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0일 (일) 고대산 :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832M)
늦은 오후부터 어쩌면 서울에서도 첫눈을 볼 수 있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연천이라… 옛날 같으면 전방이고 군사지역이라 한번 가기도 힘드느데
세월이 좋아져서 이렇게 쉽게 갈 수 있구나 란 생각을 하면서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의정부역에 도착하여 보니 옆 프랫폼에 정차하여 있는 객차에 벌써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취송대장과 파도와 함께 9시20분 발 경원선 –
한국전쟁 전에는 서울에서 철원을 지나 원산으로 가는 기차.
지금은 경원선의 종착역인 연천군 신탄리역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다.
신탄리역에 하차하니 얼굴에 불어 오는 바람이 아침에 서울에서
느꼈던 바람과 사뭇다르다. 공기는 맑고 마지막 가을이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초겨울 차가움이 옷깃으로 스며든다.
역을 나와 500여 m를 걸으니 고대산 입구- 고대산 매표소다.
몇 걸을을 걸어 가면 등산로 표시가 보인다. 산토피아는제1등산로(3.65Km)를
오름길로 제2등산로(3.20Km)를 내림길로 정하고산행을 시작하였다
한여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 했던 갈골의 떡갈나무 숲은 잎은
떨어져 갈색의 산길 카페트를 만들어 놓았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적 마다
한적한 계곡의 ‘바삭바삭 사가사각’ 가을 소리가 난다.
30여분을 오르니 왼쪽에 진도개가 가을 푸르름을 보는 듯한 모습의 직벽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진돗개가 아니라 바위의 얼룩무늬가 있어 표범바위라는 취송대장의
설명을 듣고 다시 오르기를 한다. 8부능선 까지 파란 가을 하늘도 잘 보이지 않은 계곡을
오름의 연속이다. 계단도 유난히 많고 오름의 연속이라 장딴지 근육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취송대장의 뒷모습은 눈에서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파도님도 무거운 다리를 한발짝 한발짝 슬로우 템포로
쉼이 없이 오르나 나는 잠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름을 하였다. 한걸음을 옮길
적마다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듯 근육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진다.
약 1시간을 오르니 고대산 정상이 보인다. 가을바람에 나뭇가지 만이 남아 있는
나무는 조형물의 비구상 작품 처럼 빼곡빼곡 산마루에 놓여있으니 초겨울 풍경이
더욱 느껴진다. 그리고 등줄기에 흐르던 땀도 지나가는 초겨울바람에
얼음조각을 등에 넣은 것처럼 차갑고 찌릿하게 느껴온다.
30여분을 산능선을 오르니 고대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철원평야를 보니 평화롭게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는 잿빛 선과 선의
겹침이 그려내는 산수화의 광경이 펼쳐 진다. 하얀 화선지에 파랑색 물감을 떨어트리면
마치 파랑색 잉크가 물에서 확 퍼지듯 파랑이 퍼져 나가고 그 위에 잿빛의 산등선이 산을
그리고 다시 그 산 아래 산이 잿빛선을 그으니 산.산.산마루 풍경화이 그려 낸다.
점심을 고대산 정성에서 하고 제2등산로로 하산을 하였다. 눈 아래로 펼치는 초겨울
산은 신이 조물조물 떡시루를 만지다 놓아두었다. 하산길에는 마지막 가을 산의 축제를
그리고 가을 하늘과 초겨울 바람과 산을 가슴으로 느끼며 내려 왔다.
하산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고대산 매표소도착 하니 거의 3시가 되었다.
신탄리 역사 앞 고대산 순두부집의 장작 불판의 멋스러움에 들어가서
욕쟁이할머니의 거침없는 쌍시옷과 지읒으로 시작하는 육두문자에 놀라움에 입을 벌리며
취송대장과 파도와 함께 하산주를 하였다. 그리고 점점 길다랗게 고대산 아래녘에 그늘
이 기울기 시작 할 때 4시발 의정부행 경의선에 몸을 실었다.
카페 게시글
山行後記
2005년 11월 20일 고대산(경기도 연천군 신탄리)
so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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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3
05.11.22 14:5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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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식님 함께한 기차여행 즐거웠습니다...다음에도 함께해요.^^
산의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 글로 하나하나 터치하셨네요.... 즐거운 산행에 동참한 것처럼 나도 한시간 올라갈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옴을 느꼈고, 정상에서는 탁 트인 시원함을, 하산의 그 미묘한 감정을.... 모두모두 느끼고 갑니다.
시인이 따로없으시네요...등단의 길만 남았어요. 어쩜 이리 아름답게 토해내셨을까????
즐거움이 전해 오네요~!
찬비님, 제가 속이 좋지 않아서시리.......... 토하고 말았습니다.
산행후기가 한폭의 그림처럼 멋집니다 ! 아주 잘 읽고 갑니다 꼭 고대산을 갔다온 느낌입니다 ㅎㅎ
소식님은 가만있어도 멋진데 자꾸만 더하시면 안되어요~~ 자꾸 침바르는(?) 사람이 많아져서요~~ㅎ ㅎ
무신 말쌈을... 산토피아인은 모두 멋진 인들의 모임인걸요. 그리고 침바르지 마셔요. 지저분하게.....
진짜로 웃지 않고 못배기겠네... 아 ~ 더러워라...침 바르면 겨울피부에 버짐 펴요...
ㅋ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