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관리 분야의 大家 얼리치 미시간대 교수
위기니까 감원? 인재 뽑을 생각부터 하라
"단골 고객이 직접 직원에게 성과급 주는 시스템처럼… 인사관리에 외부의 힘 활용하라"
변화 바이러스 퍼트리기엔 지금이 절호의 기회, '초잠재력 인재' 데려와야…
기업가치는 인사가 좌우
기업철학과 리더십은 사람이 창출…인사혁신 없이 영업전략만 강조 땐 몰락
최고 핵심 인재를 인사 부서에 앉혀야…
외부인이 내부 인사에 참여하도록
사장보다 고객이 주는 보너스가 감동적…
참신한 시각 가진 고객 업체의 인력을 스카우트해 내부 시스템 개선 맡길 수도…
초잠재력 인재는 어떻게 구하나
단순히 돈 많이 줄 테니 잘해보자가 아닌, 권한의 범위·실수의 권리 등 제시해야…
사내 핵심인재가 인재 끌어오도록 하라…
"지금은 기업들이 '긍정의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과감하게 잘라내되 초잠재력 인재(hyper-potential)들은 훨씬 많이 뽑아야 한다."
"경기 침체가 확연한 이때 기업 CEO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분야는 HR(Human Resource·인력 관리)이다. HR을 전략·마케팅·재무 등보다 최상위 노른자위 부서로 두고 HR 혁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구조조정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칼바람이 고개를 드는 요즘 오히려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라는 역(逆)발상을 설파하는 주인공은 데이브 얼리치(59·Dave Ulrich)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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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유타주 알파인시 외곽에 있는 데이브 얼리치 교수의 자택은 연중 수시로 IBM·인텔·엑센추어 같은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1박 2일 일정으로 그를 찾아와 토론을 벌이는 워크숍 장소이기도 하다. 그의 1시간당 강연료는 평균 7만달러(약 7600만원)로 세계 최고의 경영구루로 손꼽히는 톰 피터스(약 10만달러), 게리 하멜(7만~8만달러) 등과 맞먹는다. / 알파인=이신영 기자
'세계 최고의 HR 및 리더십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2001년 '비즈니스위크'지(誌)의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랭킹에서 게리 하멜(4위)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마이클 포터(6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모두 제치고 1위에 뽑힌 '스타 교수'이다.
지금까지 '포천(Fortune)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250개 기업 6만여명의 임직원을 상대로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해 왔다. 2000년 그가 세운 '알비엘(RBL)그룹'은 리더십 전문 저널인 '리더십 엑셀런스(Leadership Excellence)'가 조사한 '최고의 리더십 컨설팅 기관' 평가(2011년)에서 2위에 오를 만큼 세계적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얼리치 교수는 특이하게 미시간대학과는 한참 떨어진 유타주에서 손꼽히는 부호촌(富豪村)으로 인구 1만명 남짓한 한적한 알파인시에 살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나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데 대학원 강의는 매년 기업 임원 대상 HR 전문가 과정을 8주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독자 연구와 기업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알파인이 너무 편하고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달에도 기업체 방문과 특강을 위해 열흘에 3~4차례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Weekly BIZ가 찾아간 알파인시 외곽에 있는 그의 자택은 훌륭한 대저택이었다. 개인 연구실에서 자리에 앉기 무섭게 얼리치 교수는 대뜸 "상당수 글로벌 기업 CEO들의 리더십 수준이 험난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협소하고 천박하다"고 꼬집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씨티그룹의 척 프린스, 바클레이즈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같은 유명 CEO들이 사퇴한 이유를 아는가? 이들의 공통된 패인은 M&A나 마케팅 같은 한두 분야에만 특화됐다는 점이다. 리더의 핵심 자질을 갖추고 기업 고유 철학에도 투철한 '복합 리더'여야 위기를 돌파하며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리더십 코드'(2009년)에서 성공하는 리더의 핵심 자질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전략가' ▲변화를 선도하며 추진하는 '실행가' ▲구성원을 몰입케 하는 '인재 관리자' ▲차세대 인재를 키우는 '인적자본 개발가' ▲부단히 자기 계발을 하는 '역량 향상자' 등 5개를 꼽았다. 이런 자질이 기업 철학과 융합될 때 진정한 리더십 브랜드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리치 교수는 기업의 HR 혁신 달성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가 독자적으로 창안한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전략'이다. 이 전략의 골자는 HR 업무와 관리를 회사 내부 인력과 시각, 정보만으로 해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해 혁신이 불가능하므로 외부에 과감하게 개방해 고객과 투자자, 주변 사회, 정부 등과 소통하며 그들의 에너지와 열망을 내부와 수혈·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 침체로 글로벌 소비가 크게 위축된 이때 무엇보다 고객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제1 목표이자 생존법"이라며 "그렇다면 기업은 고객들이 원하고, 인정하며, 신뢰하는 직원을 뽑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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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치 교수는 '기업문화 변화 주역'(1980년대)과 '전략에 대한 기여'(1990년~2000년대 후반) 등으로 요약되는 글로벌 HR 학계의 패러다임을 주도해 정립했다. 최근 들어는 HR을 내부 인사 관리라는 좁은 영역에서 해방시키고 외부 확장 및 소통 노력으로 외연을 넓혀 기업 성장의 심장 역할을 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에 대해 "30여년 동안 기업이 집중해야 할 핵심 역량의 전환점을 만들고 독특한 발상으로 현장 기업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했다.
데이브 얼리치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의 빡빡한 출장 일정 때문에 오전 8시에 시작됐다. 그는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공동으로 '경영과 리더십의 미래(가제)'이란 책의 원고 준비에 한창이었다. "기존의 리더십을 버리고 행동을 바꾼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밝힌 그의 말투는 부드럽고 친절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자 얼리치 교수는 머릿속에 입력된 수백개 기업에 대한 알짜 정보와 분석들을 차례로 꺼냈고, 그의 목소리는 커지고 빨라졌다.
"HR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분석하면 '20-60-20'입니다. 중국 국유 기업이나 가족 기업 등 20%는 시스템이 워낙 공고해 리더십이나 HR 혁신 노력이 별 소용없어요. 또 20%인 애플·구글·GE 등은 스스로 너무 잘해 조언이 불필요합니다. 남은 60%가 변화 대상입니다. 기업 가치 창출의 50%는 기업 철학에서 나오고, 투자 성패의 30%는 리더십 품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HR 혁신을 해야만 기업 철학과 리더십이 개선되고 발전합니다."
◇불황에도 '초잠재력 인재' 영입한 레노버 vs 인력 감원만 열심인 노키아
―아무리 그래도 요즘 상황에서 HR이 왜 최고 주력 부서가 돼야 할까?
"1945년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아직 살아남아 있는 곳은 130여개이다. 몰락한 기업의 결정적인 원인은 HR 혁신은 소홀하고 영업·판매 등의 전략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HR 부문 인재들은 기업 내·외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들은 기업 내부를 비추는 거울이자 바깥과 소통하는 창문이다. 필름시장 세계 1위였던 코닥은 원래 훌륭한 인재가 많아 디지털 마켓으로 전환이 매우 빨랐다. 유통·글로벌 정책 같은 중요 부서의 인사(人事) 실패가 치명타였다. 다른 회사에 매각돼 사라진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서킷시티(Circuit City)나 통신회사인 AT&T도 마찬가지다."
―불황인데 '초잠재력 인재' 같은 인력을 많이 뽑아야 하는 근거는?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만 '올인'하는 기업들은 역량 증가는커녕 쇠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경험적 통계에 따라서다. 구조조정과 인재 확보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윈·윈(win-win)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위대한 경영자는 침체기를 핑계로 무능한 직원을 잘 내보내는 동시에 초잠재력 있는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용기와 배포를 가져야 한다.
―'초잠재력 인재'란 누구이며 어떻게 데려오나?
"'초잠재력 인재'란, 업무의 전문성을 넘어 멘토링 능력이 있고 산업동향을 주시해 기회를 잘 포착하며 외부와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한 경험까지 갖춰 대표이사급으로 성장시킬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초잠재력 인재를 접촉해서 회사로 끌어올 정해진 매뉴얼은 없다. 단순히 '돈을 많이 줄 테니 잘해보자'가 아니라 권한과 자율권의 범위는 얼마나 되는지, 실수할 권리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을 해당 인재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회사의 기존 핵심 인재가 초잠재력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 사내 뛰어난 인재가 미래의 더 뛰어난 일꾼을 영입하면, 그 추천인이 회사를 자진 퇴사할 확률은 10~20%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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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 정인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그렇게 '초잠재력 인재'를 뽑아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있나?
"중국 IT기업인 레노버(聯想)이다. 레노버에는 CEO와 HR 담당 임원의 핵심 업무가 비용 절감과 우수 인재 영입 두 개라는 공감대가 있다. 레노버는 최근 북미, 중국, 아시아-태평양-라틴아메리카 등 4개 시장으로 업무 구조를 축소했지만, 애플과 휴렛패커드(HP)에 근무했던 고위 임원들과 대만 경쟁기업인 에이서의 전 CEO 등 초잠재력 인재들을 스카우트했다. 레노버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미국 공략에 나섰다. 반대로 인원 감축에만 열심인 노키아의 향후 재기 가능성은 50%도 안 된다."
◇"주변 중·고교, 대학은 물론 단골 고객 및 고객사들과 소통해 HR 혁신을 추진하라"
―내부에서도 힘든 HR 혁신을 낯선 외부와 소통해 이룬다는 주장은 너무 파격적으로 들린다.
"내부에서 아무리 아이디어를 짜내서는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힘들다. 물론 외부와 소통하기에 앞서 기업 내부적으로 외부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의식 전환과 혁신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이사회와 CEO가 사내 최고 핵심 인재를 HR 부서에 배치해야 한다. 또 CEO가 HR 담당 임원들과 매일 자신의 근무 시간 가운데 20~25% 정도를 할애해 함께 보내며 '아웃사이드 인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아웃사이드 인 전략'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는가?
"에너지 기업인 헝가리의 몰(Mol) 그룹을 보라. 몰 그룹은 총 3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다국적기업인데, 20년 동안 임직원 고령화로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때 HR팀이 앞장서서 매년 인근 5개국의 120여개 중·고교와 대학에 투자를 함으로써 인재 풀(pool)을 넓혔다. 예컨대 수학·화학·물리 분야 경시대회를 열고 우수 대학생 장학금 제도는 물론 교사 보너스 지급 프로그램까지 실행해 학교를 완벽한 우군(友軍)으로 만들었다.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 가운데 매년 수백 명의 인턴을 뽑았다. 이런 방식으로 몰 그룹은 언제라도 충원 가능한 2만5000여명의 고급 인력을 확보했다. 입사지원 경쟁률은 3000%나 증가했다. 이 사업에 37만유로(약 5억1000만원)가 소요됐지만, 헤드헌팅사 등을 이용하는 다른 인재 충원 방식과 비교하면 5만유로 정도 비용이 덜 들었다."
―HR 혁신에 고객들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단골 고객부터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기업 전체고객의 20%를 차지하는 단골 고객이 기업 브랜드의 80%를 표현한다. 고객사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항공사 중 한 곳은 단골 고객들이 회사 보너스 총액의 2% 정도를 직접 승무원들에게 준다. 이 방법은 사장이 직원에게 보너스 봉투를 줄 때보다 훨씬 큰 감동을 직원에게 선사한다. 시스코의 경우, 고객과의 분쟁을 해결할 확실한 노하우를 마련하기 위해 아예 중소기업 고객사 직원을 스카우트했다. 이 직원은 7개월간 시스코 내부에서 모든 문서와 일 처리 과정을 책임지며 직원들에게 신랄한 비판과 훈련을 거듭해 시스코의 고객 분쟁 시스템을 '고객 감동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참신한 시각을 가진 외부인 고객을 조직에 영입해 성공한 것이다."
―리더는 '전략가'이자, '실행가'이며 '인재 관리자'여야 한다는 했는데 너무 영웅적 역할을 기대하는 느낌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한두 개 강점에만 매몰된 리더는 필패(必敗)한다는 게 입증됐다. 경영진이 독단적인 자아에 지배돼 새 아이디어 실행에 둔감해 멸망한 리먼 브러더스가 그렇다. 대다수 CEO는 항상 1개 영역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며 만족하는 데 고쳐야 한다. 이제 리더들은 회사의 비전과 전략 수립은 물론 과감한 실행력과 부하 직원의 경력과 자신의 개인 역량 향상에도 동시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