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근무를 하던 아내 직장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
수년 전 알바를 시작, 틈틈이 일하다 지난 6월 새 직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신분은 정규직이라고 했다. 아내는 생애 최초로 버젓한 일자리를 얻었다며 몹시 기뻐했다.
이런 소식을 뒤늦게 '통보'받은 나는 가장 먼저 50대 후반인 아내의 건강 문제를 떠올렸다.
시간이 날 때 자유롭게 일하는 알바와는 달리 매일 출근, 8시간씩 근무해야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상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고, 여행과 휴양을 하는 데도 일정한 제약이 따르게 된다.
적지 않은 나이의 아내이기에 혹시라도 고혈압 등 건강이 악화되진 않을지 심히 걱정됐다.
이 같은 아내의 근무처 변동에 관한 의견들을 들어보기 위해 얼마 전 '가족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아내의 이직을 존중하자는 견해가 다수였다. 다음은 가족 회의 발언 내용들이다.
- 딸 : 엄마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아들 : 마찬가지다. 처음엔 엄마 건강이 우려돼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으나,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찬성한다.
- 아내 : 근무가 불규칙적인 알바보다는 정규직이 훨씬 나을 듯싶어 이직하기로 결정했다.
새 직장에 다닌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 근무에 보람을 느낀다. 거기에 수입도 따르니 일석
이조다. 솔직히 수입보다는 날마다 근무 가능한 일자리가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만약에 일하다가 건강에 무리가 생기면 즉각 그만둘 테니 너무 신경쓰지 말기 바란다.
- 나 : 건강이 가장 큰 불안 요소다. 나이가 많지 않은가? 건강 위험 요인이 있는데도 정규직
을 택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내년엔 생활비를 조금 늘려 줄 계획이다. 재고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우리 가족 구성원들 4명 가운데 나를 제외한 3명이 아내의 이직에 동의했다.
결국 나는 구성원들 다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로 작정했다.
지금 아내는 의욕적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만 귀가 후 좀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며칠 전, 회사 근무 중 아내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2시간 연장하고 갈게요."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짧은 문장(두 줄) 답신을 전송했다.
"고생 많아요.
미안하고 고맙네."
결혼 이후 아내를 향해 일부나마 높임말을 쓴 것은, 글에서나 말에서나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처럼 평어체를 사용하려다 경어체로 바꾼 것이었다. 쑥스럽지만 '사의'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내의 '도전'이 스스로 계획한 '성과'로 이어졌으면 한다. 온가족이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돕겠다.
첫댓글 영상으로 그려질 정도로 생동감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가족 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그리고, 가족 중 아들이 공여자입니다)
가족들의 의견이 말해지고,
민주적인 절차로 서로가 존중되어지는
가정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나이가 지난 분들이니 판단이나 결정이 틀리지 않겠지요.
화목한 가정을 이끄시는 가장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당사자를 포함한 다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온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가사일을 도와 드려서 아내가 좀 더 쉴수있게 하시면 좋겠지요...
감사합니다.^^
얼마 전 여사친에게 전화로 자문했더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왜 막느냐?"며 "내 동서도 열심히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저를 질타(?)했습니다.
엊그제 유튜브를 통해 '설거지 하는 법'을 검색해 봤습니다. 이제 아내가 '풀 타임'으로 일하는 만큼, 저도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