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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제가 서울에 도착해서 여러분들을 뵐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오전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숙소를 나와 싱가포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리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강연을 준비한 정토회 회원 유현숙 님과 최양희 님이 배웅을 나와 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잘 머물다 간다며 인사를 드리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구 앞에서 대기를 하다가 출발 시간이 20분 연기가 되어 오후 1시 15분에 싱가포르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비행기로 2시간 45분을 이동한 후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태국 방콕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공항을 나오자 정토회 회원인 황소연 님과 조정은 님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방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쟈스민 신시티 호텔입니다.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린 후 오후 4시 15분에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스님은 몸이 안 좋아 잠깐 휴식을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 30분에 사전 차담을 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방콕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총영사님과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디렉터(UNESCAP) 등 지역인사 분들이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차담을 나누며 태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근황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방콕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전에 오후 3시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동남아 10개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태국이 아홉 번째 나라입니다. 내일 하노이로 가면 일정이 마무리가 됩니다.”
“매일 나라를 이동하며 다니시는 겁니까?”
“오늘 오전에 싱가포르에서 법회를 했고, 오후에 방콕으로 왔죠.”
“2014년에도 세계 100개 도시를 이동하며 하루에 한 번씩 강연을 하시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옛날 사람이 들으면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행기 타고 다녔는데요. 뭘.”
“저도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일단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엄청 피곤한 일입니다.”
“저는 차나 비행기를 많이 타면 좋아요. 왜냐하면 그때 쉴 수가 있거든요.” (웃음)
“정말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수행을 하고 계시네요. 이런 스님은 제가 처음 봤습니다. 전 세계에 스님 같은 분은 없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부탄을 답사하고 인도 아삼 지역 홍수 피해 구호 활동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저녁 7시 정각에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JTS에서는 지진 피해나 홍수 피해가 있는 지역, 빈곤 지역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 사업을 점검하고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제가 지금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콕을 방문한 이유도 강연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지역을 답사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은 잠깐 시간을 내서 교민 강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태국 서쪽 칸차나부리(Kanchanaburi)에서 오랫동안 고아원을 운영해 온 비구니 스님이 있는데,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보니 고아원 시설이 매우 낡고 좁았습니다. 아이들이 130여 명 살고 있는데, 건물을 새로 짓기를 원하는지 리모델링을 하기 원하는지 물어봤더니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고아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굳이 새로 안 지어도 되겠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새로 짓다시피 하는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내일 준공식을 하게 되어서 참석을 하기 위해 오늘 태국에 왔습니다.
뉴스를 보니까 지금 한국은 비가 많이 와서 홍수 피해가 커서, 사람도 희생이 되고, 재산 피해도 많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여러 가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류나 바람의 변화 때문에 폭우나 가뭄, 산불, 폭염 등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인도 아삼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인데, 얼마 전에 대홍수가 나서 브라마푸트라강이 범람을 하여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마침 그 지역을 답사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가서 식량과 모기장 등 인도적 지원을 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홍수가 나서 피해가 큰데도 찾아와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스님께서 와주었다고 주민들 모두가 특별히 고마워했습니다.
인도적 지원도 요즘은 하나의 사업이 되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모금이 됩니다. 언론이 기사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인도적 지원이 거의 도달하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22년에 일어난 파키스탄 인더스강 범람으로 인한 대홍수였습니다. 이재민이 3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큰 홍수였는데 전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서 세계의 관심이 모두 우크라이나로 가는 바람에, 파키스탄 홍수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었습니다.
뉴스에 나와야 우리가 소식을 알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잘 하고 있는 지역에도, 그 안에 어떤 지역에 가보면 인도적 지원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그렇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으려다 보니 제가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사각지대를 눈여겨 보고 그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받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손을 들고 질문한 사람은 학생이었습니다.
엄마와 자주 다투어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는 엄마와 자주 다툽니다. 제가 보기에는 엄마가 좀 감정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주로 사소한 일로 다투는데 그로 인해 엄마도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엄마와 제가 어떻게 하면 다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상황에서 다투는지 예를 한번 들어보세요.”
“일상에서 서로 소통에 오해가 생겨서 다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오해인지 예전에 있었던 일 하나를 예로 들어서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지금 기억나는 건 없는데 굉장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다툼이 있었던 당시에는 그 일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질문자가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벌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까 무슨 일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한다면 그게 중요한 일입니까? 중요하지 않은 일입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툼이 생길 때마다 ‘이 일도 지나놓고 보면 별로 안 중요 할 거야’하고 생각해 보면 어떻겠어요? 질문자가 순간적으로 확 화가 일어날 때, 내일 생각해 보면 이 일도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거다 싶으면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자가 엄마와 많은 갈등을 겪으며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까 어떤 갈등인지 특별히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질문자가 어떤 일에 감정이 동요될 때도 ‘며칠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겠구나’ 하고 미리 예상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엄마와의 감정 대립이 덜 일어나게 될 겁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밤에 호텔에서 잘 것인지, 여관에서 잘 것인지, 아니면 민박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당일에는 굉장히 중요한 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그날을 떠올려 보면, 그날 밤에 어디서 잤는지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오늘 저녁 메뉴로 불고기를 먹을 것인지, 비빔밥을 먹을 것인지, 국수를 먹을 것인지, 샌드위치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안 먹고 그냥 잘 것인지 하는 것도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몇 년도 몇 월 몇 일의 저녁으로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가 지금 내 인생에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모의고사나 기말고사를 좀 잘 보면 기쁘고, 잘 못 보면 괴롭지만, 지나놓고 보면 당시에 75점을 받았든 80점을 받았든 85점을 받았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3 수험생이 대학 입시에 좌절하고 재수를 앞두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친구들은 다 대학 가서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사귀고 대학 생활을 하는데, 자기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려니까 뒤처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30년쯤 지나 50대가 되어서 되돌아보면, 재수해서 일 년 늦게 대학 들어간 일이 그렇게 큰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시야를 좀 길고 넓게 가지고 보면, 지금 눈앞에 일어난 일이 사실 큰일이 아닙니다.
항상 우리의 시야가 짧은 시간, 찰나, 그리고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니까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거예요. 조금만 시야를 길고 넓게 가지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슬플 때 슬픈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슬퍼할 일도 아니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괴로워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눈앞의 상황에 사로잡혀서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흔히 요즘 말로 ‘필(feel)이 꽂힌다’ 하고 표현하는데, 필이 꽂혀서 순간적으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악을 쓰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별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도 좀 시야를 넓게 가지기를 바랍니다.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질문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질문자를 낳아주고 먹여주고 키워주고 학교에 보내준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시야를 좁게 해서 보면, 엄마는 사달라는 것도 안 사주고, 잠자는데 깨우고, 게임도 못 하게 간섭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20년쯤 지나서 지금을 떠올려 보면, 엄마가 게임 못 하게 하고 오토바이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준 일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일어난 욕구에 필이 꽂히면 세상 이치에 깜깜해져서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이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조금 시야를 길고 넓게 해서 보면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대다수의 일이 다 별일이 아닙니다.
여러 일들을 겪을 때마다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다’ 하는 관점으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엄마하고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치를 바르게 알면 결과적으로 잘 지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치를 모르니까 갈등 속에 사는 것입니다. 질문이 남았으면 더 해보세요.”
“해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한 분 한 분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강연 너무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에 인생이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방콕, 파이팅!”
밤 9시가 넘어 스님은 휴식을 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고,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마음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JTS가 1년 동안 지원하여 리모델링 공사를 한 담마누락 재단의 어린이 기숙사 개소식을 하고, 저녁에는 태국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