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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야호♬ (lil_ili@hanmail.net)
친정 ★ 야호스토리(http://cafe.daum.net/yaho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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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손님>
3
"대기번호 9번이시네요. 3시 30분까지 대기장소로 와주시면 됩니다."
오디션 안내를 맡은 분의 안내에 따라 대기 번호를 받아들고 후다닥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모가 나를
제일 마지막 1차 합격자로 처리해서 대기 번호가 마지막 번호가 되었다.
총 9명의 오디션 참가자, 그중에 이모가 이미 점찍어 둔 건 2명 정도 된다고 했다. 그덕에 내가 꼭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지만 내 생물학적 성별을 들켜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아직 첫번째 참가자의 오디션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정도, 그 안에 어떻게든 내 머리를 해결하고 오디션의 분위기를
관찰해서 이모한테 보고해야만 한다.
"저 죄송한데 화장실은..."
"대기실 밖으로 나가셔서 쭉 걸어가시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나와요."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후다닥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문을 닫을 때 힐끔 안을 살펴보니 나에게 처음에 시비를
걸었던 컴퍼스 사내는 굉장히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대기번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쓰윽 살펴보니 불쌍하게도 그의
대기번호는 1번이었다. 에휴, 너도 참 지지리 복도 없다.
"하아, 이제 어쩐담..."
하긴 지금 내 걱정하기도 벅찬데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폭풍우가 내려앉은 것 같이 그늘진 표정을 하고
대기실 밖으로 나와 터덜터덜 걸었다.
머리야 돌아가라, 제발 돌아가라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텅 비어버린 머리로 그저 화장실을 향해 묵묵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내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라고는 '망했다, 좌절, 절망, 실망, 귀국' 등의 암울한 단어뿐이었다.
...엄마...만날 수 있을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자자, 우리 좀 늦었지만 얼른 점심 먹고 옵시다."
"오늘 비공개 오디션인가 뭔가 한다면서요? 아까 준이 녀석 엄청 귀찮아하던데."
"그래도 좀 신나보이지 않아요? 심사 시켜서 그런가."
"이한소씨도 왔더라. 현정씨는 오늘 안오나?"
"우리 오늘 점심 해장국 어때요? 어제 너무 달렸더니 숙취때문에 속 쓰려."
그때였다. 아마도 이 건물에서 일하는 듯한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죄진 것도 없는데 왠지
들키면 안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후다닥 기둥 뒤에 숨어 그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이 엘레베이터에 타는 것을 확인한 뒤 슬그머니 사무실 앞으로 다가갔다. 투명한 유리문너머에는
온갖 사무 용품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 시선을 확 사로잡은 것은...
"시져스(Scissors:가위)!"
너무 반가운 그 모습에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2미터 넘게 점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활짝 웃으며 사무실 문을 열려고
손에 힘을 준 순간, 문이 안열린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한무더기의 사무실 사람들이 나가면서 문을 잠가버린 건가 싶어 문을 두어번 더 밀어보았으나 덜컹거리는 빈소리만
만들어낼 뿐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뭐해?"
"으악!"
겨우 해결 방안을 찾았나 싶었는데 이모양 이꼴이라니, 허무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을 푹 내쉬는데 느닷없이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으며 으아악!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고, 고스트냐?
너무 놀라서 고개가 빳빳하게 굳어버린 모양인지 뒤를 돌아볼 수가 없다. 진짜 고스트는 아니겠지? 으으.
"이런, 미안. 놀라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사, 사람?"
"그럼 귀신일까봐?"
"아휴, 놀래라."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놀라 뒤로 자빠진 내 옆에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내의 모습을 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 반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만, 이건 분명 윤준이다. 이 사람이 왜 또 여기있지?
"살짝 민망한데."
"어, 어어 죄송해요. 너, 너무 놀라서...여기 계시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심심해서 산책 중."
"아..."
윤준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얼굴만 번지르르한 왕자님이고 속알맹이는 진짜 이상한 사람 같다.
"다들 점심 드시러 나간 모양이네. 넌 왜 여기 이러고 있어? 뭐 필요해?"
"그게 시져...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한국어로..."
"아, 가위 말하는거구나?"
"네! 그래요, 그거!"
가위, 그래 가위였어!
활짝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준은 내 반응이 꽤 재미있었는지 가볍게 웃더니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한눈에 봐도 건물 출입증처럼 생긴 ID 카드였다.
"내가 문 열어준 거 비밀이야. 어차피 가위는 차고 넘칠테니까 그냥 너 가져. 기념품이라고 생각해. 기념품이라, 기념품.
내가 말했지만 괜찮은 것 같다. 그치?"
"에?"
윤준은 처음부터 내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되물을 새도 없이 유리문 옆에 카드 인식기 같은 곳에 ID 카드를
밀착시켰다. 띠딕-하는 경쾌한 기계음이 한번 울리더니 턱-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렸다.
"오!"
"가위가 오디션에 대체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쓰도록 해. 아, 그리고 모자! 쓰지마. 내가 진짜 싫어하니까."
"고맙...습니다, 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내가 고맙다는 마음을 다 전달하기도 전에 윤준은 사무실 문만 열어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금세 저벅저벅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럴때가 아니다 싶어 얼른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세가 기적을 만난 것처럼 눈물겨운 가위와의 상봉을 이뤄냈다.
"살았다!"
만세, 만세, 만세! 한국은 정말 살만한 나라구나! 가위는 정말 아름다운 사무용품이야!
"후우."
화장실 앞에 서서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 사이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으나 곧 내 걸음은 당당하게
남자 화장실로 향했다. 혹시나 누가 들어올까 싶어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 주변을 슥 훑어본 뒤 후다닥 들어갔다.
재빠르게 끝내자는 심보로 모자를 벗자 모자 속에서 갑갑하게 숨쉬던 머리가 뚝 흘러내렸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름답게 바람에 찰랑이며 내려오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떡이 져서 뚝! 떨어진 것이다. 머리 떡졌네.
"이상하지 않아야 할 텐데..."
집에서 키우는 개망나니 강아지 찰스의 털조차 깎아본 적 없는 나였기에 가위를 들고 있는 손이 가볍게 떨려왔다.
그래도 나름 3년 동안 자르지 않고 고이고이 길러온 머리였기에 막상 가위를 손에 든 채 거울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아주 조금 가슴이 아팠다. 이걸 다시 언제 기르지? 오빠가 알면 개거품 물텐데.
"엄마를 위해서야. 아자아자!"
가위를 들지 않은 한 손으로 머리를 꽉 움켜쥐고 가위를 크게 벌려 손에 힘을 꾹 주었다. 두 눈을 질끈 감음과 동시에
싹둑-하는 가벼워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머리를 움켜쥔 손등에선 제멋대로 축 늘어지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졌다. 차마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눈을 감은 채 가위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아직 길게 붙어있는
나머지 머리카락도 잘라내기 시작했다. 안봐도 삐뚤빼뚤, 내 마음대로 자르고 있는게 훤히 보였다.
'싹둑'
마지막 가위질과 동시에 머리를 움켜쥐었던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걸 깨닫고 가위를 든 손을 내렸다. 일단 1차적으로
긴 머리를 짧게 잘라내는 건 끝났다.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 둘, 셋을 세고 나면 눈을 뜨는 거야. 비록 느낌은 삐뚤빼뚤
개판오분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내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깨끗하게 잘렸을 수도...
자, 하나- 두울- 셋!
"으악!"
거울 속에는 왠 처키가 가위를 든 채 서있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결과 발표는 일주일 이내에 당사자에게만 전달됩니다."
"..."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대기실에 앉아서 힐끔 문쪽을 쳐다보니 방금 오디션을 끝마친 듯 첫번째 참가자, 그러니까 문제의
컴퍼스 사내가 자신의 가방을 가져가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실에 있는 다른 스탭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굳은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문 채 가방을 집어들던 컴퍼스 사내는 이내
휙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야."
"엉?"
"너도 조심해."
"뭐, 뭐를?"
"소문은 들었지만, 하...그 새끼 진짜 악마야."
"악마?"
"너랑 난 아까 일 때문에 찍혀서 더 심하게 굴 걸. 내가 진짜 살면서...이렇게 모욕적인 오디션은...하..."
컴퍼스 사내는 오디션 장에서 심상찮은 일을 겪은 모양인지 말을 끝내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 고여오는 눈물을 나는 아주 가까이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나 이렇게 다 큰 사내가 울면 어떻게 달래줘야하는지 모른단 말이야!
"어, 어이 컴퍼스..."
"이 드라마...확 망해버려라!"
컴퍼스 사내는 저주 아닌 저주를 강하게 내뱉더니 이내 휙 대기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잠시 조용하던
대기실은 이내 가볍게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뭔가 한없이 뾰족할 것만 같던 컴퍼스 사내가 울면서 뛰어나가버리자 괜히 손끝이 저릿저릿하고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첫번째 참가자 울면서 퇴실. 드라마 망하라는 악담을 남겼음.〕
하지만 내가 진짜 해야할 일은 오디션보다 이모에게 보고하는 것이었기에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자를 남겼다.
이모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이모는 바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린 것인지 나에게 문자 답장을
보내주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보고'하는 역할이라고 해도 어떻게 '힘내'라는 문자 한통도 안넣어줄 수 있는거지? 이모 미워.
"진짜 최악이야!"
그렇게 두번째 참가자도 독설을 남겼고,
"...연기, 두 번 다시 하지 말래."
세번째 참가자는 바다를 이룰 것처럼 울면서 나갔고,
"퉤퉤퉤!"
네번째 참가자는 침을 뱉었고,
"..."
다섯번째 참가자는 의자를 던졌고,
"이 드라마 잘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여섯번째
"악마 같은 놈!"
일곱번째
"진짜 하고 싶었는데...그랬는데...흐윽!"
여덟번째.
그리고...
"대기번호 9번 들어오세요."
아홉번째.
"대기번호 9번 안계세요?"
"아! 저, 저에요! 죄송합니다!"
내 앞으로 여덟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줄줄이 눈물 바다를 만들어내며 저주와 독설을 남기고 간 뒤, 난 그대로 넋을
놓은 채 9번이라는 대기번호를 달고 오디션장 문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요. 대기번호 9번..."
"모자..."
"에?"
"안 벗었네? 내가 두번이나 얘기했는데."
보통 국가를 막론하고 말이다, 내가 아는 오디션의 순서라면 참가자가 들어와서 인사를 하면 심사위원이든 누구든 일단
인사를 받는 상대방은 '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주고 시작하는게 정석이다.
인사를 하기 위해 굽힌 허리를 다 세우기도 전에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너무 당황해서 인사를 하다말고 어벙벙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내 바로 정면에는 왕자님같이 잘생긴 윤준이 생글 생글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 깊은 곳에 '넌 안봐도
탈락이니까 편하게 하자, 이제 귀찮다'라는 윤준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괜찮다! 왜냐면 난 오디션은 상관없이 임무 완수했고! 여자인거 안들킬거고! 사실 오디션 보기 싫으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지금 모자 벗으려고요. 버, 벗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나중에 이모한테 하이킥 맞고 날아갈지도 몰라.
결국 심사위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도 제대로 못한 채 윤준의 등쌀에 밀려 허둥지둥 모자를 쓱 벗었다.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대기번호 9번입니다."
모자를 벗고 다시 인사를 하자 묘한 침묵이 오디션장에 맴돌았다.
그건 마치...
"큭..."
"...푸웃...풉..."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침묵이랄까.
하지만 윤준에게선 어떠한 웃음 소리도 들리지 않길래 나름 기대를 하며 힐끔 시선을 옮겨 윤준을 쳐다보았다.
"...으...으하하! 아 진짜 웃겨! 대박! 처키다! 우하하하!"
내가 머리를 자르고 바로 처음에 떠올렸던 '처키'를 언급하며 실신 직전의 모습으로 웃고 있는 윤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왕자님이 진짜 경박하게 웃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경박하게...맙소사...
"아, 저기..."
"큭큭, 푸하하! 아하하! 혹시 아까 가위 필요하다고 했던 거 직접 머리 자르려고 한 거야? 대체 왜? 와, 머리 진짜 이상해!"
결국 윤준의 경박한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간 날이 샐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입을 열어 분위기를 바꾸려했다.
하지만 윤준은 내가 입을 열자마자 내 말을 싹둑 잘라내고 다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자기가 사무실 문 열어준거 비밀이라더니 저렇게 멋대로 가위에 대해서 먼저 아는 척 해도 되는거야?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고민하며 윤준을 바라보자 윤준은 두 눈을 말똥말똥 빛내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 대답을 향한 그의 기대치가 그래프 수치로 보일 것만 같았다.
"아, 그게...제가 머리가 좀 길었거든요. 그럼 다들 너무 여자 같다고 해서...그게 싫어서...모자 벗으라고 하시길래...
그럼 그 전에 자르자 해가지고...그래가지고..."
그 기대치에 부응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혀가 굴러가는 대로 입을 열고 뱉어냈다.
나 지금 뭐라는거니?
시선을 내 발에 고정한 채 땅만보고 얘기하다가 슬쩍 앞을 보니 윤준은 한 손으로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싱글벙글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 따분하고 지루하던 차에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말이다.
"진짜 직접 잘랐어?"
"네."
"진짜 웃기다. 대박 흉해. 내가 눈감고 잘라도 그것보단 잘 자르겠다!"
윤준은 너무 신나게 웃은 나머지 눈물까지 고인 모양이다. 한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쓱 훑어내더니 그와중에도 뭐가 그리
웃긴지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의 어깨를 붙잡고 혼자서만 킬킬킬, 진짜 얄밉게 웃어댔다.
내가 진짜 이모만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신발 벗어서 저 잘생긴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계속 웃어댔다.
"아, 미안해요. 내가 진짜 요즘 통 웃을 일이 없었는데, 간만에 너무 신나게 웃었네. 자, 그럼 이제 자유 연기 해봐요."
"네?"
"자, 시작."
윤준이 자신의 앞에 놓인 스탑워치 버튼을 누르더니 날 쳐다보았다. 잠시동안 유체이탈한 듯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맞은 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본의 아니게 윤준과 계속 눈이 마주치게 됐는데 그는 처키 머리를 하고 멍하니 서있는
내가 웃겼는지 고개를 숙인 채 큭큭큭 웃었다.
어깨까지 떨려올 정도로 경박하고 신나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요. 다들 그랬으니까."
고개를 들어 나지막이 말하기 위해 노력하던 윤준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또 가볍게 킬킬킬 웃었다. 그러더니 자신을 향해
있던 스톱워치를 돌려 내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쉴새없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디션이 내 목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초, 1초 빠르게 흘러가는 스톱워치 화면을 보니 괜히 초조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결국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엄마를...찾으러 왔는데요..."
내 이야기였다.
***
첫댓글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네요. 으핫으핫! 야호님 팬이에요!! 쨌든 잘 읽고 추천 누르고 사라질게요. 뿅.
준아 너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경박할 정도로 웃으면 어떡하니ㅋㅋ 잘봣어여~
팬카페에서도 보고 여기서도 보는데 정말 언제 봐도 너무 재밌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