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을 비롯한 매스컴들이 김병현의 슬라이더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프리즈비(Frisbee)’와 ‘Nasty slider’가 바로 그것이다.프리즈비는 원반 던지기 놀이의 일종으로 김병현의 슬라이더가 옆으로 휘는 모양을 빗댄 것이다.‘nasty’는 ‘외설스러운’이라는 뜻에서부터 ‘더러운’또는 ‘난처한’,‘비열한’ 등의 다소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김병현의 슬라이더를 지칭할 때는 ‘너저분해서 치기 어려운’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된다.
‘nasty’란 말은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90년 신시내티 레즈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한참 유행했다.롭 디블(현 ESPN 해설가)과 놈 찰튼,랜디 마이어스 등 세명이 불같은 강속구와 함께 성질도 괴퍅해 ‘Nasty Boys’로 불렸다.
김병현이 지난 25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왼손타자인 토마스페레스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에 대해 ESPN을 비롯한 매스컴은 곧바로 ‘내스티 슬라이더’로 표현하며 이 장면을 이틀 연속 방영했다.볼카운트 2-3에서 김병현이 던진 몸쪽 슬라이더는 타석에선 스트라이크로 보여 페레스가 스윙을 했을 테지만 스윙 이후 공이 벨트 부분을 맞았고 양쪽 덕아웃에선 웃음이 터졌다.
가만히 있었으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을 페레스의 입장에선 무안하고 화도 나겠지만 사실 페레스와 같은 ‘피해자’는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있었다는 것이 지난 가을 애리조나 폴리그에서 만난 최희섭과 권윤민의 증언이다.지난 9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김병현은 자체평가전에서 강혁과 최희섭,박한이 등 내로라 하는 왼손타자들을 상대로 피칭을 했다.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왼손타자 5명이 김병현에게 ‘헛스윙 이후 몸에 맞는 공’으로 어이없는 삼진을 당했다고 한다.광주일고 1년 후배인 최희섭이나 국가대표로 배터리를 이뤘던 권윤민은 “그 때 공은 정말 무시무시했다”고 술회했다.이에 대해 김병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것도 같다”며 웃었다.
현재 김병현이 던지는 레퍼토리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대부분.그런데도 상대팀 타자들이 뻔한 구질에도 눈을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슬라이더가 바로 보통 슬라이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양성동특파원
○…김병현은 6일(한국시간) 클럽하우스의 라커룸을 정리하기 위해 뱅크원구장을 다녀왔다.김병현은 “짐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귀국 일정에 대해 9일로 예정돼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고 밝혔다.이는 최근 판 집과 새로 사게 될 집에 대한 계약 문제가 남아 있고 짐정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이날 시카고 커브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의 권윤민과 최희섭을 만나함께 시간을 보냈다.권윤민은 김병현과 함께 국가대표 시절 배터리를 이뤘고,최희섭은 광주일고 1년 후배다.이들은 피닉스 인근 메사에 머물며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권윤민은 “월드시리를 보면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아파트가무너질 뻔했다.애리조나가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병현은 오는 8일에 있게 될 구단의 우승 행사에 대해 반드시 참석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빠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김병현은 귀국이 한달 동안 늦어졌는데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