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시장 구경
항구시장 안면도 바닥가
봄날엔 바닷바람도 결이 곱다. 멀찍이서 지켜보면 그저 평화로운 항구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짠내 그득하다. 돈으로 환산될 생선들이 투박하게 거래되고, 꽃게가 크기 따라 암놈 수놈 가려 상중하품으로 분류된다. 외지 사람들은 회 한 접시 먹고 바다 냄새 맡을 요량으로 태안의 끝 안면도 바닷가를 찾지만 지역민들에게 이곳 방파제항은 어떤 곳일까. “손님이나 온다고 하면 항구 시장에 장보러 나오지유. 평소엔 그냥저냥 먹어도 손님상엔 뭔가 올려야 허니께.” 바닷가 옆 펄떡이는 수산시장은 외지인의 눈에도 사고 싶은 것 천지. 싱싱한 바지락과 꽃게, 생선 구경하는 재미에 자리를 못 뜬다. 만선의 기쁨으로 항구에 들어오는 고깃배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고기들이 실려 있다. 죄다 인근 횟집들로 갈 운명. 저런 놈들이 유유히 활개치고 다니는, 끝도 없이 식량 자원을 쏟아내는 바다란 존재가 달리 보인다. 어부들의 표정도 밝아서 좋다. 봄철엔 유독 고깃배가 풍성할 때란다.
1 재래시장 입구 공터엔 이렇게 널어 말린 생선이 장관이다.
2 얄팍하고 널찍한 모양의 박대는 충청도 일대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 생선. 살짝 말려두었다가 석쇠에 구워 고추장을 찍어먹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박대 위쪽에 반 갈라 말린 것이 바로 우럭포.
재래시장 태안 읍내
항구 시장과 달리 읍내의 재래시장엔 유독 말린 생선이 많다. 들으니 이곳 사람들은 얼추 말린 반건조 상태의 생선을 즐겨 먹는단다. 충청도 일대의 서해 바다에서 나오는 얄팍한 생선 ‘박대’도 말려 석쇠에 구워 먹고, 조기도 앞마당에 며칠 널어두어 꾸덕꾸덕해지면 먹는데, 굴비와는 또 다른 맛이다. 재밌는 건 회로 먹거나 생물로만 먹을 것 같은 우럭을 여기 사람들은 반 갈라 말려 먹는다는 것. 건조 우럭인 ‘우럭포’는 제사 때는 물론 손님상에도 빠지지 않는 태안 지역의 대표 식재료다. 재래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봄볕에 일광욕 중인 생선들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모두 시장 상인들의 판매용 상품이란다. 봄기운 맞은 계절 채소도 잔뜩이지만 바다 먹을거리가 가득한 이곳 재래시장은 대략 ‘생선전’에 가깝다.
4 재래시장 곳곳에서 널찍한 광주리에 담긴 반건조 조기들을 만날 수 있다.
5 낙지 속에 능쟁이를 넣어둔 것이 특이해 물었더니 낙지의 먹잇감이란다. 태안 사람들은 펄펄 살아 있는 능쟁이에 양념장을 넣어 버무려 먹거나 간장에 절여 놓았다가 게국지김치를 담근다.
소금밭엔 천일염
송홧가루 날리는 5월엔 소금이 가장 맛있을 때다. 해안을 따라 널찍한 소금밭이 있는 태안에서는 모든 음식에 천일염을 쓴다. 이왕이면 몇 년씩 묵은 것으로 말이다. 소금은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져 배추를 절여도 묵은 소금을 쓰면 맛이 달고 갓 나온 소금에서는 쓴맛이 난다. 좋은 소금이 나는 이즈음 태안 사람들은 소금밭에 나와 한두 가마니 소금을 사다가 집에 두고 물기를 뺀다. 염전에서 얼추 물을 뺀 소금 가마니를 집에 두고 간수가 완전히 빠지도록 기다리는 것. 물기가 다 빠지면 커다란 항아리에 소금을 담아두고 묵혀 먹는 것이다.
해안 절벽엔 방풍잎
‘풍을 막는다’는 의미로 방풍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채소는 태안 바닷가의 절벽 틈새나 모래 언덕 같은 척박한 땅에서 나던 것이다. 갯바람을 맞고 자라는 채소로 고기를 쌈 싸 먹거나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 데친 채로 강된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특유의 씁쓸한 맛과 향이 있는데 뒷맛은 달아 식욕을 돋운다. 최근엔 이 방풍잎을 재배하는 데 성공하여 태안 지역에서 공급하는 방풍잎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태안에서 꼭 먹고 가는 음식
손님상엔 간장게장이 빠지지 않는다
값비싼 재료들이긴 해도 싱싱하고 풍성하니 바닷가 마을을 찾은 손님들에겐 꼭 이 지역 음식을 상에 올려 대접한다. 집집마다 손님상에 빠지지 않는다는 간장게장, 태안에 왔으면 꼭 먹어보고 가야 한다는 게국지찌개, 그리고 가을엔 시원한 물메기 지리, 봄철엔 실치(뱅어포가 되기 이전의 실처럼 작은 생선)로 끓인 국을 따뜻하게 올린다.
데친방풍잎
다른 쌈채소처럼 생잎으로 먹어도 좋지만 태안 사람들이 집집마다 애용(?)하는 방법은 살짝 데쳐 된장에 찍어 먹는 것. 잎이 부드럽고 쌉싸름한 특유의 맛이 있다. 외지인들은 최근에서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방풍잎을 찾곤 하지만 태안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안가의 자연산 방풍잎을 먹어왔다고 한다.
영양만점 굴을 밥위에
한 입에 바다를 느낀다. 바다의 우유 굴밥! 오늘은 굴밥 한 번 안하실래요?
첫댓글 친구 잘봤네. 어릴적 맛나게 먹던 음식 생각 많이 나네. 그 시절이 그립다네.
능쟁이 등 고향음식 소개가 잘 되어 있네
고향의 맛이 그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