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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서
치고 나가는 거야
유치밑에 숨겨진 영구치의 싹처럼 말야
새벽 두시 청담대교
칼치기는 기본
어떤게 먼저 빠질지 솟을지는 아무도 몰라
싹수가 노랗다고? 죽든지 살든지 피할 수는 없어 판을 돌려 덤앤더머
- 오빠, 나랑 사귀는데 일년에 일억이야 -
- 자기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
- 그래 나 원래 이런 사람인데 몰랐어?-
- 자기가 꽃뱀이니? -
- 오빠는 그동안 내가 공짜라서 만난거 아냐 ?-
명주실에 포박 당한 젖니는 문고리와 손가락이 겨눈 아찔함을 느낀다
피는 금방 그칠 테니 솜이나 앙다물어
명주실을 달고 빙빙 날아 오른 유치는 옛집 슬레이트 지붕에서 싹수를 헤아리고 있다
유치의 여백을 타고 오른 영구치를 혀 끝으로 요리조리 밀쳐본다
단 한발만 장전된 총알이 기다리는 미래는 헤이리 자동차 극장에서 싹 텄다
방아쇠 사이 엄지와 검지는 서로의 아픔을 딛고 서 있다
판을 돌려 덤앤더머
뽑은 사랑니 주세요 빈 스킨통에 보관중인 사랑니는 우리의 펜던트
쿵쿵 끄앙 클럽 같지? 밟어 끝까지 자유로
기블리 스피커는 이륙 기어로 변신 중
back to the future 의자를 눕혔던 심장의 룰렛 최대의 볼륨을 끌어 올리자
입술을 오므리며 만든 구름 도넛
가지런한 치아
시간 낭비 말라구? 감정 낭비 말라구? 너는 네 인생 잘 살아
뭐라냐 씨발꺼
헤어질때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입에 당기는 것들은 죄다 사나웠다 정조준 당한 판이 멈추고 있다
나를 전염시킨 것은 속도도 음악도 아닌 무한의 판타지
새벽 달빛이 강변에 윤슬을 일으킨다
-이제 그만 우리, 연락처 삭제할까?-
-삭제하는 거 진심야 오빠?-
- 응 -
-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니?-
순식간에 오른쪽 따귀를 갈긴다
-이빨 앙 다물어 이 나쁜 놈아 -
왼쪽 마저 갈긴다
-오빠, 따귀는 맞아 봤니?-
-처음인데-
-괜찮아 오빠?-
-주먹으로 친 것도 아닌데 뭐-
그의 두 볼을 어루만지며 엑스터시를 느낀다
급성기를 지난 포옹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위험으로 바뀌는 속도를 감지해 내는 능력자
명주실로 포박한 너를 스킨통에 분골로 쳐 넣을테다
유치한 젖 비린내가 풍긴다
니가 죽으면 니껀 다 내꺼
내가 죽으면 내꺼는 그냥 내꺼
러시안 룰렛
내가 먼저 당긴다
너를 만나 두 눈을 감던 첫 순간처럼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정윤서 시인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졸업. 2020년 《미네르바》 등단.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