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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채로 정신 없이 지나간 을사년이었다. 음력 달력으로는 두 달 남았다. 2025년의 송년 산행을 20일(음력 11월 1일) 북한산 불광사~탕춘대성으로 다녀왔다.
부러 느긋하게 오후 1시 서울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 출구로 정했다. 점심을 들고 모여 김밥을 산다느니, 컵라면을 끓인다느니 부산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북한산에 살다시피하는 바수구리 형님(71학번)이 맨먼저 단톡 방에 "출구 건너편 빵집에 있으니 오시라"고 문을 두드렸다.
사실 역에 나타난 순서는 알(82학번)이 먼저였다. 11시 30분쯤 3호선 불광역에서 하차, 걸어 올라와 불광근린공원을 거닐었다. 호젓해 좋았고 휠체어로 오갈수 있는 데크가 잘 깔려 있었다. 아미산이라고 하는 곳이 남쪽으로 연결돼 있다. 아미라니, 희망과용기 회장(80학번)이 산 위 달마바위에서 내려다보며 우스갯소리를 했듯 BTS 팬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ㅋ
여튼 알 다음에 바수구리, 지리산, 감자바우, 법상, 꼬맹이, 호랭이, 산바람, 희망과용기, 멍게, 그린란드, 아브믈이 차례로 도착했다. 10분 늦게 도착한 분이 있어 오늘의 들머리로 향했다. 아톰 형(81학번)은 불광사 앞 벤치에서 합류했다. 무려 13명이다. 5월에 나 혼자 정기산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감격이다. 버겁다.
어쩌다 바수구리 형님과 후미를 형성하게 됐다. "아, 이 동네, 20년 만에 왔네" 하시면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후배들이 정신 없이 선두를 좇는 것과 달랐다. 김영기 KBL 전 총재와 을지로 3가에서 점심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꼭 그러셨다. 파주옥에서 점심을 했는데, 그 가게 앞을 한참 서성이며 "어릴 적 뛰놀던 동네인데, 임 국장이 이런 곳에 불러줘서 추억을 돋을새김해줘 너무 고맙네" 그러시는 거였다.
나중에 송년회에서 바수구리 형님은 "북한산을 오늘로서 603회 다녀온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산에 다녀온 기록을 꼼꼼히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럼에도 독바위 쪽은 20년 만이라는 것도 놀라웠다.
형님도 스틱을 쓰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뾰족한 부분에 덮개를 씌운 덕이다. 다른 이들은 아스팔트 보도에 금속을 마찰시켜 상당한 소음을 일으키는데 형님은 그냥 조용하다. 평소 산에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언행에 어긋남이 없다. 더욱이 아브믈 형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붕어빵을 스무 마리나 사느라 지체하니까, 앞선 일행이 사라진 골목 들머리에 서서 기다리는 배려까지 했다.
13명 대오가 갖춰진 뒤, 회장의 문화해설이 시작됐다. "예로부터 이곳을 웃산이라 했다.해서 불광동이란 지명이 붙여졌는데 한 번 생각해보라. 불광교회 운운하는 것이 괜찮은지?" 과연 그렇네 생각했다.
바위와 대소 사찰이 많아 부처의 서광이 서려있다고 해서 전해진 것이 불광동이다. 불광동 지역에는 삼각산 자락을 중심으로 불광사를 비롯해 여러 사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선시대 한성부 성저십리에 속하였다. 고종 4년(1867)에 편찬된 '육전조례'에는 한성부 북부 연은방(성외) 불광산계라 했다.
사실 미리 둘러본 불광근린공원 주변은 재개발이 진행되는 듯 철거 공지가 된 곳들이 상당했다. 날씨 탓인지 우중충했다. 늘 연신내나 불광 등 북한산 들머리가 되는 곳들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르신들도 유독 많아 보이고,
불광사 입구를 따라 오르면, 어렵지 않게 족두리봉 왼쪽 아래 향림폭포 쪽으로 향하게 된다. 아브믈 형(81학번)은 다음날 동연이와 삼척 바다를 보러가야 해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벌써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내려갔다가 뒤풀이 장소로 오겠다고 했다. 40분 만이라고 본인이 얘기했다. 그렇게 다시 열두 명이 됐다.
애초에 계획은 향림봉 갈림길 거쳐 기자봉 올라 진관봉, 삼각점봉 거쳐 향로봉에 이르러 탕춘대성으로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시계가 좋지 않아 정상과 능선 산행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체력이 좋지 않은 이들이 있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톰 형은 걱정이 많았는데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낮게 가라앉고 제법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좋았다. 언뜻 비치는 북한산 봉우리들을 알현하는 재미도 있었다.
호랭이가 많이 힘겨워했다. 꼬맹이는 늘 그렇듯 꿍얼대도 씩씩하게 나아간다.
법상 얼굴을 똑닮은 달마 바위를 올려다보며 문화해설이 이어졌다.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온 것이었는데 왜 동쪽으로 간 까닭으로 바뀌었는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향림봉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들어서 탕춘대성 잔해를 넘는데 호랭이가 마냥 신기해 한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지은 성으로 지난해 4월 9일 사적으로 지정됐다. 근처 세검정에 있던 '탕춘대'(蕩春臺)에서 따왔다. '봄(春)을 질탕(蕩)하게 즐긴다'는 뜻으로 연산군이 타락했던 시절 이 일대에 있던 고찰 장의사(藏義寺)를 철거하고 탕춘정(蕩春亭)을 지어 연회를 즐겼던 데에서 비롯했다. 연산군 폐위 후 탕춘정은 사라졌지만, 이름은 남아 있었고 숙종 때 이곳을 지나는 성을 지어 탕춘대라 이름붙였다. 영조 30년인 1754년에 탕춘대를 '연융대'(鍊戎臺)로 바꿨는데, 성 이름은 그대로 뒀다.
우리는 탕춘대에 이르기 전에 이미, 질탕한 겨울을 즐겼다. 바수구리 형님이 꺼낸 '서티 이어스 올드'로 을씨년스러움을 달궜다. 난 늦게 도착해 억울했는데, 누군가 나 먹으라고 따라준 잔을 호랭이가 낼름 마시더니, 내게 건넸고, 다음에도 나 보고 먹으라고 건넨 잔을 호랭이가 낼름 마신 뒤에 한 모금이나 두 모금을 건넨 것이었다. 그를 향해 끼얹을까 하다 가 아까워 나도 낼름 마셨다. 과연, 목젖을 찌릿하게 흘러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예전 지리산 천왕봉에서 그냥 형님(76학번)이 따라 주신 헤네시 코냑의 감격에 버금갔다.
탕춘대 길은 폭군이 놀러 다닌 길이라 말 행렬이 다녔던 곳일테니 편안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바수구리 형님 못지 않게 북한산을 다닌 아톰 형이 옥천암을 다른 곳과 혼동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우리는 상명대 가는 길로 올라서지 않고 그 아래를 빙 둘러 옥천암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여러분, 상명대 가는 길로 올랐다가 그 학교로 향하지 않고 옥천암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도 있어요. 눈썰미 좋은 분들은 보셨겠지만 옥천암 내려가기 직전에 북한산 둘레길 7코스 표지가 나오거든요. 그 길로 가시면 중간에 보현봉 바라보는 전망 포인트가 나온다. 상명대 버스 종점에서 걸으면 10분도 안 걸리는 지점인데 상당히 멋진 전망을 제공한다. 일행한테 알려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바수구리 형님은 계속 추억에 잠겼다. 북한산 자락에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포방터 시장의 안온함도 이제 내려다볼 수가 없다. 이렇게 산행을 3시간 만에 마쳤다.
송년회 약속 시간이 남아 희용 회장의 안내로 버스 타고 경복궁역에 내려 고궁박물관에 들렀다. 바수구리 형님에게만 알려드렸는데, 적선동 먹자 골목을 지나 경복궁 돌담길 쪽으로 우회전해 조금만 걸으면 '테일러 커피숍'이 나온다. 지난 여름 문을 열었는데 커피 맛집에 뷰맛집으로 인기가 높다. 둘이 찾았을 때도 엄청 많은 이들이 앉아 있었다. 슬라이딩 문을 가을에도 열어놓아 경복궁 단풍을 완상할 수 있다. 눈 많이 오는 날도 괜찮을 것 같으니 꼭 한 번 찾아보시라.
고궁박물관에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2층 전시실에서 일본 궁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고궁박물관에서 이런 전시회를 하는 것이 맞나 싶다가도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이라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갸웃거려졌다.
1층에는 순종황제 자동차 두 대가 전시돼 있다. 얕은 지식으로 알기로, 고종이 망국의 대가로 자동차를 몇 대 챙겼다. 내 아는 이 가운데 나라가 망해가는데 개인적 취미를 충족시킨 군주의 어리석음을 비분강개하는 이가 있다. 고종은 캐딜락을 탔는데 어차로 쓰기 위해 다임러 리무진 두 대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순종황제가 물려받았다. 사실 달릴 만한 도로가 없어 늘 세워져 있었다. 다임러 리무진이 세상에 한 대 밖에 없는 이 모델이 한국에 두 대나, 그것도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아무튼 그렇게 한 시간쯤을 유익하게 고궁박물관을 돌아보고, 연합뉴스 사옥 지하 베이징 코야로 옮겨 송년회를 했다. 각각 사정이 있었던 아브물, 꿈푸리, 마포나루, 가상이에다 재로까지 간만에 함께 해 모두 17명이 함께 했다. 그 숫자만으로도 가슴이 참으로 오랜만에 그득했다. 각자 소회 및 건배사는 호랭이 글을 참조.
2025년 정기산행 결산
| 1월 | 한탄강 물윗길 | 바수구리, 그린란드, 희망과용기, 산바람, 아톰, 아브믈, 알자리라, 꼬맹이, 지리산 | |
| 2월 | 춘천 금병산 | 감자바우, 지리산, 희망과용기, 그린란드, 꿈푸리, 아톰, 피플러버, 하늘길, 산바람, 알자지라 | 시산제 |
| 3월 | 북한산 영봉~백운대 | 알자지라, 감자바우, 지리산 꿈푸리. 아톰 | 홍성필과 조우 |
| 4월 | 서울숲~남산길 | 알자지라, 희망과용기, 아톰, 감자바우, 꼬맹이, 지리산 | |
| 5월 | 내곡동 둘레길 | 알 | 혼자! |
| 6월 | 남산 둘레길 | 알 대장, 산바람, 아톰, 마포나루, 꼬맹이 | |
| 7월 | 상암공원과 양화진 | 알 대장, 희용 회장, 산바람, 감자바우, 아브믈, 아톰, 꿈푸리, 꼬맹이, 지리산 | |
| 8월 | 남양주 문안산 | 당최, 희망과용기, 산바람, 감자바위, 아톰, 뜬구름, 하늘길, 꿈푸리, 꼬맹이 | 알 혼자 후속 산행 |
| 9월 유명산 알자지라, 산바람, 꿈푸리 알 혼자 중미산 산행 | |||
| 10월 | 상암동 하늘공원 | 알 대장, 희용 회장, 꼬맹이 | |
| 11월 | 북한산 영봉 | 알 대장, 희용 회장, 꼬맹이, 산바람 | |
| 12월 | 북한산 기자능선 | 알자지라, 희망과용기, 산바람, 감바, 호랭이, 아톰, 지리산, 꼬맹이, 바수구리, 법상, 멍게, 그린란드, 아브믈 | 송년회) 만사지당, 가상이, 마포나루, 재로 |
번개 산행
5월 29~30일 설악산 공룡능선 알, 희용, 산바람, 감자바우, 그린란드, 아톰, 꿈푸리, 하늘길
10월 16~18일 지리산 종주 알, 희용, 산바람, 아톰, 꿈푸리, 지리산
회비 정산
2024년 이월금 334만 1640원
2월 시산제 26만 1800원
3월 산행 경비 13만 7000원
7월 산행 경비 29만 7000원
10월 27일 정경환 부인상 근조기 3만 3500원
11월 17일 안은섭 모친상 근조기 3만 9000원
11월 잔액 257만 3340원
12월 송년회 베이징코야 124만 3000원
청진영양센터 11만 1000원
12월 잔액 121만 9340원
2026년 산행 계획
1월 홍성 오서산
2월 홍천 계방산
3월 순천 조계산(1박 2일)
4월 영남알프스(1박 2일)
5월 담양 추월산, 광주 무등산(1박 2일)
6월 바래봉~노고단 종주(1박 2일)
7월 동해 두타산
8월 서울 산
9월 가평 화악산
10월 고성 향로봉(일년에 한 번 개방하는데 온라인 신청해야)
11월 남덕유~덕유산(1박 2일)
12월 서울 산
3월 초 백두대간 마무리 축하 번개산행(마산봉~진부령)
송년회 과정에 많은 회원들이 은퇴한 관계로 토요일만 고집하지 말고, 지방 산행의 경우 금요일과 토요일 일정으로 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일리 있는 지적이며, 거의 유일하게 직장에 얽매여 있는 꼬맹이는 휴가를 내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물론 위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겠다. 유연하게 하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기를 쓰면서 개인적인 감회를 쓰는 것이 용납된다면, 나름 힘겨웠던 한 해를 그나마 견디게 해준 것이 산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데 나라 걱정도 많았고 세상 걱정이 많았던 한 해였다. 정기산행 날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봤다.
1월 18일 윤석열 구속 전 심문
2월 15일 광주 금남로 윤 탄핵 반대 집회
3월 15일 윤 파면 촉구 광화문 범국민대회
4월 19일 내란 청산 촛불 집회
5월 1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광주 방문
6월 21일 윤석열 경찰 3차 출석요구 사흘째 불응
7월 19일 내란 특검 윤석열 공소 제기
8월 16일 광화문과 서울역 탄핵 찬반 집회 대결
9월 20일 내란 특검, 윤석열 24일 소환 통보
10월 18일 장동혁, 윤석열 면회
11월 15일 한미 팩트 시트 합의
12월 20일 김건희 특검, 윤석열 8시간 조사
새해는 더욱 힘차고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자세해서 유익했고,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그렇게 꿍얼댔나요? 앞으론 주의해야겠습니다.^^ ㅋㅋㅋ
한해를 보내는게 한 두번도 아니지만, 익숙해지지 않네요.. 하루가 편안한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산행기와 한해 결산 잘 봤습니다.. 내년에도 즐겁게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