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되라
옥원 1리 154kv 송전탑 (2)
이곳 삼척시 호산리의 송전탑은 ‘강원남부발전’이 호산에 들어서면서 따라 들어옵니다. 그 송전탑은 지금 사람이 살고 있고 송전탑이 들어와도 그 아래에 사람이 살도록 내버려둔 채 설계를 다 마쳤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귀향한 옥원 1리 이장님이 지금껏 몇 년을 반대하고 항의하고 삭발까지 했습니다만, 삼척 핵발전소 건립에 지장을 초래한 그 국회의원도 들은 척 안한다 할 만큼 너무 진행된 사업, 몇 사람들의 피해, 그 정도의 울림만 들립니다. 여기가 우리들 무력감의 자리입니다.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 중죄인 것입니다. 아니 칠십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 이 동네에서 일찍 알게 되었다고 한들 어떤 다른 일이 일어날 수는 있었을까요.
그런 마당에 우리 모두의 후회는 ‘힘이 없어서 우리가 졌다’는 오랜 인식은 배제합니다. 지금 이 글은 ‘모두 함께 싸워주십시오’ 하는 요청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힘없는 사람들의 반성과 후회를 먼저 들려주려는 것입니다.
우람한 송전탑을 허락하면서 송전탑이 안겨줄 풍요를 선물 인식했던 것은 아닌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신음에 눈감아 버리면 더 쉽게 살아가는 길이 열릴 줄로 인식했던 것은 아닌가. 밀양 할머니들의 싸움에 눈감고 있다가 송전탑 괴물 여기까지 밀려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내 삶터가 남들의 처분에 맡겨진 줄도 모르고 무심하게 살았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어쩌면 이 가난한 사람들의 최선이라는 것이 이대로 송전탑 아래에서 무시무시한 고압선이 뿜어대는 유해전자파를 덮고 매일 밤 잠들면서 ‘저기 도시사람들은 병 생긴다고 멀리치우는 이 괴물을 왜 우리는 품에 안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원망을 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송전탑을 단지 마을 외곽으로 밀어내는 일을 하는데 아직 늦지 않았다고, 조금 늦었을 뿐이라고 믿습니다. 철탑을 조금만 마을 바깥으로 사람 살지 않는 곳으로 밀어 올리는 일이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세상 누구도 유해전파 이불을 덮고 살 수는 없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몇 사람 아파서 수많은 사람 전기요금 덜 낼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가난한 삶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 거대한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생겨난 그 아래에 우리들의 집이 있고, 그 집 안마당에 이런 기념비 하나를 세울 일도 생겨 날 것입니다.
저 위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주는 풍요와 편리로
자연과 사람의 생존권을 맞바꾼 후회!
이진희 미카엘 신부/사직동 성당
출처: 천주교 원주교구 들 빛 주보 5월 10일 부활 제6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