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감독이 돌아온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으로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으며 퇴장했던 홍 감독이 다시 등장한 배경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창립 60주년 기념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되면서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직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 머문 것으로 보도됐지만 홍 감독은 미국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귀국한 뒤 국내에서 묵묵히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감독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 개선을 해왔다.
지난달 천안축구센터에서는 ‘제7차 KOREA SHIELD PROJECT(이하 KSP)’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 매년 2회씩 진행해온 KSP는 한국 축구의 문제로 지적돼온 대형 수비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중장기 프로젝트. 현대중공업과 푸마 후원으로 홍명보 이사장을 비롯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지도자들이 현재 중·고교 재학 중인 축구(수비 포지션)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노하우와 선진 축구 수비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홍 감독은 이 프로그램에 직접 특강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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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감독이 지난 7월10일 축구회관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또 뿌리부터 강한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하는 ‘비더루츠(Be the Roots)’ 캠페인 일환으로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전국 초등학교에 새로운 골네트 설치를 지원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골네트 교체 및 지원이 필요한 학교의 신청을 받아 최종 618개의 초등학교를 선정해 교체 작업을 해왔다.
최근 홍 감독은 다음달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자선축구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4”를 준비해왔다. 이번 자선 축구경기에서는 K리그, J리그, 중국슈퍼리그의 대표 선수들과 더불어 여자 축구 선수, 연예인, 그리고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초청하여 모두가 축구로 하나 되는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올해에는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을 초대하여 자선 축구경기를 한다.
특히 지적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8월 브라질에서 개최된 지적장애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2억원에 달하는 여비를 마련하지 못해 참가를 취소해야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홍명보 장학재단은 이번 자선경기에 그들을 초청하여 팬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서 대한민국 축구 올스타와 함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선 축구경기 수익금은 소아암 어린이들의 치료 기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홍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국민 축구 영웅이 됐다가 브라질월드컵 당시 선수 선발 잡음과 본선에서의 졸전을 벌이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축구팬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홍 감독이 ‘아시아를 빛낸 명예로운 축구인 10명’에 선정된 것은 분명히 경사이지만, 축구협회 등의 분위기는 매우 차분한 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 당시 대표팀 선발 논란 등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FC가 지난 21일 이번 명예의 전당에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차범근이 아닌 홍명보를 지목하면서 홍 감독에게 새로운 입지가 마련된 셈이다. AFC는 “홍 감독이 한국 최고의 수비수로서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4번 밟았고, 1994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었고,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는 4강행을 결정짓는 승부차기를 성공시킴 점 또 아시아 최초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브론즈볼 수상자로 국가대표로 136회 A매치를 치른 것이 선정 배경”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오는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AFC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해리 키웰(호주), 오쿠데라 야스히코(일본), 알리 다에이(이란) 등과 함께 헌액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AFC와 자선축구 행사를 통해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