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변화 전략이라는 표현으로 삼성 부품을 하나씩 떼내고 있는 애플이 이번에는 배터리 영역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삼성SDI를 통해 공급받던 아이패드와 맥북용 배터리를 중국업체로 바꾼 것.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차이나비즈니스데일리를 인용해 삼성SDI가 애플 아이패드와 맥북용 배터리의 공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중국에 있는 암페렉스 테크놀로지와 텐진 리쉔 배터리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특허소송으로 연이어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은 현재 부품 줄이기 및 단가 인상 등의 방법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애플은 삼성 부품을 하나씩 떼어내며 삼성 단절화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두 기업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일까?
아이폰을 비롯한 많은 애플 제품에는 삼성 부품이 다량 들어갔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까지 삼성의 부품이 이용된 것. 또 앞서 보도된 것처럼 배터리도 삼성에게서 공급받아 의존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년 넘게 특허 소송을 벌여오면서 애플은 삼성에게서 받은 부품을 하나 둘씩 빼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다.
<> 아이패드 시리즈 10개 중 7개 LG
애플은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인 샤프와 일본 디스플레이를 통해 LCD를 공급받으며 삼성과의 관계를 서서히 끊어내고 있다. 26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 10개중 7개가 LG디스플레이에서 만든 LCD 패널이다.
아이패드2와 아이패드 4세대에 사용된 9.7인치 LCD패널 출하량은 591만6000대다. 여기서 삼성디스플레이 LCD 패널 출하량은 42만8000대로, 전체 출하량 중 7.2%를 차지한다.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가 257만8000대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애플이 삼성 부품을 빠른 속도로 떼어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삼성의 70%에 가까운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고스란히 가져갔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를 비롯해 4세대 아이패드, 13인치 맥북 프로 등 애플 대부분의 제품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인 샤프가 재정위기에 몰리자 애플은 선수금을 지급, 제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샤프가 도산하면, 삼성을 제외한 부품 수급의 다변화라는 애플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 끊고 싶은 낸드플래시 모바일 D램, 쉽지 않아
다음으로 삼성에게서 발을 빼고 싶은 부분이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이다. 하지만 애플이 삼성에게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D램 기업이자 기술력이 가장 좋은 업체로 꼽힌다. 수량 또한 삼성전자만큼 다량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없다. IT 전문가들은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어려움에 직면한 엘피다를 제외하면 삼성과 SK하이닉스 뿐인데, 여기서 삼성을 빼면 초도 물량이 높은 기기의 공급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64Gb낸드플래시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같은 제품은 삼성의 경쟁력이 독보적이어서 맥북에어 등과 같은 기기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납품가 문제로 옥신각신 하던 애플은 10% 이상의 가격을 올린 삼성에게 돈을 더 내주고 낸드플래시를 주문했다.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닌 삼성을 무시할 수 없는 애플로서는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 66% AP 시장점유율 가진 삼성, 애플 독립 어려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또한 삼성에게서 독립하기 가장 어려운 부문이다. 애플은 100% 생산을 맡긴 삼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만에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 TSMC에게 생산을 의뢰했다. 하지만 AP를 생산하는 기술력과 공급 능력이 부족해 쉽사리 의지할 수 없는 상태다. 전량 공급을 조금만 줄여도 마음이 놓일 수 있는 애플이지만, 66% 이상 시장 점유율을 가진 삼성에게서 벗어나기란 버거운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모바일 AP의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6.6%로 가장 높다. 다음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로 11.30%, 엔비디아가 6.60%, 인텔이 0.60%를 차지한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AP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캐시메모리 모듈이 하나의 칩에 들어가 있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이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AP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의 영향력 또한 그만큼 커지고 있다.
<> 쉽지 않은 애플의 탈 삼성화
애플은 삼성에게 부품의존도를 줄이려 부품 다변화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 부품이 가진 시장을 폭 넓게 보며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는 것과 동시에 탈삼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 하지만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 삼성의 것이 많아 쉽지는 않아 보인다.
IT전문가를 비롯해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삼성에게서 받는 부품 공급을 쉽게 끊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간 수요 공급의 관계가 균열된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삼성의 거대한 부품 공급 능력을 애플이 벗어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AP와 SSD 부문에서 삼성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