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사람 (The Snow Man) - 스티븐즈
정영희역 / 미주현대불교 9월호 07년
The Snow Man
One must have a mind of winter
To regard the frost and the boughs
Of the pine-trees crusted with snow;
And have been cold a long time
To behold the junipers shagged with ice,
The spruces rough in the distant glitter
Of the January sun; and not to think
Of any misery in the sound of the wind,
In the sound of a few leaves,
Which is the sound of the land
Full of the same wind
That is blowing in the same bare place
For the listener, who listens in the snow,
And, nothing himself, beholds
Nothing that is not there and the nothing that is.
눈사람
겨울의 마음을 지녀야 하네
눈 덮인 소나무 가지와
서리를 응시하려면
오랜 시간 추워봤어야 하네
얼음 꽃 빼족한 노간주나무와
멀리서 반짝이는 정월 햇빛 아래
까칠한 전나무를 바라보려면,
바라보며 바람 소리, 앙상한 이파리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떠올리지 않으려면,
그 이파리 소리는 귀 기울이는 이에겐
벌거벗은 바로 그 자리에서 불고 있는
바로 그 바람으로 가득 찬
대지의 소리, 그는 눈 속에서 귀 기울일 뿐
그 자신 텅 비워져, 그곳에 있지 않은 것
보지 않고 존재가 텅 비어있음을 보네.
이 시의 제목, 눈사람은 “겨울의 마음”의 은유이면서, 없음/텅 비어있음을 즐기는 마음, 즉 진공(眞空)의 은유이다.
겨울의 마음은 겨울이라는 계절의 헐벗은 풍경을 떠올리게 하면서 모든 장식이 떨어져나간 사물의 진수를 상징하게 된다. 또 “겨울의 마음”은 주관이 가미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자리, 즉 상상력의 본원의 자리를 뜻한다. 이 시의 풍경에 정서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풍경을 눈사람의 마음/겨울의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풍경은 변하지 않으나, 풍경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뀐다. 즉, 전생과 이승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마음은 스티븐즈가 창조한 겨울의 마음으로 표류하고 결국 바람소리로 된다.
시인은 나무들의 본체가 공함/텅 비어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나무들을 분별하지 않고 비어있는 것으로 본다. 시인은 현실을 올바로 바라보는 방법은 색(色)을 공(空)으로 인식하는 마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색불이공:色不以空). 진공이 현상계(만법:萬法)의 본체이며, 모든 물질은 본래 본성(本姓)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듣는 이(눈사람)는 “존재하지 않는 것 보지 않고”, 즉 분별심을 버리고 주관이 가미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 사물(색)을 보며, 그럼으로써 모든 존재의 형상 너머로(제법무상:諸法無常) “존재의 텅 빔”/무(無)(공:空)을 볼 수 있다(제법무아:諸法無我). 즉 상상력으로 바꾼 현실/사물의 현상을 넘어선 공함을 깨닫는 것이다.(색즉시공:色卽是空))
존재의 텅 빔을 바라볼 때 이는 곧 현실 그대로를 겨울의 마음/진공(眞空)으로 바라보게 되므로 이 나무들은 실재가 된다. 모든 만물은 또한 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공즉시색:空卽是色)
스티븐즈는 기독교의 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그 자리를 인본주의로 메우려 했으나, 인본주의는 그의 궁극적인 신앙의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잃어버린 신의 자리를 자신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시로 대체했다. 그는 신앙의 대상은 외부의 신이 아닌 자신의 상상력이나 정신으로서 자아를 매우 중시했다.
그가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실재는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사물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상계가 비어있음/공함을 밝혀 현상계의 실재/존재의 실상/본성을 깨치는 순간 현실은 실재가 된다.
스티븐즈의 실재는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은 자, 즉 부처의 눈으로 보는 현실을 말한다. 그는 “만일 당신이 어떤 그림에서 세대의 유약과 먼지를 떨어버리면 당신은 최초의 개념(First Idea)으로 그림을 보게 된다. 만일 당신이 유약과 먼지가 없는 세상에 대하여 생각하면 당신의 최초의 개념의 사상가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최초의 개념’은 마음의 본원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현실이 잘못되어 있다 해도 시인의 상상력은 새로운 실재를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월리스 스티븐즈 (Wallace Stevens)(1879-1955)
그는 하버드 대학에 다닐 때 평범한 미국생활이나 미국풍경과 대조되는 풍부한 상상력의 동양예술과 프랑스 시에 빠져들었고, 월트 휘트먼을 통하여 에머슨 류의 초절주의자와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 있는 반 게이젤Van Geyzel과 중국에 있는 해리엇 몬로의 누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간접적으로 동양문화와 접했고 니야나킬로카 스님의 라디오 방송원고 『붓다의 가르침의 정수 』(The Essence of Buddha's Teaching)를 읽었다.
이 책에는 니체의 “불교는 기독교보다 수백 배 현실적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전통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종교적 가르침일 것”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뉴욕 법률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그는 하트포드 보험회사의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시를 썼다. 첫 시집 『풍금』이후 모두 8권의 시집을 냈다.
흔히 상징주의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 스티븐즈는 초기의 순수시로부터 이후의 형이상학적인 시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심상을 구상화하는 능력에 있어서 탁월한 시인으로 인정받는다.
첫댓글 눈사람을 읽고나니...참다운 눈사람이 되고싶습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눈사람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무상고무아를 통한 실상의 드러남!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