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후 한달..
오늘의 한달이 오기까지가 더욱 길게 느껴진건 이 또한 나이탓인가...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이게 일상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개떡같은 출국절차와 입국절차, 격리를 마치고
이제 겨우 2주가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길게 느껴진 한달인것 같기도 하네
출국 한달도 전부터 해운이사로 짐을 보내고.. 영종도 빈집에서 한달 살이를 하다가, 출국 3일전에 서울 호텔로 잠시 나왔다가
출국 2일전에는 코로나 검사도 받고, 마스크에, 페이스쉴드에 니트릴 장갑으로까지 중무장 한채 300명 정원 비행기에 50명 탑승한 비행기도 처음 타보고, 14시간 비행동안 밀폐된 화장실에 안가겠다고 음료도 안받아먹었지만..
역시나 인간은 본능의 동물인것을.. 기내식 두번에, 커피도 추가로 받아먹고, 잠자다가 못먹은 간식이 내심 아쉬운 정말 오랫만의 비행.. ㅎ
그치만 여기까지는.... 아주 순항이었던 것을 입국심사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캐나다는 비자를 받고 미리 받고 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캐나다 정부의 비자승인레터를 가지고 가서 캐나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때 입국심사관이 정부승인레터를 보고 그 자리에서 비자를 주는 시스템...
내 비자는 캐나다 파견가는 기관에서 핸들링을 해줬는데, 출국하기 전에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만 자꾸 하는거지...
학생비자로 가던, 워킹홀리데이로 가던, 외국인이 장기체류로 입국을 하는데 신체검사를 받지 않는 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해서
비자 준비하는 동안 수차례 신체검사가 정말 필요없는 것인지 문의했으나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더이상 따질수가 없었고,
나보다 3일 먼저 캐나다에 도착한 차장님이 무사히 입국을 해서 2년짜리 비자를 받았기에 나도 안심하고 들어가는데...
내 이민심사관 왈, "너 한국에서 신체검사 안받고 왔네? 넌 입국할 수 없어! 니가 타고 온 비행기 타고 한국을 돌아가!" 왓 더....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고 눈앞은 캄캄해지고 와이프는 얼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나라도 정신 차리자!!! 하면서
아니다!! 내 캐나다 변호사(여기서 어케 변호사라고 했는지 ㅋ)가 신체검사 필요 없다고 했다! 그리고 3일전에 내 동료도 입국 잘 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봐라!! 하는데 내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고...
그래서 그럼 너 내 변호사랑 한번 통화 좀 해볼래? 하며 비자대행사 직원과 가까스로 연결되어 통화를 하는데.. 이민심사관 말이 맞는듯하다.... 하아... ㅈ댓다... 더욱이 내 이민심사관 3일전에 입국한 차장님 파일을 어디서 찾았는지 나한테 와서 니 동료 이름이 이거 맞냐고 묻는데... 맞다... 내가 괜히 말해서 차장님도 비자 빼앗기는거 아닌가? 어쩌지?
니 동료도 입국을 하면 안되는건데 그건 그 당시 이민심사관이 실수로 그냥 비자를 준거 같다고 하네.. 한다... 그치만 이미 나간 비자는 도로 회수하거나 어쩔수는 없는 모양이다.. 일단 이건 다행..
아놔 근데 왜 나만 걸린거야.. 역시 난 재수가 없어.. 그나저나 내가 타고 온 대한항공은 몇시에 돌아가는지 확인차 대한항공 앱을 켰는데... (와... 이때가 가장 충격적...) 대한항공 앱을 열어보니 나의 예약 사항에 그날 당일 "토론토-인천" 2명 예약이 되어 있음... ㅎ 이민국에서 항공사에 연락해여 자동으로 내 돌아가는 표 예약이 되어 있는 거... 비행기표도 1인당 1300불이야... (와이프 기절할까봐 이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고..) 이때는 정말 나도 그냥 포기... 돌아가면 회사에다가 뭐라고 이야기 하지? 한국 가면 자가격리는 어디서 하지? 개쪽이다... 회사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일꺼야... 무슨 망신이야... 하다가.. 이대로는 못가!! 갈 수 없어!!!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구석탱이 대기장소에서 찌그러져 있다가.. 내 이민심사관한테 다시 가서 사정을 한다..
나 니네 나라 공항에 일하러 온 사람이다. 월급도 니네한테서 받는게 아니고 한국에 있는 내 회사가 준다! 내가 니네 나라에서 공짜로 공항에서 2년간 일을 해주러 온거라고!! 그러니까 비자 좀 줘.. 신체검사 없어도 6개월짜리 비자는 줄 수 있자나.. 그럼 6개월만이라도 줘.. 아니 3개월만이라도 줘.. 그럼 내가 입국하자마자 니네 나라에서 신체검사 바로 받아서 그때 다시 연장신청 할께.. 빌었다.. 구걸했다.. 진짜 이게 외노자 운명이구나... ㅠㅜ 내가 아쉬운데 빌어야지 어떻게 해....
다시 대기 장소 가서 앉아있으라고 한다.. 시간을 보니 비행기 착륙한지 이미 2시간이 지났다.. 근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여기 잡아두고 있는거 보니.. 일단 오늘 내가 타고온 대한항공으로는 안보내려는것 같다.. 다시 앱을 보니... 인천가는 예약내역이 다시 사라져있네... (1차 안도...)
한참 후 다시 이민관이 나에게 온다.. 6개월 주겠대 비자... 와... 진짜.. 눈물날뻔했다.. 고맙다고 수십 수백번 이야기 했다 ㅠㅜ
이렇게 세시간이 다 되서 겨우 이민국에서 6개월짜리 비자 받고 나와서 짐 찾는 곳에 오니... 덩그러니 내 이민가방 2개와 캐리어 2개만 쓸쓸히 남아있... 짐 챙겨서 다시 입국자 코로나 검사 장소로 가서 코로나검사를 받고 입국 10일차에 셀프코로나 검사하는 키트 받아 캐나다정부 지정호텔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정말 역대급 입국심사... ㅠ
입국 코로나검사는 하루만에 음성으로 결과 나오네.. 이럴꺼면 정부지정호텔을 왜 3박4일이나 하라고 하는 건지.. 3박4일 호텔비만 200만원 넘게 받아먹으면서.. 이놈들.... 캐나다가 집인 사람들은 그냥 결과 음성 나오면 집으로 가서 나머지 자가격리 한다는데 나는 몬트리올 가는 비행기를 4일 후로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그냥 3박4일 호텔에서 버틴다.
인천-토론토 구간에도 짐 오버차지 20만원 냇는데, 토론토-몬트리올 구간에 오버차지 20만원 또 낸다.. 하아.. 경유라도 토론토에서 당일 환승했으면 한번만 내도 되었을 텐데.. 아깝다 내돈.. 토론토.. 다시는 잊제 않겠다며 몬트리올로 향한다.
한시간만에 몬트리올 도착해서 우버타고 자가격리할 에어비앤비로 와서 겨우겨우 짐을 풀고.. 11일 추가 격리에 들어간다~
입국 10일차에 한다던 셀프코로나 검사는 8일째에 하라고 연락와서 내가 스스로 코 파서 검체채취 키트는 택배로 보내고~
14일간 매일같이 캐나다정부 앱에다가 증상보고를 해고, 수시로 밖에 안나가고 집에 잘 있는지 공무원들한테 확인전화가 오고.. 3일 먼저 온 차장님은 집으로 찾아왔다고 하네 ㅎ
자가격리가 입국 14일차인 토요일에 풀렸는데 그닥 기쁘지도 않다.. 바로 오는 월요일에 캐나다 이민국 지정병원에 신체검사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외국와서 내 몸에 주사바늘 찌르는게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또 병원에 갔더니 죄다 아시아/동남아/중동 외국인들만 가득... 이민국 지정병원이다보니.. 다들 체류 문제로 온거겟지... 정말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그 이후로 집도 보러 가고, 은행가서 계좌도 트고, 차도 보러 다니고,, 나름 동네구경도 하면서 리프레쉬 하고...
어제 6/14일 첫 출근도 했어~
비자가 6개월짜리라서.. 운전면허 신청도 못하고, 의료보험 신청도 못하고, 사회보장제도(우리로 치면 주민등록 같은거) 신청도 못하고, 더더욱 중요한건,,, 나 1년 이상 일하러 온 사람이라 이사짐 받을때 면세로 통관이 되지만 일단 현재 비자는 6개월짜리라서 어쩌면.. 내 짐 받는데 세금 내도 짐 받아야 할지도... ㅠㅜ (세관인터뷰 받으러 갈 때 비자 연장했다는 증빙 잔뜩 들고 가야지... 내 말을 들어주기나 하려나... ㅎ)
이런 모든 상황들 때문인건지.. 아니면 정말 나이가 들어서인지... 열정이 그만큼 없어진건지....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 만나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게...
20대에 왔었던 캐나다와는 너무 다르고 힘도 부치긴 하네..
하지만 여기가 얼마나 내가 오고 싶었던 곳이고 목표했던 곳이란걸 내 스스로가 잘 알기에.. 초반의 이런 일들을 해프닝 삼아서 2년 유의미하게 잘 있다가 돌아가보도록 할께!!
다들 2년후에 그대로이더라도 더 성장하더라도 더 늙더라도.. 우린 우리 모습 그대로 만나서 웃고 떠들면 되겠지? ㅎㅎ
이런건 나 감수성에 젖어서 새벽에 써야 하는게 맞는데... 그럼 한국은 대낮 오후일테고.. 누군가 낮에 카페 들어가서 이 글을 볼 수도 있을수도 있으니... 자기들 시간에 맞춰서 난 대낮에 쓰고 있어 ㅎㅎ
쓰다보니 겁나 길어졌네... 지루했다면 미안해.. 그치만 이렇게 어디에라도 적어놔야 나중에 곱씹어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을것 같아서.. 근데 너무 길긴 하다 ㅎㅎ 단상이 아니라 완전 장~~~~ 長想 이네 ㅋㅋ
5/1 비가 주적주적 오긴 했지만 캠핑장에서 했던 불멍이 자꾸만 생각나는 "낮"이다.
다시 오크할 그날을 기다리며....
"소부 잠시만 안녕" 백일장 내 맘속의 1위는 조만간 상금으로 안내가 나갈것이니 다들 기대하고 있어!!
첫댓글 ㅋㅋㅋㅋㅋ
힘들었을텐데 웃어서 미안.. 재밌어서 그만..ㅎㅎ
너라서 할 수 있는거야. 나라면 못 해. 아니 시작도 안하지ㅎㅎ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줘서 고마워ㅎㅎ
이제 집도 구하고 적응도 어느정도 한 것 같으니 여유를 즐기도록 해~~
항상 건강이 먼저다잉!!
이제봤네ㅋ
글 보니 고생한 소부가 생생하네.
나라면 그냥 포기하고 고향앞으로~~~
몸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