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시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오늘은 이 작은 나라를 보기 위해
하루라는 시간을 모두 할애한다.
바티칸이란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권은 필요없어도
예약은 필수다.
우린 '유로 자전거나라'라는 여행사에 투어 신청을 했다.
예약은 반일투어, 전일투어, 플러스투어가 있는데
플러스투어는 전일투어에 사전예약비 4유로를 더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한 상품이다.
그러니까 4유로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하는 시간을
없애주는 비용인 셈이다.
우리가 선택한 플러스투어는
입장료 20유로인데 짠딸은 졸업하기 전에 만든
국제학생증으로(만26세 미만, 가까스로 여기에 걸림) 12유로를 내면 된다
(8유로 절약했다고 또 신나라하는 짠딸)
네가족 총 72유로 지불.
현금(유로)로만 받기 때문에 꼭 현금지참.
그다음 유로자전거나라에 투어가이드비용 4명분 17만원 지불했다.
아마 짠딸이 학생할인을 받아서 그런가보다.
성스러운 바티칸시국 여행에 돈 얘기부터 하자니 좀 그렇긴 한데
참고할 부분이 좀 있을 것 같아서.
아침 8시30분에 미팅장소인 지하철역 근처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여러 여행사들이 이곳에서 주로 만나 이동하는 것 같다.
오늘 이 시간부터 오후6시까지
10시간 가까이 함께 할 사람들이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에 두 천재의 모습이 조각되어있다.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망치를 들고, 화가인 라파엘로는 파레트와 붓을 들고.
이 바티칸 자체가 두 천재들의 아뜰리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후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함.
이보다 더 성스러운 아뜰리에를 가진 예술가가 있었을까?

우리의 친절한 가이드님 바티칸 안에 들어가자
포토존을 찾아 그룹별로 이렇게 사진부터 찍어준다.
성베드로성당의 돔이 예쁘게 반짝인다.
바티칸이 제공하는 수신기 챙겨 목에 거니
패키지여행 기분나네~~

가족을 찍어 준 후엔
" 딸들은 나오세요"
하며 우리 부부만을 담아 꼭한번 더 찍어주는 센스쟁이 고은아 가이드님.

-그룹별로 모여 천정화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바티칸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려면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시스티나성당의 천정화를 보려면
미리 정원에 준비된 천정화 모사본으로 그 내용을 설명듣는 게 필수코스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그 외에 이 바티칸의 두 천재작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위해
전문 가이드의 노력이 돋보인다.
미술을 공부했거나, 미술사 혹은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야할 듯 하다.
분주함을 피하기 위해 우리 가이드는
편안한 자리를 먼저 선점하려 발걸음이 바쁘다.
그리곤 곧 만족한 웃음을 보인다.
천정화 모사화를 직접 들고 와서
부분부분 그림 설명을 해 준다.

'피나코테카' 라고 읽어야하나
회화관이란 뜻이다.
이 회화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그림이 눈에 쏙쏙 들어오며 가슴이 벅차다.
사진보다는 가슴에 담아왔다.



복도를 지날 때 보이는 천정화들도 너무 아름답다
우리 선조들의 그림미학으로보면
'에이, 여백의 미가 없어'
하고 말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끝없는 욕구는 어찌할 수 없나보다
그 곳이 성당일지라도.

복도를 지나면서 본 천정화 중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위의 작품이 그림으로 보이시나요?
눈으로 보기엔 분명히 부조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림이라니 그저 놀라울 수밖에.
올려다보는 내내
설마, 설마 하며 내 눈을 의심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저렇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니
화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관조자의 입장을 생각한 화가의 배려심도 놀랍다.


라파엘로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그동안 무심코 보아왔던 라파엘로의 그림들이 다시 보일 것 같다.
특히 이 그림 '아테네학당'은
그림 속의 인물들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얼마나 재미있어했는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헤라클레이토스, 디오게네스 등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와 수학자 등이 수십명 등장하는 그림이다.
교과서나 여러 그림관련 책에서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큰 그림이지 몰랐다.
더구나 각 인물의 이름을 알려주며 설명을 들으니 더 재미있다.
라파엘로가 각 인물들의 철학과 인성, 성격을 어찌 이리 콕집어 그려넣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의 위트가 그림 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정말 투어신청하길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 연신 생긴다.

바티칸 입장권의 그림과 맞추어보는 재미로
딸들은 더 흥미있어한다.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이상주의자 '플라톤'
땅을 가리키고 있는 현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입장권의 모델이다.
입장권의 두 인물을 원래의 그림속에 자연스럽게 일치시켜 인증샷을 만드는 것이다.
나도 해보려니 손이 떨려 잘 맞추어지지 않는다.
각도와 인물의 크기를 잘 조절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진이다.
나도 젊은이들 따라 한번 해보려다 실패하고 그만두기로 한다.
손이 떨리고 정확한 구도를 맞추기가 어렵다.

화가들은 작품 속에 자신의 얼굴을 살짝 끼워넣기 하는 걸 즐겼나보다.
라파엘로 본인의 옆모습도 숨은그림찾기 하라고 그려넣었다.
(노란선표시)
30대의 나이로 요절한 화가이니
모습도 젊고 어려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투어 멤버들의 반응도 너무 좋고
오늘 따라 이 바티칸에 사람들이 적어
투어를 아주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가이드.
보너스라며 빈센트 고흐의 '피에타' 있는 곳으로 우릴 안내한다.
내가 종교화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장르가
'피에타'와 '수태고지'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어머나! 이 바티칸에서 고흐의 '피에타'를 보다니 이게 왠 횅재람.
딸들도 나도 두번째 방문이지만 고흐의 피에타가
이곳에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가이드 고은아님, 너무 고마워요.

정면에서 찍은 사진만을 남기고
이 측면에서 찍은 사진을 버리려고 하다가 문득 아하! 하고 손뼉을 쳤다
마리아와 예수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
두 사람의 표정을 너무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십자가에서 갓 내려진 예수의, 이제 막 고통이 사라진 표정과
이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애끓는 표정이
더 실감나게 보여지는 그림의 각도
그래 그림은 그저 정면에서만 보는 게 아니야
다양한 각도에서 작가의 의도도 읽어낼 줄 알아야 하는 게야.

"어! 이 피에타가 왜 여기있지?"
처음엔 장소를 옮겼나하고 깜작 놀랐는데
이건 피에타 모조작품이라고 한다.
그래 이 작품은 역시 산피에트로 성당(성베드로성당) 안에 있어야 해.
여행기 다음편에서 이' 피에타' 이야기를 좀 길게 할 듯 하다.


독사에 물려 죽어가는 라오콘의 모습.
죽음이 몰려오는 공포의 순간을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하다니.
경직된 근육과 핏줄까지도 표현되어있다.
저 이어진 팔뚝이 불편해보인다.
처음 저 팔이 붙어있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팔을 쭉 뻗은 상태라고 해서 복원을 했는데
의문을 제기한 한사람.
바로 미켈란젤로!
그는 해부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던가
등과 팔의 근육상태로 봐서 분명히 팔을 구부리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 후 저 팔이 발견되어 붙여놓으니 그의 주장대로
지금과 같이 구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고.

벨베데레 궁 앞의 조각상들 중 '강의 신'
인물의 표정이나 몸의 근육, 그리고 아름다운 비율로 표현한
조각가의 손길에 감탄감탄하며 여유있게 구경하기.
익숙한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행복


이 욕조는 로마황제 네로의 욕조라고 했는데
도대체 이 커다란 욕조에 들어가려면
몇명의 시중들에게 도움을 받아야했을까?
노예를 밟고 올라갔다고 한다.
엎드리라고 했겠지?
지금 같으면 '갑질황제'로 인터넷에 오르내려
금방 하야했을 텐데.


저 등근육좀 보소!
현세대의 인물이라면 국제 미스터 머슬대회에서 그랑프리는 맡아놨겠다.
이 토르소는
미켈란젤로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팔 다리도 없는 이 토르소에서
남성의 완벽한 몸을 볼 수 있었다는 미켈란젤로
이보다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고 했다는 미켈란젤로.
이 작품이야말로 자신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늘 말했단다.
이 작품을 복원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보다 완벽한 작품은 없습니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그렇게 느꼈다니 나도 그런것 같네.
미켈란젤로보다 더 천재성을 가진 인물들이
이전세대엔 얼마나 많았기에 이리도 멋진 조각품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이 토르소작품은 360도에서 관람할 수 있게 해놓았나보다.
남성 몸이 진짜 아름답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도
이 토르소를 모델로 했다.

그림, 조각, 감상을 끝내고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재입장이 어려운 관계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구내식당이 그렇지만 맛은 기대하지 말라며
메뉴를 안내해준다.
음~~~ 맛 괜찮은데.
우리가 저렴한 입맛인지 아님 작품감상에 몰입하느라 허기가 졌는지
우린 맛나게 먹었다.
잠시 햇살좋은 곳에서 커피한잔 합시다.
자 이제 하이라이트인 시스티나성당의 천정화를 보러간다.
복원작업을 후원하고 유지보수자금까지 지원하는 일본 NHK가
저작권을 갖고 있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
특히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성당의 굴뚝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귀국 후에 영화 '천사와악마'를 다시 보며
시스티나성당에 모여있는 추기경들의 모습과
굴뚝에 연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저기!"
하며 웃었다.
역시나 눈에 띄는 추기경들의 빨간 사제복 아래 드리운
하얀 레이스
아마도 부라노섬의 여인네들이 한땀한땀 짜아낸게 분명해 하며.
4년간을 천정에 매달려 그림을 그렸을 미켈란젤로
비둘기처럼 부풀어올랐다는그의 목을 생각하며
자꾸만 위로위로 향하는 내 목도 비둘기처럼 부풀어오를 것 같다.
쉬이이이잇!
하는 소리와
사일런트!
라고 외치는 소리에 잠시잠깐씩 침묵이 흐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감탄하는 소리와 놀라 속삭이는 소리로 성당 안은 늘 웅성거린다.
우리도 자리가 나면 앉아서 감상하다가
가이드가 설명해준 장면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로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다가 쉬다가를 반복했다.
충분히 만족할 즈음 가이드와 약속한 장소로 모여 다음장소로 이동했다.
이제 산피에트로성당(성베드로성당) 내부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