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교도소 사역을 하면서 정해 놓은 기존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처지다. 재소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일을 해 주다 보면 결국은 그것이 독이 되어 재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정한 원칙이 ‘재소자들이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통해서 연결 된 것만 해 주자.’였다.
성경 필사를 참으로 많이 강조를 한다. 그래서인지 재소자 형제들의 성경필사 참여도가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신구약을 모두 완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본을 원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이해가 되는 사연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신구약을 완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권면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재소자 형제들도 내 뜻을 이해하고 더 열심히 성경 필사를 하여 반드시 완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내 오른 조막손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는다.
오전에 안산에 들려 목사님 세분을 픽업하여 안양교도소로 출발한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위병소를 통과하여 교정위원실로 들어갔다. 예정된 인원들이 도착했다. 목사님 5명, 전도사님 1명, 집사님 5명. 이렇게 11명의 교정사역은 이번에도 시작된다. 재소자 형제들이 좋아하는 순서가 있다. 몸찬양팀이 아름답게 펼치는 몸찬양이다. 물론 여자분들이 무대에 나와서 몸찬양을 하니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내용이 있고 의미가 있고, 은혜가 있는 몸찬양이기에 더 집중하여 보고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롭게 동역자로 함께하는 예향 몸찬양단이다.
교정사역에서는 언제나 찬양이 먼저 시작을 알린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새로운 터전으로 옮길 때 항상 법궤가 앞장섰듯이 재소자들과 함께 하는 교정사역에는 찬양이 먼저 모두의 마음을 열어 준다. 찬양을 인도하는 백집사님은 항상 준비에 열심이다. 악보를 프린트 해오고 한 곡이라도 더 새로운 찬양을 가르쳐주고 함께 은혜를 나누려고 수고를 하신다. 참으로 감사한 나의 귀한 동역자다. 김 목사님의 기도와 이 목사님의 색소폰 연주, 전도사님과 집사님들의 특별 찬양까지 이어지고 박 목사님의 말씀이 선포된다. ‘주님께 맡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귀한 말씀을 전해 주신다. 그 순간, 교도관이 오시더니 한 재소자에게 접견(면회)을 왔다며 나가려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세상에, 그 할아버지 재소자는 접견을 거부하시고 말씀을 경청하고 계신다. 말씀을 듣기 위해 면회 온 사람을 거절한 것이다. 얼마나 말씀을 사모하였으면 그러실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정도로 은혜가 임한다. 강 목사님의 축도가 끝나자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한쪽 다리로 서서 하려니 다리가 아파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메시지를 전했다. 재소자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 줄 수 없음도 알려드리고, 성경 필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를 한다. 더불어 기쁜 소식도 전해 드렸다. 교리공부와 같은 날 하는 교정사역의 일정을 조정하여 교리팀도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니 좋아 하신다. 예향팀서 마련해 온 간식, 인절미는 체할 염려가 있어서 보안과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 나머지 음식으로 다과를 나누며 몸찬양을 관람한다. 준비해간 영치금도 각 사람에게 맞게 입금을 시켜 드리기로 약속을 했다. 7월 초에 출소하는 형제가 나에게 특별 기도를 부탁한다. 내가 뭐라고….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그 형제와 항상 함께 하시고, 출소를 하여서도 교도소에서 만난 하나님 정대로 놓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기를 기도했다. 어느새 시간이 다 지났다. 박 목사님께 마무리 기도를 부탁드린다.
오늘 따라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나만 그러나 했는데 모두가 다 그랬다고 하신다. 그만큼 은혜의 시간이었다는 증거겠지. 재소자 형제들을 위해 더 기도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기도하며 준비를 해야겠다.
첫댓글 진한 감동을받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