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혁신과 경쟁촉진을 위한 중장기 전략 연구: CBDC 기반 은행산업 구조개편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이론적 검토
□ 디지털 금융혁신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기도 하지만,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의 뱅크런 사태를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전례 없는 속도의 뱅크런을 초래할 수도 있음.
- 오픈뱅킹, 온라인 예금중개, SNS를 통한 빠른 정보 교환 등 디지털 기술로 인해 예금자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뱅킹 시대에 비해 예금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은행 간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의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음.
□ 최근 유럽의 중앙은행 전문가들은 뱅크런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는 방안으로
(1) 중앙은행이 예금을 독점적으로 수취하고,
(2) 이 예금을 패스스루 형태로 은행에 대출하면,
(3) 은행이 이 자금을 기반으로 민간차주에 직접 대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하였음.
- IMF 이사와 산마리노 중앙은행의 총재를 역임한 Biagio Bossone는 예금을 중앙화(centralization of deposit taking)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이나 법정화폐 발권력 등으로 인해 뱅크런 위험이 제거되고,
- 패스스루 형태로 대출을 분산화(decentralization of lending)하면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수취한 예금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서 대출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중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주장
-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경제이론에 기반한 경제학적 근거는 제공하지 않았음.
- 최근 중앙은행전자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에 대한 개념적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데, 중앙은행이 CBDC를 전 국민에게 소매형으로 발행하면 사실상 전 국민으로부터 직접 예금을 수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상기의 중앙은행 예금독점화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됨.
□ 본고는 엄밀한 경제이론 분석을 통해 소매형 CBDC를 활용하여 중앙은행이 예금을 독점하고 패스스루 형태로 민간은행이 대출을 하게 하는 새로운 은행시스템의 효과를 분석
- 본고는 중앙은행이 결제성 예금을 독점하되 순수저축성 예금은 민간은행이 여전히 수취하고,
- 민간은행이 대출을 하고 싶을 경우 중앙은행에 대출재원을 요청하면 중앙은행은 요청받은 금액만큼 민간은행에 장기로 예금하며,
- 민간은행 시장에 기존의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빅테크가 진입할 수 있도록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의 효과성을 분석하였음.
□ 분석 결과, 소매형 CBDC를 활용한 상기의 신규 은행시스템에서는 뱅크런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면서도 자금중개의 효율성이 기존 은행시스템에 비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남.
- 뱅크런 방지 측면
기존의 은행시스템에서는 예금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은행을 불신하여 대량 인출을 요구하면 은행은 대출을 조기청산하여 현금화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당장 인출을 요구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예금자들에 대하여 미래에 예금을 상환할 재원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모든 예금자가 너 나 할 것 없이 뱅크런에 동참하는 문제가 발생
그러나 신규 은행시스템에서는 예금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중앙은행을 불신하여 대량 인출을 요구하더라도 중앙은행은 발권력이나 정부로부터의 차입 또는 재정지원 등 특별한 권한을 사용하여 예금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을 조기청산하여 현금화할 필요가 없음. 따라서 지금 당장 인출할 필요가 없는 예금자는 예금인출을 요구하지 않게 되어 패닉에 기반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게 됨.
- 자금중개의 효율성 개선 측면
기존 은행시스템에서는 차주가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의 일부를 거래과정에서 타은행으로 이체하기 때문에 대출을 집행한 은행은 유동성 유출을 경험하게 되고, 유동성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자산을 확보해야 하며, 이러한 유동성 관리 부담으로 인해 대출가능액이 제한되어 국민경제가 원하는 수준만큼 대출을 공급할 수 없음.
신규 은행시스템에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중앙은행에 결제성 예금을 맡기기 때문에 모든 이체가 중앙은행 내부의 자은행 이체가 됨. 즉, 대출이 아무리 많이 집행되더라도 중앙은행이 유동성 유출을 경험하지 않게 되고 대출가능액에 제한이 없어지므로 국민경제가 원하는 수준의 대출을 항상 공급할 수 있게 됨.
□ 그러나 소매형 CBDC에 기반한 상기의 은행산업 구조개편안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현실적 한계도 노정하고 있음.
- 시장규율 약화
결제성 예금은 은행이 예금자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상실하면 뱅크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규율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의가 있으나, 신규 은행시스템이 도입되면 중앙은행이 결제성 예금을 독점하여 뱅크런이 사라지므로 이러한 규율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
-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의 복잡성 문제
중앙은행이 결제성 예금을 받고 패스스루 대출을 은행에 제공하면, 통화정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음.
- 정치적 대출의 문제
중앙은행이 패스스루 대출을 통해 민간은행의 민간차주에 대한 대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 과정에서 정치적 관여가 이루어져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
- 경쟁 확대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가
상기 신규 은행시스템은 결제성 예금과 관련된 유동성 위험은 제거하지만 대출경쟁의 확대를 통해 신용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
- 정보 집중 문제
중앙은행이 결제성 예금을 독점하면 국민의 모든 경제활동의 이면에 있는 지급결제 정보가 중앙은행에 집중되면서 소위 빅브라더 현상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음.
□ 상기와 같이 다양한 한계가 존재하므로 소매형 CBDC를 활용한 신규 은행시스템을 당장 우리 경제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는 있음.
- 유동성 관리, 대출 공급, 뱅크런 등 은행시스템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음.
- 은행시스템 전반이 아닌 일부 국소적인 영역, 예컨대 특화전문은행이 필요한 영역, 지방은행의 역할 확대가 필요한 영역 등에 있어서는 유동성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영역에서 상기 신규 은행시스템의 제한적인 적용을 고려할 수 있음.
-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금융의 발전 과정에서 디지털 뱅크런이 크게 우려되고 유동성 제약에 따른 대출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경우 상기 신규 은행시스템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려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