로 꽉 움켜쥐는거야. 그다음에 눈을 감고
떠오르는 악마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면.
악마가~ 상진아~ 상진아~ 상진오빠야~"
자신보다 3살이 어린 그의 여자친구 수진은 그런 우습기만 한 얘기를 믿나보다.
"쿡..심심한데 그거나 한번해봐?"
사방이 컴컴해 적적함을 달래기나 할겸 그는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치켜새우고
다른 손으로 감쌌다.
눈을 감는데..
"사른...!!!어.."
분명이 어떤 여자가 떠올랐다. 자신이 방금전 봤던 그 여자.
"뭐야.. 역시 악몽을 꿔서 그런가?"
라며 애써 방금전에 머릿속에 떠올라 있었던 그 여자를 부정하려 했지만 그것또한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여자의 얼굴 또한 머릿속에 떠올르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지..
"따르르르르~ 따르르르르~ "
이상한 일이였다. 분명 자신은 전화선을 뽑아놨는데 전화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그다지 두려움이 없었던 그는 전화를 받았고.
"왜.. 불렀어?"
"뭐가요?"
전화를 건건 어떤 여자.
"니가..나 불렀잖아..사른..그게 내 이름인걸?"
자신이 무의식중에 부른 이름이 사른인걸 떠올린 그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낄수 있엇다.
"당신..누구야?"
"나 불러놓고도 몰라? 나 악마야. 후훗."
전혀 자신이 생각해왔던 악마의 목소리가 아닌..아주 가녀린 목소리로 미소까지 흘리는 여자에게
"장난치지 말고..."
"악마라고..사른이야..내이름이..당신꿈에 매일 나타났던..얼굴없는 악마..후훗,"
"누구야!누구냐고!"
"악마라니까? 내가 아니면 누가 전화선뽑힌 전화기에 전화를 걸수 있겠어?"
"당신...뭐야.."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이상하게 끊을수가없는... 팔이 누군가에게 조종되고 있는 느낌..
"내가..보고싶지 않아? 내 얼굴. .안보고 싶었어? 사른...이야."
"당신이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아. 끊을게."
"끊을수 없을껄? 나를 부른건 당신맘이지만
내가 당신을 놓기 전까지는 당신은 나를 거부할수 없어.일종의 인간의 운명이지."
"하하.. 악몽을 꾸니까 헛게 다 들리네."
애써 부정하며 다시한번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은 팔..
"나는 ... 니 옆에 있어."
라는 의미 모를 말을 남긴체 끊긴 전화.. 그제사야 상진은 전화를 끊을수 있었다.
"헉,"
아무 생각없이 옆을 본.. 상진...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여인을 보고는 흠칫 놀란다.
"날 마음대로 거부할수 없다고 했잖아//후훗."
악마라기엔.. 너무 예쁜 그녀.. 물론.. 날개또한 없었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내맘을 맘대로 조종할수는 없을걸? 나는... 나는...
당신이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악마는.. 검은 모자를 쓰고 날개를 달고.. 다
리도 없는 .. 그런 남자거든.."
전혀 겁먹지 않았다는 태도로 눈을 똑바로 치켜뜨며 당돌하게 따지는 상진을 보며 그저 미소만
흘리는 여자.
"풉, 맘에 들었어. 첫느낌이 아주 좋은걸? 자주보자고."
라며 사라지는 여자.
"뭐야.. 어떻게 된거야."
자신의 볼을 두드리며 그 여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상진. 역시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얼굴..
"휴.. 빨리 끝내고 수진이 데리고 놀러나 가야겠는데."
라며 하던 일을 서두른다.
매일같이 작업에만 매달리던 그는 일이 다 완성이 됬는지 노란 서류봉투에 정리해서 담는다.
"하핫, 역시 나는. 타고난 만화가라니까?"
쫙~ 기지개를피며 팔을 주무른다.
'똑똑똑'
"누구세요?"
"원고 받으러 왔습니다."
또군.. 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자랑스레 원고를 내민다.
"하핫,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영감이 잘 떠오르던 걸요?"
"감사합니다. 또뵙죠."
무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원고를 받아서 가버린 사람.
"휴~ 이제 한 일주일은 편하겠군.."
이라며 수진이나 불러서 놀생각에 들떠있는 상진.
'똑똑똑'
침대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놀고 있는 상진의 집의 문을 또다시 누군가가 두드린다.
"초인종을 누를것이지."
라며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연다.
"누구세요?"
"원고 받으러 왔습니다."
"아까 드렸잖아요."
"무슨소립니까?"
"아니.. 방금전에 와서 제가 드렸는데.."
"아유~ 아직 안되셨나보네요. 내일 다시 올게요."
자신이 아직 원고를 다 작성하지 못해 말을 돌리려는것으로 생각했는지 그는 등을 돌려
총총총 사라져 버렸다.
"뭐야? 쳇, 아까 원고를 준걸 그새 까먹었나..!!!!!!"
그래, 아까 그 사람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순식간에 머리가 복잡해진 상진.. .악마따위는 두렵지 않다. 다만 그 많은 원고를 내일까지
작성해야 한다는데에 머리가 깨질듯 한것 뿐이지.....
"아욱~! 이런 개같은.. 그 악마같은 년이.."
"후훗, 드디어 인정하셨나?"
상진이 뒤를 돌아보니. 한손에 아까 그 서류봉투를 들고 그 여인이 서있었다.
"당신! 역시.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군"
지난 일주일간.. 정신없이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히던 저 악마스러운 여자. 이제는 정까지들어 하
루라도 안보이면 걱정이 될 정도이니..
"그러게.. 내가 악마라고 했잖아. 세상에 잘도 속더군.. 후훗, 인간의 머리는 참 단순하단 말야?"
"아니, 나는 당신이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는 상진.. 스스로가 한심스러우면서도 저 왼손에 들고있는 저 망할놈의
서류를 되찾겠다는 생각에 속이 터진다.
"푸후.. 내가 이렇게 된다면.?"
순식간에 자신이 상상하던 악마의 모습이 된 그녀...
검은 모자. 날게? 다리가 없구...뭐? 순식간에 남자가 되버린 그녀.
"이렇게 된다면.. 내가 악마라는걸 인정하겠나? 후훗, 당신이 그려오던 악마..훗,"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된거긴.. 아까 그일도 그렇고..지금도 그렇고.. 악마한테 이정도 변신은
우습거든.."
"쳇,믿지않아.. 나는 만화가거든? 그정도 일은 내 만화로도 표현된지 오래야.."
"쓸데없는 고집은 필요하지않아.. 무식한 인간아."
"뭐? 무식한인간? 난 이래뵈도 서울 4년대 출신이라고!"
"후훗, 그래서 이렇게 집구석에처박혀서 만화나 그리고 잇나?"
"이..이 망할 악마가!"
"후..드디어 인정하는군.."
"내..가 언제!!"
"자꾸 그러면 재미 없을줄 알아. 당신의 원고는 내 손안에 있꺼든."
꿈속의 여인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며 악마가 말한다.
"후.."
완전히 그악마같은 년의 페이스에 넘어갔다는걸 느낀 상진...
"그래..인정하지."
"인간이란..훗"
저 기분나쁜 웃음..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보다도 더 아름다운..저 악마의 웃음...
"제길.."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진 상진은 그 여자를 .. 그 악마를 노려본다.
"악마한테 욕까지해? 두고보자고."
"어쩔건데. 당신이."
"인간은.. 너무도 욕심이 많거든.. 미련도 많고.. 가끔은 우리 악마들보다 훨씬..
자신들이 지구의 영장인양. 기세등등해서.. 결국은 우리들의 장난에 다치면서."
"무슨소리야?"
"훗, 얼마 안남았어."
"무슨소리냐고!!"
"역시.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군...소리부터 질러대니.. 우리손에 놀아나는 장난감..후훗.."
"제길.."
"그럼, 또보자구?"
또다시 제멋대로 사라지는 저 악마같은 악마.. 어쩌자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버린 것인지..
"여보세요?"
"수진이니?"
"오빠야? 우와~ 왠일이야? 원고 끝냈어?"
"응. 만날까?"
"진짜? 웅웅!"
"우리집앞 까페에서. 지금.."
"오빠!! 1시간 이따가.."
"왜? 지금 무슨일 있어?"
"아니..그런건..아니고..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한테는 이뻐보이고 싶거든.흐으.."
"넌 항상 이뻐! 그냥 나와. 보구싶다."
"에이잉~ 쫌만 기달려? 나도 오빠 보고싶어서 미칠거 같아~"
"그래그래. 대신 너무 이쁘면 안되는거 알지?"
"왜?"
"딴남자들이 너 쳐다보잖아. 닳아.."
"히힛, 알겠썽~ 이따봐용.자기오빠?"
피식.. 전화를 끊으며 너무나도 귀여운 자신의 작은 연인. 수진을 떠올린다.
적어도 그 망할 악마같은 악마보다는 훨씬 예쁜 그녀.. 한수진..
"나도 오랜만에 멋좀 내?"
라며 세면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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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바다란] 인간을 사랑했다♬ (上)
바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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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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