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이나 강의실이 아니라 거리로 나선 교수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혹은 몸담았던 私學의 비리를 파헤쳐 엄벌해줄 것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요구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사학비리 엄정수사 촉구 전국 7개 대학 공동기자회견’에서다. 동신대·두원공대·세한대·수원대·와이즈유(영산대)·청암대·평택대 교수들이 주장한 사학비리는 크게 △교비횡령 △인사비리 △성희롱·성폭력 문제로 나눌 수 있었다.
“대학을 사유물처럼 교비를 주머닛돈처럼”
교수들에 따르면 교비횡령은 이날 모인 7개 대학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만연한 문제였다. 교수들이 검찰총장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법인 측이 교비를 주머닛돈처럼 쓴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법인의 소송비용을 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이었다.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8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승훈 세한대(前 대불대) 총장은 2010년 다시 총장직에 복귀했다. 2014년에 있었던 교육부의 감사 결과 다시 회계 비리가 드러났지만, 세한대 교협 측에 따르면 검찰은 벌금 1천만원의 약식기소만 했다. 세한대 교협은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수원대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 실태조사 결과 회계 비리가 드러났다. 이인수 前 총장과 자녀가 100% 주식을 보유한 회사에 19억9천만원을 집행하는 소위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밝혀졌고, 이인수 前 총장 선친의 장례식 비용 2억1천만원을 교비에서 집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해당 교비 부당 집행 행위를 검찰에 고발했으며, 수원대 교협 측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영산대(와이즈유) 교협은 부구욱 총장의 배우자인 노찬용 성심학원 이사장 소유의 아파트를 교비로 매입하거나, 교비로 구입한 차량을 이사장 전용 차량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평택대 교수회는 조기흥 前 총장이 사학연금에서 퇴직금을 수령함에도 위로금 명목으로 교비에서 퇴직금을 이중지급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동신대 교협은 “증거자료가 확실한 12건의 횡령·배임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지만, 9건에 대해 소를 취하하라는 종용이 돌아왔다”며 “검찰이 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한 사건 가운데는 법인이 신입생을 많이 보내준 고교 교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건도 있었다”고 했다.
“인사권 손에 쥐고 대학 사조직화”
교수들은 “재단 측이 친인척 등 관계자를 채용하고 법인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교수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인사 비리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대는 지난해 11월 결과가 발표된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인사 비리가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전임교수 4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 이후 4명 중 교협 비회원 1명에 대해서만 신규로 임용하는 등 객관적인 재임용 기준 없이 인사권을 남용한 것.
평택대 교수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조기흥 前 총장의 딸인 조혜경 평택대 교수(시각디자인학과)를 신임교원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조혜경 교수의 언니인 조경희 당시 총무처장과 동생인 조상열 당시 기획부본부장이 직접 면접심사에 참여했다. 평택대 교수회 측은 “조혜경 교수의 전공은 디자인이 아닌 회화”라며 “정보공개로 나타난 바에 따르면 2015년 시각디자인학과에서는 교수 충원 요청 내용이 없었고, 교원채용을 담당하는 기획조정본부에 제출된 바도 없다”고 했다.
강명운 前 청암대 총장은 교비횡령 혐의로 구속 중이다. 1심 당시 강명운 前 총장이 학내 여성 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도 다뤄졌지만 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지난 26일 2심에서도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청암대 사학비리척결위원회는 “강명운 前 총장은 성추행 고발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들에 대해 파면, 해임, 재임용탈락 등 중징계를 남발했다”고 밝혔다.
전국 7개 대학교수들이 검찰에 엄정수사를 촉구한 사안들은 대부분 교육부 감사 결과 비리가 드러났거나, 재판에 회부된 건이었다. 교수들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사학비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협의회 이사장은 “사학비리 처벌의 근거가 되는 사립학교법은 법인을 보호하는 법”이라며 “재판부가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법인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 출신이 사학과 유착 관계를 맺고 사학으로 이직해 소위 ‘교피아’가 되는 등 사학비리 문제에서 교육부가 엄정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고 ‘병 주고 약 주는’ 역할만 한다”고 덧붙였다.
박순준 이사장은 사립학교법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초·중등 사학과 사립대학을 분리하고, ‘사립대학법’을 마련해 사학비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교육부 감사 때마다 사학비리가 드러나지만 결코 근절되지 않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