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이천에 있는 집 뒷산인 해룡산 자락을 오르려면 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이 있는데,
허술한 집 한 채가 외롭게 서 있고 그 담 밑에는 2 평 남짓한 꽃밭이 예쁘게 가꾸어져 있다.
뒤에는 무궁화, 장미, 매화, 사철나무가 서 있고, 앞쪽으로는 봉숭아, 백일홍, 한련 그리고 분홍 꽃을
조롱조롱 달고 있는 금낭화도 몇 포기 있는데,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잠시 멈추며 꽃 감상을 한다.
그중에 눈송이보다 더 흰 꽃망울들을 다복 다복 피운 자그마한 매화나무가 그렇게 탐이 날 수가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 끝에 어느 날 밤에 나는 플래시 라이트와 손 삽을 가지고 그 매화를 손에 넣었다.
내려오는 길에 가슴이 떨리고 조마조마했으나 훔치는 데 성공했다.
그 꽃을 시골집 앞마당에 심어 놓았다.
그런데 일주일 후쯤 아무래도 궁금하여 그곳으로 올라갔는데, 꽃밭에 상자를 잘라 나무에 붙들어 맨 팻말이 보였다.
빨간 매직 펜으로 쓴 서투른 글씨로 봐서 나이 지긋한 분 같았다.
“혼자만 보겟다구 이곳에 잇든 매화남구를 캐갓습니다.
(혼자만 보겠다고 이곳에 있던 매화 나무를 캐갔습니다.
이런 사람은 해룡 산에 올라올 자격이 업스니(없으니) 올라오지 마시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그 팻말을 본 후 난 지금도 그 길은 피해 다닌다.
내 가슴에서 "너는 도둑놈이야 " 하는 소리가 남이 들을까 봐서이다.
<옮긴 글>
첫댓글 옛사람이 이르기를, 남을 속이는 일은 한때 가능할지 모르나 자기 양심을 속이는 일은 평생 가능하지 않다고 하였다.
매화나무는 남의 정원에서 자기 집으로 옮겨 심을 수 있었지만, 그 나무를 훔친 부끄러움까지 옮겨 버릴 수는 없었다. 주인은 도둑을 직접 꾸짖지 않았으나, 소박한 나무 팻말 한 장이 천둥소리처럼 그의 가슴을 울렸다.
이 글의 핵심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을 심판하는 가장 엄한 재판관은 결국 자기 자신의 양심이라는 데 있습니다.
**「竊物者,人謂之賊;負心者,己亦不容」**은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물건을 훔친 자를 사람들은 도둑이라 부르고, 양심을 저버린 자는 자기 자신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입니다
꽃 한 송이 탐이 나서 몰래 훔쳐가신 그 분! 정말 예쁜 꽃 두고 두고 보고 싶어 훔쳐갔지만 그의 마음 속에
남은 양심이 주는 아픔은 기쁨의 몇 배 아팠을 것입니다.
그 팻말을 보지 안 했어도 양심의 소리에 귀를 막았을 것인데 그 팻말을 보시고는 스스로를 '도둑놈'이라
고백한 마음을 용서해야 할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엄청난 범법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잡것들이 판치는 이 세상이 아닌가요?
양심! 참 기특한 언어입니다.그릇된 사람에게 한 평생 올가미로 묶어 느낌을 기다리는 단어 '양심'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미국의 어느 사형수가 처형 당하기 전에 한 최후 진술에서
"내 가슴 속에는 피곤한 심장이 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해롭게 하지 않을 착한 양심이 있다." 하였습니다.
세상에 양심을 저바리고 사는 사람이여! 양심의 소리를 한 번 외쳐보고 반성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