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로페이 시범시행에 나선지 한 달, 현장에서는 실적 할당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다. 서울시 및 서울 각 구청 공무원들은 박원순 시장의 제로페이 흥행을 위해 오늘도 상가를 돌며 가맹점 가입을 부탁하는 처지다.
제로페이는 가맹점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인식해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공약의 하나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춘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제로페이 도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공약에 따라 은행 20곳, 간편결제사 4곳 등 모두 24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20일부터 제로페이의 시범시행에 돌입했다.
제로페이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도입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제로페이의 결제수수료는 ▲매출액 8억 원 이하 0% ▲매출액 8억~12억 원 0.3% ▲매출액 12억 원 초과 소상공인 0.5%가 적용된다
◇설익은 제로페이 흥행 부진
문제는 제로페이가 충분한 준비 없이 도입되면서 부족한 가맹점 숫자에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서비스 시작 당시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한 곳은 3만 여개로 서울시 전체 업체 66만개 중 5%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5%의 가맹점을 찾아 사용을 이끌어 낼만 한 유인도 부족하다. 소득공제 40%와 지자체 시설물 이용할인 등이 있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편의성이나 혜택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알리페이가 대성공한 중국의 경우 부족한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페이결제 시스템의 흥행 바탕이 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 특히 소비자의 카드 선호도가 높아 소비자를 끌어들일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카카오페이의 제로페이 불참으로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 점도 흥행 부진을 뒷받침했다. 결국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도입 취지에도 출시 보름간 일평균 100건 내외의 결제 건수를 기록하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흥행 부진 결과는 실적 할당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제로페이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가장 힘들어진 이들은 실적할당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다.
서울시는 구청 등 산하기관 및 직원들에게 실적 할당을 직접적으로 하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구청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다르다.
서울 소재 한 구청 공무원은 “서울시의 제로페이 실적 할당 때문에 요즘 자주가는 식당들을 돌고 있다”며 “가입에 동의만 해주면 신용정보가 포함된 서류도 모두 작성을 대신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청 공무원도 “관련 부서도 아닌데 요즘 영업사원이 된 기분이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자주 가는 식당이나 상점은 물론 친인척이나 지인도 동원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심지어 서울시 한 관계자는 “실적할당 등 제로페이의 문제점이 보고로 올라 갔지만 상부의 제로페이 도입 의지가 너무 강해 완급 조절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직접 지시했거나 서울시가 가맹점 확보 수에 따라 구청에 특별교부금을 지급하면서 구청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실적 할당이 내려진 상황인 셈이다.
- 기사 링크
https://news.v.daum.net/v/20190121060015403
이 기사와 별개로 오늘(2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제로페이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 결과 총 15개 사업자가 신청했다고 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11번가, 이베이, KT, 한국전자영수증, KG이니시스, 코스콤, 한패스, 핀크, 이비카드,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티모넷, 하렉스인포텍, KIS정보통신, KSNET 등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사에서 언급된 문제들이 해결되어 제로페이가 흥행제로에서 벗어날수는 없다고 본다.
앞서 언급된 다른 문제들은 해결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쏟아 붇고 있는 홍보비 정도의 효과라도 있으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