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 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균. 위 점막에 기생하는 나선형 모양의 세균으로, 전 세계적으로 감염률이 높고 국내 성인도 절반 가까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위암의 1군 발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최대 3.8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균의 발생하는 원인과 증상, 치료법은 무엇인지 소화기내과 나종화 원장(강동천호내과의원)과 함께 짚어봤다.
위산으로부터 살아남는 헬리코박터균...감염 경로와 증상은?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명칭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다. 과거에는 위 안에 위산이란 강력한 산이 있어 균이 생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헬리코박터균은 스스로 요소분해 효소를 생성해 위산을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살아남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위 점막에 자극이 반복되고, 여러 소화기 관련 질환을 일으킨다.
감염 경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입에서 입으로 감염되거나 분변에서 경구 감염으로 인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 원장은 "비위생적인 우물물, 음식을 씹어서 아기에게 먹이는 행위 등이 주요 감염 경로인 것으로 여겼으나 현재는 비위생적인 조리 시설, 약수터 시설이 주원인일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소화불량과 속 쓰림, 명치 통증 등을 겪을 수 있다. 나 원장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을 시 치료를 받지 않는 이상 대부분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그중에서 일부는 위·십이지장 궤양, 위암, 위 말트림프종으로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말트림프종은 점막과 관련된 림프 조직에서 발생하는 림프종으로, 위선암에 이어서 두 번째로 흔한 위장의 악성 종양이다. 말트림프종이 발생하면 상복부 통증이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 방법 다양해...환자 상태나 검사 목적에 따라 시행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크게 내시경을 이용한 침습적인 검사와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는 비침습적 검사로 나눌 수 있는데, 환자의 상태나 목적 등에 따라 적절하게 고려하여 시행한다.
조직 병리 검사는 내시경을 통해 위 점막 조직을 채취하여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신속 요소분해 효소 검사(Rapid Urease Test)는 내시경으로 채취한 조직을 CLO 키트에 넣어서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나 원장은 "키트 안에는 요소와 페놀레드 성분이 존재하는데, 채취한 위 검체 조직에 헬리코박터가 있다면 키트 안에 있는 페놀레드에 의해 키트가 붉은색으로 변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중합 효소 연쇄 반응(Real-Time PCR) 검사는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여부까지 분석할 수 있다. 나 원장은 "이 검사를 통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클래리스로마이신(clarthromycin)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가장 흔한 돌연변이인 'A2142G'와 'A2143G'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는 혈액검사, 분변 검사, 요소 호기 검사 등이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병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제균 성공 여부, 재검사 통해 확인해야..."위생 관리 필수"
헬리코박터균 역시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한다. 나 원장은 "기본적으로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PPI와 함께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병용해 치료한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헬리코박터균은 제균 치료 후에도 재검사가 필요하다. 일부 환자의 경우 항생제 내성 등으로 인해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재감염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나 원장은 "제균 성공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요소 호기 검사를 시행하는데,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산부인 경우 이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변 검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의 예방은 적절한 위생관리가 필수다. 식사 전이나 요리할 때는 손을 깨끗하게 신고, 위장 점막을 손상시키는 감미료, 방부제, 향료, 식품 첨가물 등의 섭취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나 원장은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감염을 진단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됐으며, 제균 치료도 과거보다 간편해졌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기획 = 방현진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나종화 원장(강동천호내과의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