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이 같은 사람들과 웃고 울다가 누가 걸음을 멈추면 그이를 땅에 심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별의 입구
일생 딱 한 번 축복처럼 열리는 작은 문
함께 걷던 이들이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문 앞에 떨궈놓고 이내 총총 흩어진다
그런 밤은 먼 하늘에서 배를 한 척 보내와 무덤과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해 있다가
그믐이 되면 그달 무덤까지 내려와 멈춘 걸음들을 서쪽 하늘로 데려간다
그리운 눈을 하고 가만히 보면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3.12.09.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일은 익숙해지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단톡방에 간간이 글을 올리시던 분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함께 가던 누군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일생에 딱 한 번 열리는 문을 향해 걸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 문에 이르기 위해 그가 한평생을 쉼 없이 걸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슬픔과 함께 짠하다는 감정이 밀려들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뒤, 뒤에 남은 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다 털어버리고 그는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한 배를 타고 먼 하늘로 갔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밤 문득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을 발견하고 그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