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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생활 2년 청산하고 서울오니 참으로 적응이 안된다. 사람들 늘 바쁘니 나도 덩달아 바쁘다.
나이들어 잠드는 시간이 빨라지고 새벽시간 감당못해 마음은 더 바빠진다. 사무실도 현장도 늘 시간이 그렇게 바삐 간다.
어제는 간만에 헬스클럽에서 벗어나 집 근처 중랑천을 달렸다. 그리고는 밤 늦게까지 말썽난 컴과 씨름하면서 저장된 지난 날의 마라톤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았다.
아! 옛날이여!.....ㅎㅎ
2003년의 중앙일보국제마라톤 수기. 중 3의 딸아이를 생각하며 썼던 글과 그 다음 해 코리아 오픈 마라톤 수기. 몇 년 전의 글로 지난 3월 16일에 있었던 동아국제마라톤을 응원하면서 되돌아 본 글들...
마라톤의 출발선에 서면 첫 목표는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이다. 달리기의 기쁨을 지난 몇 년간 느껴오다 지난 여름부터 게으름으로 그만두어야 할 이유만 찾기에 급급하다 3개월 전부터 다시 나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면 첫 3주를 넘기지 못하면서 그래도 작심삼일은 잘 넘겼다고, 무언가 이루어 간다고 꿈에 취해 좋아했는데.... ㅋㅋ
중간에 띄엄띄엄 쉬기도 했지만 벌써 15년을 지나고 있으니 이것 하나는 꾸준히 잘 했다고 이러한 나의 여정에 감사해 한다.
나는 지금도 동네 공원 근처 산책로나 한강가를 달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미쳤구나 생각한다. 또 왜 미치게 되는지를 안다. 그걸로 만족한다.
1.중앙일보 국제마라톤 수기
작성자 강화윤
번호 1 조회수 2547
작성일 2003-04-23 오후 5:34:05
글번호 : 4145 번
글쓴이 : 사무국 (203.249.129.163)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마라톤사무국입니다.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 참가기의 당선작을 발표합니다. 인터넷 게시판과 사무국 이메일을 통해 응모를 받았으며 그중 우수작 1편과 입선작 5편을 선정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마라톤사무국에서 1차 심사를, 최종 심사는 중앙일보 편집국 체육부가 맡았습니다.
당선된 참가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선정된 당선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우수작 - 딸에게 (강화윤)
▣ 입선작
- 아름다운 질주 (유백열)
- 이젠 말할수 있다(신영호)
- 51%의 묘약(김종천)
- 오매! 여그는 1,000메다가 넘는게비여!!!(박준)
- 오십후반에 마라톤이라(박순백)
제 목 : <참가기> 딸에게!
글번호 : 4099 번
글쓴이 : 강화윤 (218)
내 친구 다혜야!
아버진 지금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단다. 깊은 밤 늦게 학원수업 마치고 지친 모습으로 현관에 들어서는 네 모습을 누워서 "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눈에 담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잠에 떨어졌었지.
또 오늘은 42.195km를 뛰어야 한다는 이유로 차가워진 네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네 모습을, 내일의 더 푸른 희망을 준비하기 위해 가을 한 가운데 서서 몸을 떨며 잎을 털어내는 길가의 가로수에서 보는구나.
푸르렀던 지난 날을 고마와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면서 빨강, 노랑의 짙은 향기를 우리들 인간에게 주기위해 저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간밤에 준비물을 챙기며 걱정했던 날씨는 차가운 바람만 일 뿐이며 이 마저도 잠시 후면 뜨거운 숨소리에 펄펄 끓어 넘치겠지. 2만여 달림이 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출발 총성과 함께 숨겨 두었던 저마다의 약속을 가지고 달려 나가니 이내 각오가 새롭구나.
화요일 20km, 수요일 15km, 금요일 10km, 토요일 중앙마라톤교실, 일요일은 북한산 등산 한 달에 한 번 35km의 시간주로 채워진 연습 스케쥴을 제대로 실행치도 못했다는 아쉬움은 이제는 접어야 하나 보다. 풀코스 완주를 위한 26주 프로그램은 다시 15주로 수정되고 결국에는 8주로 줄어드니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접고 쉼없는 완주를 목표로 하여 달릴까 한다.
늘 개인 연습을 하다보니 연습 못한 구실도 많았는데 12주의 중앙 마라톤 교실은 모든 것이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던구나. 처음 접했던 크로스 컨츄리, 언덕훈련, 인터벌 트레이닝들은 새로운 기운을 주었고 유달리 토요일이면 내렸던 비로 인해 천막아래서 실시한 근력 강화운동은 이삼일은 지나야 회복되는 힘든 운동이었지.
사십 후반의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약해진 체력을 새삼스레 느낀 귀중한 시간이었단다. 형님같고 친구같은 동료들과 후배들, 방선희감독님, 그리고 세 분 코치와의 만남은 오랬도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어.
많은가 하여 기다리다 보면 모자란 것이 시간이고 지나가면 우리를 향해 뒤돌아 보지도 않는 것도시간이지. 세번째 풀코스 도전. 99년도인 1년은 10km, 그 다음 1년은 하프, 3년째인 2001년 봄과 가을에 풀코스 도전하고는 너무 힘들어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는데 늘 귀신에 홀린듯 또 달리게 되었구나.
이 멋없는 운동에 홀렸어 말이야.
다혜야!
네 학업에도 목표가 있듯이 지금 뛰고 있는 이 모든 이들도 42.195의 끝 지점에다 무언가를 두고 찾기 위해 고뇌하고 못 견디게 힘들어 하면서 가쁜 숨을 들이쉬면서 달리고 있단다.
낯선 이들이 만나 탁!탁! 내 딛는 발걸음은 정으로 통하고 눈길로 통하니 잠실벌은 힘들이지 않고 지나가는구나. 끝자락이 뭔지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달리니 어느 새 세곡동 사거리를 지나 10km를 달려왔나 보다.
10km를 50분의 속도로 지나는구나. 바람이 차갑지만 몸 상태는 꽤나 좋아 보인다. ' 이 속도로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시는 어느 시민의 소리에 이내 묻혀 버리고, 인사하고, 차량통제에 발 묶인 시민들에 송구스런 마음을, 달리는 내내 보내는 여유로움도 가져다 볼 수 있는 아주 안정된 페이스로 달리고 있단다.
미리본 코스 고저도에서 반환점까지는 제법 경사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느낄 수 없어 다행이다 하나 마주오는 바람이 싱겁치는 않구나.
나가다 보면 장애물은 늘 있는 법이니까 준비만 충실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다행히 긴 팔 라운드 셔츠 안에다 멀쩡한 스타킹을 반토막으로 잘라 낀것이 팔에 와 닿는 냉기를 속속 막아주니 몇 번이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6km지나 이미 반환점 돌아서 나오는 엘리트 선수들을 바라보니 뛰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마음도 통하는 것 같아 기쁨이 절로 배가 되는구나. 빠른 속도로 성큼 성큼 가볍게 나가는 모습을 부러운듯 잠시 쳐다보다 지금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저들이 쉼없이 달리듯 내 딸도 잘 달려주기를 바란다.
다혜야!
어느날인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라면서 네가 보여준 '아버지는 누구인가'하는 글귀를 보여 주면서 "아버지께서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하고 물어 본 적이 있지. 이 땅의 아버지들은 자식들 앞에선 그 대답마저 숨기고 싶단다.
울 장소가 없어 슬프기도 하지만 아버지답기 위해서, 가족의 건강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서 너털웃음 짓고 오늘 이렇게 과시하면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괜찮아.'하면서 이 아버지도 30km, 아니면 35km이후를 걱정하고 있단다.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속으로는 화가 나도 자식 앞에서는 공연한 웃음짓는 여느 아버지처럼. 맞바람에 힘들지만 어려움 없이 반환점 돌고나니 1시간 46분. 그런대로 잘 달려왔나 보다 그 길에서는 마라톤 교실 2기생들의 정겨운 격려도 있었고 자원 봉사자들의 뜨거운 마음도 가득 담을 수가 있었다. 바람을 등에지니 조금 무거워진 발걸음에 힘이 되어주는구나.
작년 봄과 가을 20km,26km지점에서 장딴지 근육 경련을 만나 뛰었다 걸었다를 되풀이 하면서 느꼈던 허전함을 생각하면 연습부족은 없었을 법 한데 완주 후 한동안은 게으른 일상으로 돌아가니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구나.
조금씩 풀려가는 허벅지에서 두려움이 온다. 속도를 줄여볼까 잠시 망서리다 그대로 달리기로 한다. 연습시 35km는 시간주 위주였고 거리주는 아니었지, 얼마가 걸리든 거리만 대충 채우고 중간 중간에 쉬기를 했으니 그 쓴 맛을 톡톡히 보려나.
이래서 마라톤이 멋없는 운동이며 정직한 운동이라 했나 보다. 그리고 마라톤은 우리들 인생과 같다고도 하지. 요령이 통하지 않고 근면과 인내만이 빛을 발하니 네게 주어진 길과도 다름이 없을것이다.
뛴다는 것이 힘들구나.
네 학업도 이렇겠지. 아니 더 힘들겠지. 힘들어 할 때 편히 쉬어가라고 마음 속 한 마디 제대로 못했구나. 그러나, 어쩌겠니. 누구도 대신 할 수가 없이 홀로 뛰어야 하는 걸. 그저 천천히 준비하여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는 그런 네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30km를 넘어서니 갑자기 가을 들판과 같은 풍경이 출렁대면서 나타나는구나. 쌀쌀한 바람도 이내 단풍이 들었구나.
만명에 가까운 하프 주자들을 보고는 힘을 내지만 팔이 아파 오는 색다른 경험과 함께 오른쪽 둘째 발가락도 아파오고 장딴지는 단단해져 오니 여기서 속도를 늦추어 달리니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생하니지나가네. 옷장 속에 버려진 양말과 몇 번 신다 발코니에 늘어선 신발들. 힘들게 뛰지말고 적당히 하프코스만 달리라던 가족들의 걱정스런 표정이 이 시점에서 겹치어 떠오르니 괜스레 웃음짓게 하는구나.
32km까지의 등속력, 여기서 만족하고 천천히 달려 보련다. 이대로 뛰다가는 이후의 상황에 자신이 없고 42.195km의 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가시지 않고 점점 다가 오는구나. 네게도 많은 내일이 있듯이 아버지에게도 또 다른 도전의 날이 있겠지.
늘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에 겸손하여 후회없는 날들을 맞으리라 믿는다. 훗 날 너와 함께 이 국토를 구석 구석 느끼면서 달릴 때는 길가의 달맞이 꽃도, 코스모스와 개망초등 네가 좋아하는 많은 야생화들이 반겨주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35km지점인 수서역, 마음은 가을 하늘을 다 잡은듯하나 몸은 지쳐 뜀박질은 아주 조용히 이루어 지고 있다. 힘내라 들려주는작은 악단의 음악 소리와 더불어 그래도 뛰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구나. 걷고 싶고, 멈추고 싶은 유혹이 함께 주위를 맴돌고 있으나 마음을 굳건히 하여 어느결에 다가 온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부지런히 따라 가야겠다.
다혜도 마음껏 놀고, 돌아다니고, 가지고 싶고,꾸미고싶은 유혹을 잘도 이겨내는데 말이야. 지쳐있으니, 빠른 속력도 아닌데 한 무리를 이끌고 달리는 페이스메이커가 그리도 야속하구나.
'천천히 가지......' 98년 3월 10km를 처음 달리고 다리가 아파 이틀을 진통소염제 신세를 지고는 그 후로 스스로 하나의 약속을 했었지. 연습 중 어디라도 아프면 연습을 쉬고 충분히 회복 한 후 달린다고.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니 만큼 욕심내지 않고 한 걸을 두 걸음 내 딛겠다고. 지금껏 큰 부상없이 생활의 활력을 준 일등 공로자가 달리기임을 의심치 않으나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연습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지 여기서 되새겨 본다.
30km이후를 1시간이 넘도록 달리니 턱까지 차 오르던 숨도 지쳤나 보다.
아! ..... ........ 드디어 잠실운동장!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환희와 짜릿함이 온 몸을 휘둘고 지나가는구나. 입구에서 트랙을 지나 골인지점에 이르기 까지는 더 당당하고 싶어 지친 표정 감추고 양쪽으로 늘어선 관중들을 뒤로 보내면서 달려 보니 이 느낌 누가 알랴.
일등도 꼴찌도 아름다운 42.195의 끝. 4시간 02초. 숨고르며 천천히 달리는 걸음에,한 모금씩 마시는 물에도,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에도 세상이 나에게 있거늘. 다혜야! 너도 느끼렴.
내 친구 다혜야! 아버지는 늘 네 곁에서 존재하고 사랑함에 변함이 없단다. 건강히 뛰게 해 준 모든 이와 오늘에도 감사하고 싶구나. 며칠 쉬니 벌써 중랑천의 이웃들이 그립다.
다가 올 고등학교 시절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현명하게 견뎌내길 바라며 황금같은 시절, 아름다운 날들로 계속되길 기원하면서 달리마. 오늘 하루도 좋은 꿈 꾸거라.
2. 2004년 코리아 오픈 마라톤
제목: 마라톤에세이 및 훈련기 당선작 발표
코리아오픈마라톤대회의 에세이 및 훈련기 공모에 응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당선작
◎수필부문
아저씨! 정말고맙습니다.(장지수)
이 좋은 세상을 왜 그렇게 살아.(박봉순)
거제도에서 쓰는 편지-고통의 끝에서(서경석)
내 안에서 뛰는 즐거움(강화윤)
◎훈련기부문
한강을 달리며(김선미)
마라톤훈련기1-2(김영식)
풀코스 도전을 위한 끊임없는 몸부림 외(김요경)
주말 LSD (임용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코리아오픈마라톤의 대회게시판은 항상 여러분의 감동어린 글들을 위해 문을 열고 있습니다. 달리기의 아름다운 사연들은 함께 나눌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제목: (수필) 내 안에서 뛰는 즐거움
봄이 창가에 왔다. 따뜻한 햇살이 발코니를 건너 활짝 열어 젖힌 거실의 문지방으로 넘어오니 잠든척 하고 누워있기에 민망할 정도다. 잠이나 마음껏 잘 작정으로 엎치락거리다 겨울동안 습관적으로 깊어진 병이나 떨쳐보려 자리에서 일어 선다.
차가운 겨울동안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흉내나 내면서 마음을 달래보았으나 눈 쌓인 북한산에 마음이 걸려 봄을 기다리는 상사병만 얻은 셈이다.
중랑천으로 나서니 바람에 스러지는 땀방울 소리와 바쁘게 쿵덕거리며 심장으로 흐르는 피의 흐름을 오랫만에 느끼니 살고있다는 삶 자체가 가까이 있음을 보게된다. 시작은 희망이 있어 늘 기분이 좋다. 출발에 앞서 공들여 몸 풀고 서서히 움직이면 곁에 있는 어느 누구도 반갑고 , 할 말이 없어도 마주하는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어제 못한 용서는 용서하게 되고 사랑은 넘쳐 마음에 뭉친 응어리는 뜀박질에 사라진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진다.
그 가벼워진 몸으로 달리니 조용히 숨어있던 풀씨도 바람에 놀라 덩달아 일어나 달리다 적당한 곳에 내려 앉고는 봄을 기다리니 나도 풀씨가 되어 계절의 전령이 된다.
낮게 날아 멀리 가고 싶은 풀씨는 중랑천의 또 다른 친구다. 많은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
봄같이 찾아드는 고요함은 모든 것들을 일정한 리듬으로 바꿔놓으면서 어릴적에 느껴봄직한 어머니의 품속이 된다. '이대로 잠시 머물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을 과감히 떨칠 수 있게 되는 것도 내 생활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더 능동적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기운이 몸 안에서 녹아들면서 얻는 행복함이란 하루가 새롭게 펼쳐지고, 길가의 이름 모를 풀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도 뛰면서 가지는 마음의 풍요로움이다.
내 의지의 길이를 재고 싶어 뛰어들어 달려 본다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때로는 나 자신을 둘러보고 '그래, 너 멋지게 살아. 그리고 할 수 있어.'하고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면 42.195의 도전은 한번으로는 부족한 일이 아닌가.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에 땀냄새는 달려 온 20km를 쉽게 망각해 버린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여러 날들이 흘렀다. 작은 부상에 조심하며 마음졸였고, 몸부림 치고 싶은 포기의 유혹에는 세월이 인내로 함께 해 주었다. 조용하다. 이 쯤이면 반갑지도 않은 갈등이 찾아와 복잡한 심사가 되니 꼭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왜 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도 자주 물어보게 되고 그 답은 한참 후에 듣게 된다. 다만 아주 특별한 기쁨을 기다리면서 남은 길이 멀어 보여 힘을 아끼는 것은 둘째라 치고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붙잡아야 한다.
지난 날 나약한 내 모습은 없었는지, 괜한 일에 힘들어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아름다운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은 했는지 되돌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들에 부끄럽다.
그래서 아무런 잡념없는 고요 속에서 자신을 찾고 싶어 지금부터는 힘들어 하면서도 계속 달린다. 이것도 달리면서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장딴지에서 전해 오는 아픔에 지치고 무거운 발걸음은 허공을 내딛는 꼴이다. 간신히 팔과 다리, 온 몸과 나누던 대화가 잦아들자 늘 하나라 생각했던 몸과 마음은 어김없이 둘이 된다. 다시 합쳐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움직임을 크게 하면 움직임의 목적이 바로 내 안에 있다. 달리는 내내 몇번이고 같은 갈등에 어쩔줄 모를 때는 철저히 외로워하고 혼자여야 한다. 고통은 이기되 즐기면 아니 되고 다스리면서 겸허하니 마음이 진정 행복하다.
42.195
우리들 삶이 그러하듯 달리는 끝 지점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가는 또 다른 시작이니 서두르지는 말자. 일요일 아침의 31KM의 LSD(느린 페이스의 장거리주)는 끝에 서기 위함이 아니라 42.195의 시작이다. 몸이 힘들 때는 편히 쉬고 마음이 피곤할 때는 달리자. 마음이 풍족하니 여기서 쉰다. 하루의 시작이나 끝에 서서 양팔을 벌려 하늘을 가슴에 안아 보라.
상상해 보자.
그래도 와 닿는 무엇이 없다면 밖으로 나가 무작정 달려라.
3. 동아국제마라톤
시간으로 대략 1시간 36분. 30km를 조금 지난 지점. 길에서 소리 높여가면서 가는 목적지의 거리를 짧게 느끼게 해주는 동료들 앞에서는 민망하기도 하여 그냥 지나쳐 온 아저씨는 더 이상 뛸 수 없는지 천천히 멈춰섭니다.
‘아! 멈춰 서면 안 되는데.....’ 몸이 무거워지면서 달려온 거리보다 남은 거리가 더 멀어 보입니다. 열렸던 땀구멍은 이미 짭짤하고 작은 소금 알맹이들이 차지하고는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어 아저씨의 몸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이미 22km지점에서 경고를 받은 허리는 마치 콘크리트를 붓고 난 후 굳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경직되어 오니 그 느낌은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옵니다.
나는 아저씨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달릴 수만 있다면 마지막 골인 지점까지 발을 편안하게 감싸면서 완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오늘의 바깥여행은 이것으로 끝나는가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저씨, 조금만 힘 내세요”.하고 외치지만 그냥 입안에서 머물고 맙니다. 다시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 상태가 나아지기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뒤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광경을 보고 괜한 조바심으로 재촉했다가는 영구적인 부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에게는 한없이 모자란 짧은 스트레칭 시간이었겠지만 내게는 몇 시간이 흐른 듯 했습니다.
다시 몸을 세워 달립니다. 여전히 아픈지 양손을 허리에 갖다 대고는 얼마간의 거리를 천천히 달리고 있습니다. 가려는 몸과 가지 않으려는 몸이 드디어 화해를 했나 봅니다. 고통과는 상관없이 떨치고 일어나가는 모습에 오늘 이 순간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듯이 좋았습니다.
-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
35km 주위의 달림이들도 지쳤는지 조용히 달립니다. 힘겨워하던 심장과 허파도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아주 얌전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쯤이면 굳이 말로 통하지 않아도 소통을 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을 것입니다. 주위 여러 친구들의 투박게 내딛는 신발 소리만 없었다면 잠시 동안의 나를 잊을 뻔했습니다.
나는 해답을 찾기 위해 달립니다. 왜 달리고 또 달리려고 하는지 알고 싶어 기꺼이 주인 아저씨의 몸 일부가 되어 달리고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달리라고 한다면 결코 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아저씨는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가 저도 아저씨와 함께 자주 달리다 보면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좌절하고 아파하고 후회해보지 않는 사람에게서 완주의 기쁨이 있으랴. 아저씨는 오래 전에 10km를 뛰고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후에야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7662번 파이팅!”
“그래, 우리 아저씨 파이팅이다” 길가에 늘어 선 시민들의 박수 소리와 응원에 뛸 거리가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들에서 벗어나면서 나도 힘차게 외쳤습니다. 길가의 봄나무들 보다도 스치는 바람소리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웃음과 소리로 달림이들을 반겨줍니다.
웃음으로 반겨주고 격려해주는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담고 달리면서 나는 세상을 봅니다. 그리고 하나씩 쌓아가는 삶의 원칙을 배웁니다. ‘달리는 단순한 기쁨만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세상구경 나온 들뜬 마음에 까불면서 덤벙거린 나 자신이 갑자기 미안했습니다.
- 때로는 좌절도 당신을 위해 좋은 것이다. 진보로 가는 첫 발자국이다 -
36km.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갑니다. “아이구!” 이런 내 소리를 들었는지 아저씨는 조금씩 속도를 냅니다. 한순간 아저씨는 밝은 표정을 짓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동호회의 동료 한 분이 다가와 기운을 북돋워 준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는 헤어집니다.
아픈 허리도 이제는 참을만한지 길 가의 어느 시민이 던져 준“힘 내세요.”라는 정감어린 응원에 아저씨는 기운을 받아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앞서 나간 페이스메이커는 바로 눈앞에 왔습니다. ‘뛰다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는 재미도 있구나’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주인 아저씨의 힘찬 발걸음이 반가웠습니다.
양말에서 내뿜는 칙칙한 냄새와 짠 습기도 내게는 아주 달콤한 향기로 태어나게 해줍니다. 사실은 오늘 아저씨가 레이스를 포기했다면 이러한 것들이 달콤하기가 하겠습니까?
햇빛이 들락말락 장난하는 길 위에 앉아 들려주는 실버악단의 동요에 신명이 뻗쳐오르면서 나는 더 높이 하늘을 나릅니다. 아저씨의 후회스러웠던 고통과 아픔을 나누어서 가지고 날아갑니다.
그리고는 하늘에다 뿌립니다.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라고. 마음만이라도.
40km지점에 들어서자 자원봉사 나온 동호회 동료들이 배번호를 외쳐주는 밝고 발랄한 소리에 아저씨는 손을 들어 답하면서 넘겨주는 음료수를 시원스럽게 빨아 마십니다. 다시 팔과 다리는 일정한 리듬을 따라 노래합니다.
- 끝까지 버텨라. 그것은 헌신이다.-
돌고 또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운동장이 보입니다. 내 안에 머문 짜디 짠 습기에도 눈물은 달콤합니다. 순위의 의미는 없겠지만 트랙에선 더 빨리 달립니다. 다른 운동과 달리 시작부터 늘 망설이면서 달려 온 긴 거리들. 사실 그 곳에는 특별히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기쁨은 없었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 때로는 통증과 고통, 부상으로 놀라게 해준답니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는 쓰러질 듯 힘들게 달리면서 끝내는 해냈다는 감정의 폭발음을 느끼는 사람만이 밟을 수 있는 골인지점의 매트가 유혹적으로 보입니다.
나는 오늘 골인지점의 매트 위를 지나가는 많은 눈물과 미소를 보았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고 격려해주는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담고 달려 온 3시간 56분 동안 나는 세상을 확실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쌓아가는 삶의 원칙을 또렷이 배웠습니다. 어려움의 극복이 늘 마음을 밝게 해줍니다.
- 나는 러너였다-
앞 글에서 이미 눈치를 챈 분도 이미 있겠지만 나는 신발입니다. 이름도 가졌지만 닉네임으로 ‘남대문’이라 불립니다. 내가 아저씨를 만난 것은 한 달 전 이었습니다. 파주시 어느 할인매장의 어두운 창고에서 내 신세를 한탄하면서 서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금의 아저씨가 서울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손수 창고로 들어와서는 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너와 비슷한 많은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보았으나 너희들이 최고였다”면서 아저씨는 나와 똑같은 세 친구를 찾아서는 이번 대회 코스 따라 ‘남대문, 동대문, 평화의 문’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그 중의 첫째가 나입니다.
새로운 친구와 달려보았는데 늘 맞지 않아 늘 발이 아팠다고 합니다. 아저씨 닉네임은 ‘광화문’으로 이번 대회의 출발점이고 나는 달리다 맨 처음 만나는 서울의 사대문 중 하나라 붙인 이름이랍니다. 국보 1호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니 내 존재가 아저씨에겐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는 짐작이 갈 것입니다.
1년 전 새 브랜드에 밀려 이미 퇴역을 당했지만 아저씨에게서 우리는 훌륭한 달림이가 될 각오가 되어있었으며 부족하지만 대회 전 짧은 거리들을 맞추어 뛰어도 보았습니다. 우리 같은 신발을 잘 만나야 42.195km의 긴 여정이 편하답니다. 아저씨도 처음에는 무조건 마라톤화만 신으면 되는 줄 알고 뛰었다가 발톱이 망가지고 물집도 생겨 무진장 고생을 했답니다.
악몽이었다고 합니다. 신발뿐만 아니라 뛰고 난 후에 아래윗니가 부닺치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의 추위를 생각 못한 몸의 보온에 대한 준비 미흡, 훈련부족으로 인한 부상 등은 오늘의 달림이 생활에 큰 교훈이 되었다고 합니다.
- 발과 신발을 잘 맞추자. 달리기의 첫 발자국은 간단하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잊는 것이다. -
지난 98년. 지금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속을 다 드러낸 채 투명성과 하이테크적 이미지 그대로 서 있는 동아일보사 사옥 신축에 참여함으로써 그 다음 해 3월에 마라톤과 첫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이어왔다고 합니다. 아저씨의 자랑에도 말없이 광화문 사거리를 바라보고 서 있는 그 건물이 그렇게 역사를 지켜보고 기록하듯이 나는 오늘 하루의 역사를 씁니다.
동호회 동료들과 둥근 원을 그리면서 “화이팅!”을 외치고는 꽃구름 속으로 들어갑니다. 수많은 신발과 어울리면서 아저씨의 발 아래서 치켜보는 풍경으로도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많은 달림이들의 모습으로 아침의 세종로는 벌써 꽃을 피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블루존에 선 아저씨는 나를 출발선에 세우면서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흥분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부풀어 오른 땅속에서 잎이 솟는 소리와 함께 1만 2천여 달림이들의 심장 박동소리도 들립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하늘에다 뿔꽃을 뿜으면서 이내 출발을 알리는 축포가 되었습니다.
꽃구름의 잔물결은 아직은 비린내 나는 바람에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기쁨의 함성을 지르면서 흘러갑니다.
꽃구름은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는 앞으로 재빨리 흩어져 갑니다. 세종로에서 태평로로 흩어지는 꽃구름의 새로움은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면서 일상생활의 무거운 것들을 껴안고 갑니다.
바깥세상 구경이 처음인 나에게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신비스럽고 황홀하게 느껴졌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 달리기는 나를 받아들이는 길이다 -
나에게 이름을 잠시 빌려준 남대문을 돌아서 나옵니다. 길은 어디로든지 갈 수 있으련만 남대문으로 연결된 길은 있지만 여전히 세상과는 별개로 떨어져 있으며 이제는 그 모습조차 가림막으로 가려 볼 수가 없습니다. 간간히 궁금해서 찾아주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여전히 세상과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나 봅니다.. 아저씨도 남대문을 가까이서 느낀 적은 이때 뿐이었다 합니다.
을지로 반환점을 돌고서야 아저씨는 오버페이스였음을 확인하고는 km당 속도를 5분 10초로 늧추어 달리면서 손목에 걸린 3시간 39분
의 페이스 차트를 봅니다.
엊그제 ‘기록은 악마의 유혹’이라 해놓고는 손목에 찬 걸 보니 그 유혹이 대단한 녀석임에 분명합니다. 오죽하면 악마라 했겠습니까?
많은 무리들이 조금씩 흩어지면서 줄을 지어가니 차분히 시내구경할 여유도 생깁니다. 그렇다고 내 본분을 잊어 버리기라도 한 것은 아닙니다. 내 몸 안으로 부지런히 도로를 빨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달려갑니다. 오른쪽 보신각을 끼고 도니 길 건너 맞은 편에 공중에 떠있는 듯한 건물의 상층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유리와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독특한 건물(종로타워빌딩)에 잠시 한눈을 팔고 보니 어느듯 둘째 동생 이름인 동대문을 지나고 있습니다.
키 작은 건물에서, 크고 덩치만 키운 건물들, 그들을 따라서 생긴 도로, 쭉 늘어선 시민들의 소리는 나를 열심히 달리라고 합니다. 오늘이 갈지라도 뛰는 날이 있는 한 여러 다른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을 것입니다. 달리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아저씨도 나와 같이 느끼고 있음을 발 끝에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동호회의 훈련팀장이 어느 결에 따라 왔는지 곁에서 달려주면서 기운을 불러줍니다. “이대로 계속 가는겁니다” 그러나 아저씨는 15km의 급수대를 지나면서 훈련팀장인 아저씨를 앞으로 보냅니다. 건강하게 달려 그대로 완주하여 그것이 ‘훌륭한 선택의 기쁨’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싣고 갑니다.
17.5km 지점에서 자원봉사로 나선 같은 동호회 동료의 격려에 아저씨는 소리내어 웃어주고 있었습니다. 황사로 인해 지쳐가는 도시처럼 아저씨도 피곤해 보였지만 동료와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환호에는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습니다.
달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저들의 덕분이라면서 언제가는 아저씨도 자원봉사로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는 25km지점의 급수대에서 아내와 두 딸이 자원봉사로 나서 기다린다면서 잠실대교로 향합니다. 다리 위로 부는 바람에 땀구멍도 활짝 열어 화답을 보냅니다. 22km지나면서는 아저씨의 손이 허리로 갑니다. 지나올 때마다 마시지만 갈증의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아마 허리가 아파온 모양입니다.
잠시 멈추어 주저하다가는 다시 러너들의 대열에 끼워듭니다. 작년에는 이 지점에서 물집으로 혼난 기억도 있답니다. 저 멀리 보입니다. 25km지점의 급수대가 보이면서 가족이 보입니다. 힘들어하면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도 아닐테니 자랑스러워하면서 달려야한다면서 지금껏 느낀 고통에 대해서는 떠벌리면 안 된다고 나에게 단단히 일러주는 가운데 갑자기 기운이 솟구치는 것에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피곤한 기색은 아저씨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내 드러납니다. 가족들은 하나같이 힘든 여행길에 나서는 가장의 뒷모습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면서도 일상의 바쁜 자원봉사자로 돌아갑니다.. 잠시의 휴식이 보탬이 되었는지 공기를 가르면서 주말의 훈련지였던 올림픽공원역으로 나를 들어 옮깁니다. 비록 처음의 느낌과는 다른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 당신의 몸을 남용하지 말고 활용하라 -
나는 똑같은 두 친구와 오늘도 베란다에서 앉아 낮에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서 밤에는 도심의 하늘에서 별과 달 사이에 길을 내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아저씨의 꿈과 건강은 내가 지키고 내년에도 여전히 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행복한 밤을 세우기도 합니다. 늘 몸과 대화할 수 있도록 첫 길을 열어 준 이 대회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끝으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 준 자원봉사 여러분들과 25km지점의 급수대에서 봉사한 아내와 두 딸, 17.5km에서 또 40km지점에서 어김없이 봉사해 준 동호회 동료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건강한 것이 목표나 목적지는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자연적인 상태다. 존 빙햄 -
첫댓글 2003년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 참가기의 당선작
▣ 우수작 - 딸에게 (강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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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야! 뛴다는 것이 힘들구나.
네 학업도 이렇겠지. 아니 더 힘들겠지.
힘들어 할 때
편히 쉬어가라고 마음 속 한 마디 제대로 못했구나.
그러나, 어쩌겠니.
누구도 대신 할 수가 없이 홀로 뛰어야 하는 걸.
그저 천천히 준비하여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는 그런 네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늘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에 겸손하여 후회없는 날들을 맞으리라 믿는다.
최선을 다하마.
훗 날 너와 함께 이 국토를 구석 구석 느끼면서 달릴 때는
길가의 달맞이 꽃도, 코스모스와 개망초등 네가 좋아하는
많은 야생화들이 반겨.........
42.195km...
마라톤 풀코스 만큼이나 길었던(?)
세 편의 글을 관심있게 잘 읽었다.
깨알같이 촘촘하게 박힌 글자들을
숨돌릴 틈도 없이 연속해 읽어 내려가다가
중도에 몇 번이고 포기(?)할까도 했지만,
마라톤 완주하는 심정으로 참고 견디며 끝까지 읽었다.. ㅋㅋㅋ
'몸이 힘들 때는 편히 쉬고 마음이 피곤할 때는 달리자'
- 본문의 글 중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끝까지 읽어 준 친구가 진정한 완주자 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눈으로 달려주어 감사합니다. 사진은 10년 전.
겉모습만 봐선 영락없이
'국가대표급' 전문 마라토너인데..ㅋㅋ
칭구는 은퇴후 확실한 노후대책을 가젔구나.
ㅡ 수필가!!!!
광화문
그때의 열정를 살려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