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여름비가 추적거리는 날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누구든지 이런 충동에 사로 잡혀본 경험들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쩐일인지 항상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는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어데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것 !
이런 생각들이 날 지금까지 떠돌게 했고
떠돌면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골 오지마을과 한적한 절간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어딘가 가고 싶을적에는
혼자서 슬그머니 오지마을로 떠났다.
이런 이유때문에 나는 차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는 장사를 하게된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병천 아우네 장터.....
50년전 모습이 그대로 고이 간직되어온 진천 시골장터로 시작해서,
증평,괴산,단양 나룻터,영춘 구인사,상동,녹전 두메산골 작은 장터에는
토담집 손바닥 만한 장터에서 장이 선다
그곳은 아마 내가 지금까지본 장터중에서 제일작은 장이 었을것이다.
토담집 마루에는 할머니들이 걸터 앉아 있고
뭐 기웃거릴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곳 저곳 기웃거린다며,
한개에 500원 하는 머리핀과 머리댕기,얼굴에 바르는 분,
빨강 장미가 그려져 있는 몸빼바지........
이런것들에 눈길이 간다.
그것들이나 사가지고 우리 색시 갔다가 줄까 ?
한참을 기웃거리다 태백산 봉우리를 넘어갈 때는 구름위로 차가 간다.
구름위 봉우리를 내려오면 삼척군 풍곡리 풍곡 초등학교.......
전교생이 50 명 정도 밖에 안 될것이다.
그곳에 차를 세워놓고, 2시간정도 험준한 계곡물을 따라 걸어들어가면
우리나라 최고에 오지마을 용소골이 나온다.
세상에 이럴수가 !!!
그런 첩첩산중 마을에 7~8 가구가 아직도 옹기종기 모여산다.
모두 산비탈을 개간하여 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들이 이승복 어린이를 무참히 죽였을때
공비들이 그 용소골 계곡을 따라서 침투한 곳이라 한다.
용소골에는 풍곡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내가 걸어서 두시간 가는 거리를 그 아이들은 한시간이면 간다고 한다.
가다가 날이 더우면 계곡 높은 바위에서 다이빙까지 하는 묘기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나는 1초만 발을 들여 놔도 온몸이 얼어붙어 심장마비가 날것 같은 그 계곡에서 말이다.
산호정사도 그곳에 있다.
말이 절간이지 첩첩산중 화전민이 버리고간 집을 수리해서
한 까까 머리 스님이 살고 있다.
도호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다.
20 대 중반에 속리산 법주사로 출가해 5 년 정도 그곳에서 수행을 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곳은 전기불도 없고, 테레비도 없고,신문도 없고,세탁기도 없고,컴퓨터도 없고,
그 흔해 빠진 라디오도 없다.
어디 그것 뿐이랴 ?
부엌에 들어가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마른멸치 두마리,마른 새우 두마리,곰팽이가 팍 슬어 버린 김치를 비롯하여
국수 한주먹,소금 한주먹,쌀도 한주먹 막소주 한병.........
그것 밖에 없다.
완전히 먹통 절간이다.
그 양식을 얻어 먹는것이
마치 걸렁뱅이 궁뎅이에서 콩나물을 빼먹는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곳에 갈때는,쌀 한말,라면 한박스,막소주 댓병 두개,마른오징어....
그리고 수박 한통등을 베낭에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간다.
( 왼쪽 도호스님 오른쪽 허공의 말뚝 )
태백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내가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는
저물녘에 베낭에 먹을것을 잔득 짊어지고 가다가 날이 어두워져
첩첩 산중에서 그만 길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가도 가도 산넘어 산이요,물건너 물이고,
두견새와 휘파람새 는 번갈아 가며 울고 있었다.
휘파람새 에게 홀리면 큰일난다는 옛 어른들에 말이 문득 떠올랐다.
늑대 우는 소리 비슷한 소리도 들려온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민가에 불빛조차도 없이 반딧불만 번쩍번쩍 하는 첩첩산중 !!
어찌할줄을 몰라 그냥 그자리에서 털석 주저 앉아
하느님,부처님,예수님,성모마리아님 을 외우며 기도 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냐~~~옹 하는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근처에 민가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살금살금 그 검은 고양이만 따라서 갔다.
검은 고양이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 하면서
힐끗 힐끗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며 계곡을 따라간다.
잠시후
커다란 고목나무가 있는 곳에서 우뚝 몸을 멈춘 검은 고양이 !
그런데 앗 ! 이것이 웬일인가 ?
그곳이 바로 도호 스님이 살고 있는 산호정사가 아닌가 ?
그때의 그 반가운 기분은 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들것이다.
목마른 사막에서 오아시를 만난 기분이다.
나는 검은 고양이에게 고맙다고 몇번이나 절을 했다.
그런데
스님은 안계시고 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잠겨져 있는것이 아닌가 ?
완전히 조져 버렸다.
체면이고 뭣이껭이고 따지다 보면 불귀에 객이 될것 같아서
라이타 불을 켜서 더듬더듬 거리며 아예 오두막 문짝을 하나 떼어내 버렸다.
방에 들어가 등잔불을 밝히고 베낭을 풀어서
두견새,회파람새, 반딧불,검은고양이, 친구삼아 막 쇠주 한병을 비워 버렸다..
그곳에서 몸에 꼬쟁이 하나만 걸치고 계곡길을 따라서 발길 닫는데로 돌아다니다,
날이 더우면 꼬쟁이 마져 벗어 던지고, 완전히 발가벗은 상태로 돌아 다녔다.
그래도 누구 보아 주는 사람하나 없고,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도 없다.
한 삼일 밤낮을 내멋대로 뒹굴며 지냈는데도 도호스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올때는 떼어낸 문짝을 그래로 맞추어 놓고,
부처님 앞에 봉투하나 내밀고,
"코쟁이 왔다가 갑니다." 라는 편지 한장 남겨 두고 오두막을 나왔다.
그 스님은 나를 부를때마다 항상 코쟁이라고 부른다.
그 스님에 십팔번지 노래를 못듣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언니이~~~~는 조오켔눼~~~~언니이~~~~는 조오켔눼~~~
혀엉부에~~~코가커서 언니이~~~~는 조오켔눼~~~"
이런 노래를 염불을 하듯이 잘도 부른다.
그 스님이 있었으면 계곡에서 같이 발가벗고 목욕도 했었을 텐데......
한번은 그 스님과 계곡에서 목욕을 할때 이런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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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말뚝 방랑기 제 1 부는 여기서 막을 내리고, 담배한데 끄슬린다음
곧이어 제 2 부 가 시작이 되겠습니다.
첫댓글 후후.. 말뚝님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용한 재주가 있는듯 싶네요.. 얼렁 2부 보러 가야지..
글을 올리지마자 곧바로 들어와 관람을 해주신 첫 손님이군요.이렇게 정통으로 마주친다는것은 외나무다리에서 웬수를 만나는것 보다 더 힘든 일인것 같은데,몇일만에 들어오자마자 달님을 대하니 감개가 무량할 뿐입니다.부디 가시는 길에 영광이 함꼐 하시길.....
방랑기 에 따라 이부 갑니다요
왜이렇게 길어 눈아퍼죽것네, 미성년자여두 아~암시럽지두 안허구먼 그러네유
무슨 고소한 이야기가 있나 했지. ㅋㅋㅋㅋㅋ
부처에 뜻을 두고있으나 담배는 끄슬리고 자비로운 법문을 외우는 그 입으로 술만 잘 드시는 선사님. 어찌 남이 소고기 닭고기 먹음을 탓하시나이까. 남이사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든 아이스크림을 익혀 먹든 상관하지 마시구랴.
그러니까 쇠고기먹는사람이 개고기먹는사람을 비난을하는 경우는흔해도,개고기 먹는사람이 쇠고기먹는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가 힘든것 아닙니까? 겨묻은 개가 똥묻은 개를 비난하는 경우는흔해도,똥묻은 개가 겨묻은개를 비난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것이 아닙니까 ? 나는 개고기먹는 사람입니다 ㅎㅎㅎ
불판에 아이스깨끼 한번 구워 먹었다가 여러 소리 듣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