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의 아르케인을 중신으로 발전하던 안타리아는 심으로 섬겨지던 아르
케인들 자체의 불화로 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물리학자 출신의 12
인의 아르케인들은 스스로를 주신이라고 부르며 개인형 초능력 증폭장치인
마장기라는 강철의 거신과 선택된 인간을 중심으로 구성된 천사군을 이끌
고, 암흑신이라고 불리우는 생체학자 출신의 13인을 공격하며 전쟁이 일어
났다. 이에 처음에는 밀렸던 암흑신들은 암흑마법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여 주신들에게 대항한다. 이렇게 점점 전쟁은 길어지
고 서로의 승패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후세 사람들은 이 전쟁을
신들의 전쟁-라크나뢰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격렬한 전쟁 도중 사
용되었던 막대한 마법력이 가사상태에 빠져있던 나머지 아르케 출신의 초
능력자 75인중 몇몇이 깨어나게 하면서 전쟁은 새로운 양상을 띈다.
새로 깨어난 이들은 후세 '파괴신'이라 불리는데 파괴신이 되어버린 아르
케인들은 잠들기 전의 생각과 이성을 잃어버리고 워프의 충격으로 몸의
DNA가 변화되어 기이할 만큼 강화된 초능력으로 인간의 형상을 잃어버리
고 괴물이 되어 폭주하기 시작한다. 폭주하기 시작한 파괴신의 힘은 기존
신들의 것보다 월등히 강하여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무차별 적으
로 파괴해나갔다. 이 무차별적인 파괴를 막을 수 없었던 신들은 결국 파괴
신을 피하여 전쟁을 중단하고 스스로를 봉인하기에 이른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파괴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더 이상 파괴할
것을 잃은 파괴신들은 하나둘 움직임을 멈추며 석화 되어갔으며 이 전쟁에
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이 신이 봉인 된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창세기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아는 이야기이
다.
책에서만 접해볼 수 있고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존재이기에 더 이상 두
려워하지 않았던 존재… 단지 막연히 추상적인 상상으로만 그 두려움을 조
금 추측할 수 있었던 존재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베라딘에 의해서 부활되었던 파괴신은 힘이 많이 약화되어서 흑태자가 상
대할 수 있었던 존재였지만, 지금 여기에 나타난 파괴신은 라그나뢰크에서
나타났던 파괴신이었다.
물론 여기에 수많은 전사와 마법사 각종 에스퍼들이 있지만 과연 저 파괴
신들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과거에 인간이었다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화되고 기이하게 모습
이 변형된 괴물 같은 모습의 파괴신들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
대한 괴성을 지른다. 그러자 처음에 대운동회장을 급습했던 것과 같은 강
력한 빛의 구슬이 수십 개가 파괴신의 입에서 맺히더니 드래곤의 브레스처
럼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쏘아진다.
ㅋㅋㅋㅋㅋㅋ!!!!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한 폭발음. 망막을 태워 버릴 것 같
은 강렬한 빛의 폭발. 언니와 나는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으
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을 헛 딛었는지 바닥에 넘어져 버린다. 하지
만 넘어진 것에 대한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결계를 뚫고 요란한 폭발음이
공기를 뒤흔든다.
세상이 현란한 빛에 의해서 하얗게 물든다.
동시에 지진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충격의 여파에 의해서 땅
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아까 전에 넘어져서 바닥에 배를 붙이고 쓰러져 있
지 않았다면 내상을 입었을 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이기까지만 수없이 빛의 폭발이 일어나고 빛과 폭음, 충격이 그
라테스 평원을 뒤흔들 때 머릿속에서 나의 이성이 경고를 보내온다.
'도망가야 해! 죽고 싶지 않으면 도망가야 되!'
하지만, 언니와 나는 처음 보는 압도적인 힘에 눌려 얼어버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쓰러져 있을 뿐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충격이 멎었고 소음이 약간은 잦아 들을 때 누군가 언니와 흔들며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어나! 란, 화란! 일어나!"
내 어깨에 닿는 온기, 그리고 흔들리는 몸을 인식하고 눈을 뜨고 나를 부
르는 소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공포와 충격, 비현실적인 상황에 평소
와 달리 머리가 굳어버린 건지 상대의 얼굴을 보고서 누구인지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
"란! 화란, 어서 일어나 달아나야 해!"
내 또래쯤 되는 익숙한 소년의 목소리, 검은 옷에 짧게 깎은 금발머리 그
리고 기이하게 길게 기른 앞머리…
"오딘…."
나는 아는 사람이 나타나서 반가움에 미소 지르며 중얼거렸다. 오딘은 망
설일 것 없다는 투로 서둘러 나와 언니의 팔을 잡고 위로 당겼다. 아는 사
람이 나타나서 조금은 안심한 나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일어날 수 있었
다.
"이쪽으로! 경기장안으로 들어가야 해. 밖은 위험해!"
오딘은 고함을 지르듯이 소리치며 언니와 나의 팔을 잡고 대운동회장 입
구로 뛰어간다. 조금씩 제정신을 차려 가자 서서히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
다.
만약에 지금 오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와 언니는 마냥 자리에 얼어 있
었을 것이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상황이 정리된 후에 말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일단은 그나마 안전할 수 있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야지.
뛰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신들이 쳐놓은 25중의 결계는 파괴신의 무차별
적인 공격에 하나 둘 깨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와 내가 있는 곳까
지 감싸는 결계는 하나만 남았는데 그것마저 구멍이 뚫린 채 당장이라도
깨질 것처럼 수많은 균열이 일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오딘이 나와 언니의 손을 놓고 뒤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언니와 나에게 뛰어가면서 이렇게 외친다.
"너희들끼리 경기장으로 들어가 그 동안 파괴신들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까!"
그때 한줄기 빛이 엉망이 된 결계구멍에서 오딘을 향해 쏟아졌다. 오딘은
왼손에서 청백색빛의 투창을 만들어 내며 눈앞까지 온 빛을 후려쳤다.
"모든 꿰뚫는 신의 창! 궁그닐!"
ㅍㅍㅍㅍㅍ!
빛은 궁그닐에 부딪히더니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갔다. 그사이 나와 언니는
지체할거 없이 경기장입구로 뛰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결계가 깨어
졌다.
************
경기장안의 관중들과 선수들은 대운동회장 지하에 마련된 긴급 대피소로
대피하고 있었다. 의외로 놀란 건 파괴신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사람들은 대피소로 들어가고 있다. 아마도 관중들 사이에 섞여있
던 각각의 유능한 지배층의 사람들이 힘써준 덕분인 것 같다.
그리고 임시로 세워진 대책본부에서는 진행본부를 기지로 삼고 파괴신의
대응을 위해서 신들과 각국의 수뇌들과 베델들이 모여있다. 언니와 나는
대피하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서 대피소로 들어가기보다는 파괴신 대책본부
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펼쳐져 있다. 넓은 방안
에는 각종 최신장비들과 컴퓨터가 들어 차있고 진행요원 및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무언가를 측정하는 둥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그안에 여러 가지 창들이 떠있으
면서 현재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보니 위성으
로 촬영한 듯한 현 파괴신의 폭주장면 생생히 보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그래프가 표시된 다른 창들을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현재 25중의 결계 중
10개가 깨어졌고, 대운동회 메인 경기장을 뺀 다른 곳의 피해가 심각했다.
"여기 있었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뒤에서 불쑥 등장한 한조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언니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냅다 비명을 질렀
다.
나와 언니: 으아아아악!!!
한조: 진정하게나. 일단 나를 따라와라.
한조에게 이끌여 간 곳은 파괴신대책위원회 작전실이었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tv에서 보았던 무슨 정상회담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홀이었다.
방한가운데는 도넛형의 둥그런 탁자가 있었고, 그탁자에는 척 보기에도 엄
청난 돈을 들여서 만들었을 법한 최신 컴퓨터와 마이크, 디스플레이가 여
러 사람들이 앉아 있는 각각의 자리에 한사람당 하나씩 설치되어 있고, 도
넛 탁자 안쪽에 비어있는 공간에는 빛을 발하는 반원형의 물체가 있고 그
것이 빛을 발하며 입체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띄우고 있다.
한조:(작은 목소리로) 이쪽으로
나와 언니:(작은 목소리로) 예….
언니와 나는 의외의 시설에 놀라 서울에 첫 상경한 시골시람 마냥 멍하니
입을 벌리고 구경하는 가운데 사람들 눈이 띄이지 않게 조심스레 한조에게
이끌려 빈자리에 앉았다. 한창회의가 벌어지는 중인지 홀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우리 옆에 앉아있는 익숙한 얼굴의 한사람이 살짝 웃으며 소리 죽여 입을
열었다.
클라우제비츠: 어서 와.
나는 주위를 살피며 역시 소리 죽여 답했다.
나: 반가워요~ 근데 지금 상황은?
클라우제비츠: 별로 안 좋아. 일단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 특
별히 이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법은 나오고 있지 않지. 흑태자는 침묵중이
고.
나: 그럼 전술가로서 당신의 생각은?
클라우제비츠: 글쎄… 파괴신은 내가 상대해온 어떠한 적보다도 강하고
행동을 예측 할 수 없는 녀석들이라 어찌 대체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혀. 뭐
확실한 것은 지금 이렇게 결계 안에서 웅크리기보다는 나서서 싸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나: 그래요.
클라우제비츠: 아니면 한가지 방도가 있기는 하지.
나: 뭔데요?
한편 한창 회의가 진행 중에 베라딘이 입을 연다.
베라딘: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가 강력한 신들과 함께 마장기로 출격하는
것을 권하고 싶소. 파괴신을 상대하는 데는 무의미한 다수보다는 강력한
소수가 최고이오.
클라우: 바로 저거.
회의장이 놀라움으로 술렁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라딘의 말에
찬성하는 듯.
나:(놀라서 목소리를 높이며) 잠깐만요. 잘못했다가는 흑태자나 당신이나
죽을 수도 있어요!
클라우: 란. 지금은 우리의 목숨을 따질 때가 아니야. 어차피 한번 죽었던
목숨, 나의 백성과 이곳의 모든 이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바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이대로 파괴신에게 당하면 경기도 우리의 목숨도 끝이
야. 여기서 나에게 부여된 안타리아를 지키겠다는 사명을 멋지게 지켜야지.
나: …알았어요.
한편, 얼마간의 이이기가 이어지고 모든 사항이 신속하게 결정되었다.
흑태자:(자리에서 일어난다.) 클라우제비츠 국왕, 신들이여 준비해주시길
바라오.
프라이오스: 알았소. 처음으로 적이었던 자네와 같이 힘을 합칠 날이 올
줄은 몰랐군.(희미하게 미소짓는다.)
흑태자는 그의 크레이드 마트인 검은 색 갑옷을 입고, 탁자 위에 올려놓
았던 투구를 쓴다. 그의 강력한 힘과 차가움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움
가진 얼굴로 칠흑의 어둠에 가려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올린이 말없
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흑태자는 이올린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안고는 무
언가 속삭이곤, 다시 뒤돌아서 홀을 나간다.
짙은 회색의 망토를 펄럭이며 홀을 나가는 흑태자를 바라보며 본적은 없
지만 모든 사람곁을 떠나 베라딘을 저지하기 위해서 아스모데우스를 타기
위해 홀로 복도를 걸어가던 흑태자의 뒷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입체 디스플레이에 대운동회장의 바닥이 갈라지고, 신들이 만든 최고의
마장기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의 출격이 비춰진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13장의 날개를 가진 순백의 세라프, 악마와 같이 짙은
회색에 비틀어진 뿔을 지닌 거대한 마신 아스모데우스. 서로 강렬하게 대
비되는 인상의 두 초마장기가 하늘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오른다. 천사와
마신.
두 마장기에 탄 사람들을 떠올리곤 나는 웃음 지어 버린다.
한 명은 신들의 최고의 기술과 정수를 담아 만들어진 신의 최고의 걸작품
인 천사장과 암흑신의 혈통을 가지고 이별의 역사에서 한번 나올까한 강력
한 힘을 지닌 자.
주신을 모시는 팬드래건, 암흑신을 모시는 게이시르.
정말로 탑승자와 마장기와 잘 어울린다 랄까?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초마장기 급의 강력한 힘을 가진 신들의 마장기
10개가 출격한다. 인간들이 만든 마장기와는 비교가 안되는 아름다움을 지
닌 마장기들…
최초로 신과 인간들이 힘들 모아서 공통의 적에게 대항하려 한다.
****
안타리아 최고의 마장기들이 출격했다.
목표는 라그나로크의 모습을 재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분별한
파괴를 일삼고 있는 파괴신들. 무수한 빛의 포격이 대운동회장에 직격한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죽음의 빛이 수많은 편린을 날리며 명멸한다. 처
참하고 압도적인 파워를 발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광경…
우리가 긴장한 체 메인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파괴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파괴신들은 메인 경기장이 신들의 굳건한 방어벽에 막혀 파괴되지 않자
파괴대상을 주변 건물과 시설로 바꾸었다. 물론 그 것들도 어느 정도의 방
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파신앞에는 무력할 뿐이다.
오퍼레이터1: 대운동회 관련 시설들이 50%이상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2: 현재 그라테스 평원의 피해상황은 심각합니다. 원래의 70%
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나: 심각하군…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항을 보고하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를 들으며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각국의 지도자중 몇 명도 한숨을
내쉰다.
레오파드: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저거에 들인 돈이 얼만데 허무하게 무너
지다니!! 완전 적자야!
아슈레이: 실례지만 여기서 할만은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레오파드: (아슈레이를 돌아보며) 제대로 이익도 못 얻을 프로젝트에 나는
사재를 털었어! 공정한 건설 어쩌구해서 과중한 세금을 물리지 못하게 했
다고! 그리고 공사 때문에 스트레스 쌓여서 피부는 망가지고, 머리는 푸석
푸석하고…! 거기다 가장 분한 건 나는 베델리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출연이 한번도 없었고!
(작가 왈: 그래, 잊고 있어서 이제야 출연시켜 미안하다-_-;)
이름대로 암표범처럼 여유있고 거만한 매력이 있던 레오파드 답지 않게
선명한 핑크빛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쌓일대로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터져 히스테리를 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
며 폭주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폭언을 묵묵히 들으며 불쾌한 표정을 짓
는 아슈레이.
'땡'∼! '털썩'…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맑은 금속성 울림과 함께 뒷통수에 거대한 혹을 단
채 쓰러지는 레오파드.
마리아: 조금은 조용히 해주시지요? 여기는 당신의 사저가 아닙니다.
레오파드 못지 않게 여왕님의 풍모를 가진 마리아가 오른손에 프라이팬을
든 채 정신을 잃어버리고 의자에 쓰러진 레오파드에게 말했다.
뭐랄까… 굉장히 희극적인 상황에 이곳에 깔려있던 무거운 중압감과 긴장
감이 가벼워졌다.
라시드: 앗! 디스플레이를 보십시오. 드디어 우리편에서 공격을 시작했습
니다!
이제는 사회자라는 입장에 익숙해진 것인지 저도 모르게 쇼 프로그램 사
회자처럼 왠지 활기차고 유쾌하게 말하며 디스플레이를 가리키는 라시드.
우리들은 라시드의 말대로 메인 디스 플레이를 바라보았다.(그런데 디스플
레이를 보기 전 이올린은 라시드를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여하튼, 디스플레이에는 파괴신들을 향해 맹렬하게 공격을 가하는 마장기
의 무리가 보였다. 그 중에서도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가 놀라운 화력으로
파괴신을 처치하고 있었다.
한 파괴신이 기이하게 뒤틀린 입을 벌려 에너지 포를 쏘자 허공을 날던
아스모데우스는 가볍게 검으로 후려쳐져 날려버린 다음에 높이 떠서 파괴
신을 향해 대각선으로 활공을 하며 검을 내리친다.
파가가가가!
활강할 때의 힘까지 더해서 입을 벌려 재차 공격을 하려던 파괴신의 머
리가 산뜻하게 잘려나간다. 그야말로 순간에!
파괴신1&2: 크오오오오~!!!
그리고 활강을 하던 아스모데스우스의 궤도를 미리 예상하고 대기하고 있
다가 공격을 가하는 파괴신! 그러나 아스모데우스는 파를 발하여 뻗어오는
파괴신1, 2의 팔을 날려버린 다음 곡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솟구치고, 괴로
움에 몸부림치면서도 팔을 재생시키는 파괴신을 향해 세라프가 달려들어
연으로 수십조각으로 나누어 처치한다. 그리고 신들도 연계플레이와 각계
격파로 서로서로 보조하며 순조롭게 파괴신들의 격파한다.
순식간에 상황이 호전된다.
그 가운데 갑자기 파괴신의 공격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높이 상승하는 세
라프. 아마도 무언가 하려고 하는 듯 하는 것 같다. 한편 파괴신들과 혈전
을 벌이던 신들의 마장기와 아스모데우스가 세라프가 허공에 정지할 무렵
안전할 만한 곳으로 흩어진다.
이때 세라프는 손에 들고있는 검을 양손으로 붙잡고 검끝이 허공을 향하
게 들어올린다. 동시에,
우우우웅…
기이한 울음을 터뜨리며 세라프 뒤로 펼쳐진 13장의 날개가 눈부신 청백
색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고 깨끗한 빛의
날개를 단 세라프의 모습은 장엄하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역시 천
사의 호칭을 가진 마장기다운 모습이랄까.
그리고 세라프의 손에 들린 검이 서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날개의 빛
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마치 세라프의 날개의 빛이 검으로 전이되듯이.(아
마도 세라프의 날개에 집적 된 엄청난 양의 영자가 검으로 옮겨지는 것이
라.) 마침내 전이가 끝나고 태양처럼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검을 든 세라프
는 날개를 접고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급하강을 하기 시작한다.
루시퍼: 무극파라십삼익 영식!
통신을 타고 들려오는 루시퍼의 외침과 함께 세라프는 찬란한 빛을 발하
는 검을 거꾸로 쥐고서 파괴신의 한복판에 던졌다.
세라프의 손을 떠난 검은 긴 빛의 궤적을 끌며 파괴신을 향해 떨어지고
검을 던지자마자 세라프는 날개를 활짝 펴며 바닥에 부딪치기 직전에 허
공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빛의 검이 파괴신이 한복판에 꽃혔다.
파아아아아앗!
내가 보고 있는 대형스크린을 가득 매우는 빛! 상활보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야를 가득 매우는 밝은 빛에 눈을 가리고 말았다. 빛이 사라졌
을 때 오퍼레이터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화면
이 복구된 스크린에 눈에 띄게 수가 줄은 파괴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살아
있는 것들도 꽤 피해를 입은 듯했지만 아직 파괴신들은 건재하다. 보아하
니 빠르게 손상을 복구하고 있고…
우리는 스크린 한구석에서 파괴신 사이를 걸어오는 한 마장기를 보고 전
율을 느꼈다.
척 보기에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온몸에 음산하고 붉은 그리마의 기운을
피어 올리는 아스모데우스. 무극파라십삼익을 시전 할 때의 세라프가 빛에
감싸인 천사장의 모습이라면 악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스모데우스는
지옥의 마왕이라고 할 수 있다.
짙은 회색 빛의 마장기. 그의 오른손에는 거대한 아수라가 들려 있었다.
흑태자의 위압감을 풍기는 아스모데우스에 파괴신들도 함부로 공격을 하
지 못했다.
척 보기에도 무엇을 하려는 지 뻔하다.
나: …드디어 나왔군.
긴장과 침묵이 깔린 이곳에 나즈막하게 울리는 내 목소리.
스크린에 비친 아스모데우스가 아수라를 치켜올렸다. 그리고 아수라에 피
어오르던 오라가 한층 더 강렬해지며 순간 사위가 어두워졌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
흑태자: 『진 아수라파천무(進阿修羅波天舞)』
외침도 아닌 그냥 평범한 목소리로 필살기를 말하는 흑태자. 그러나 그
말이 어떠한 외침보다도 무게 있게 다가온다.
한때 철가면이 세라프를 타고 시전하려했던 아수라파천무가 진정한 주인
의 손에서 발휘된다.
소리도 없는 파동음.
그리고 스크린을 가득히 매우는 막대한 어둠…
그야말로 심연의 허무를 끌어오는 일격이었다.
아수라파천무에 의해서 관측장비가 고장이 났는지 까맣게 변한 스크린은
한참이나 켜질 줄 몰랐다.
=======================================================
앗싸∼ 폭주하는 대운동회!
라제에 끙끙대더니 그래도 쓰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화(+에필로그)로 대운동회 종료하는 군요.
드디어 끝이 보이는 대운동회.
그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