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들] 16
S#1. 송현 영중의 방.
영중 : 그게 무슨 소린가…어딜 또 간다는 거야?….
석기 : (미소) 죄송합니다…항소심 공판, 연기 신청서 작성해놨어요…
영중 : 연기라니, 수사불가루 탄력 받았을 때 바싹 몰아붙여야 될거 아니야…
석기 : 크게 본다 생각하세요…
영중 : ???…
S#2. 정호 방.
정호, 안간힘으로 참으며 앉아 있는 주희를 본다…
석기 소리 : 권혁중이 제 손에 주사기를 쥐어줬을 때, 그 때 이미 전 사람이 아니었어요…
죽기 직전까지 얻어 맞는 동안, 힘 앞에서 목숨을 구걸하는 짐승이 돼 있었죠
정호, 돌아서며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주희 : (간신히) 정말 많이 다르네요…제가 들은 얘기랑…
정호 : …이렇게 한번 생각해봐…내가 윤석기라면 어땠을 거 같니.
주희 : (멍…)
정호 : 아마 크게 다르니 않을 거야.
주희 : …(천천히 끄덕이는…)
정호 : (주희의 한쪽 어깨를 쥔다…) 힘들지…
주희 : (끄덕)
정호 : (손을 떼는) 한번 다 같이 힘들어 보자…끝이 있겠지…
주희 : (여전히 멍한)
S#3. 석기 방.
석기는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넣고, 하영, 물끄러미 본다. 불안하다.
하영 : 왜 가는데?
석기 : 일이 있어서.
하영 : 해외출장이면 올 때 선물이나 사다 줘.
석기 : 뭐 사다 주까…뭐가 갖구 싶니…
하영 : 윤석기 존재감 확실하게 느껴지는 걸루…난 마음이 허하니까.
석기 : (전화기를 꺼내 연다) 그건 뭘루두 못채우지…(하영을 향해) 웃어 봐..
하영 : 왜 자꾸 안하던 짓하구 그래?…
석기 : 웃어보라니까?…
하영 : (뚱하니 보기만)
석기 포커스를 맞추며 찰칵 누르고는 전화기 닫는
하영 : (본다…)
석기 : 부탁할 일 생기면 전화 할게.
하영 : 알았어…
석기, 가방을 집어드는.
S#4. 동 복도.
주희, 정호 방에서 나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석기 방에서 가방을 든 석기와 하영이 나온다.
주희, 물끄러미 본다…
석기, 주희와 시선 비낀 채 정호 방으로…
주희, 선 채 시선 떨구는. 하영 역시 조용히 데스크 앞에 앉는.
석기가 정호 방 노크 하고,
정호 방으로 들어가는 석기.
S#5. 갱의실.
주희가 들어와 문에 기대서는…
S#6. 정호 방.
정호, 약도와 전화 번호 적힌 쪽지를 주고, 석기, 받는다.
정호 : 먼 친척 되는 사람 집인데, 파묻혀 있기 딱 좋아…
석기 : 감사합니다.
정호 : 나랑은 24시간 연락 끊지 마. 다른 전화는 일체 받지 말구 .
석기 : …
정호 : 상황 끝날 때까지 딴 맘 먹으믄 안돼.
석기 : …네…
정호 : 난 우선 그거부터 확인할게…자백이 나오긴 어렵겠지만…
석기 : (끄덕이는)
정호, 한참 보다가 다가서서 손을 내밀면, 석기, 머뭇 하다가 잡는.
정호 : 잘 해보자…
석기 : …네…
S#7. 갱의실.
주희, 문을 잡고 망설이는…
S#8. 동 입구.
가방을 든 석기가 나오다가 멈칫 서면, 주희가 저만치서 복도 쪽에 서서 보고 있다…
석기, 잠깐 혼란이 스치는 듯 하다가, 체념한 표정으로 조금 웃음.
S#9. 후미진 복도.
소리없이 눈물 흘리는 주희.
뒤 켠에 서서 주희 어깨 물끄러미 바라보는 석기.
석기 : (애써 담담한 미소) 타미, 거기 가 있지?…
주희 : (역시 담담하려 안간힘) 어…
석기 : 세희가 귀찮다구 안해?…
주희 : (간신히) 아니…둘이, 잘, 놀아…
석기 : 다행이네…
주희 : …. 아무것두 모르는 채 원망하구 미워했을 때가 차라리 나았어…
석기 : (미소 띤 채) 니가 날 얼마나 미워했는지, 실은 나 잘 몰라…생각 안했어…짐작하구 상상하는 거조차 싫어서…
주희 : (망연자실)
석기 : …나 이만 가봐야겠는데?…
주희 : …너무 멀리 가진 마. 나 아직 할 얘기 남아 있으니까.
석기 : (웃음) 너랑 서정호가 같이 보내 주지 않으면 나 멀리 못가지.
주희 : (멈칫…무슨 소리지?…돌아보는데)
석기 : (휙 돌아서는)
주희 : (뒷모습 보면서 불안해지는…)
S#10. 동 지하주차장.
석기, 차에 오른다. 무표정한 얼굴로 시동을 걸려는데, 전화벨 울린다…
석기, 번호 확인하고는, 올 줄 알았다…받지 않는다…
S#11. 홍인기 거실. 낮.
홍, 전화기 귀에 대고 있다가 끊는.
S#12. 지하 주차장.
석기, 호흡을 가다듬는 듯, 기대 눈을 감고 있다가, 등을 세운다.
대쉬보드를 열고, 조그만 기기의 버튼을 누르는.
S#13. 석기 책상 서랍 안.
수신장치 빨간 램프 깜빡이는.
S#14. 지하 주차장.
석기, 심호흡 하듯이…이윽고, 전화기 단축 번호 누른다…
석기 : (전화) 윤석깁니다…전화 하셨죠?…무슨 일이세요…
S#15. 홍 거실.
홍 : (전화) 아무래두 자네하구 인연이 다 끝난 모양인데…
S#16. 지하 주차장.
석기 : (전화) 그런가요…
홍인기 소리 : 그래두 숙제는 끝내야지…
석기 : (서서히 긴장)
S#17. 홍 거실.
홍 : (전화) 임동수를 처치하는 건 애초부터 자네 몫이었지?…미국에서 했어야 하는 일이잖나…
S#18. 석기 차 안.
석기, 증오와 분노를 누르며 듣는.
홍인기 소리 : 제1부두 하역장, 수요일 새벽 두시에 정확히 인계해… 만에 하나, 서정호에게 알리면, 김주희, 김세희는
석기 : (자른다) 왜 알리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석기, 전화를 끊고 눈 앞을 쏘아보는, 핏기 오른 눈.
시동을 거고 천천히 핸드 브레이크 내리는.
후진하여 빠져 나가는 석기의 차.
S#19. 구치소 면회실. 낮.
정호가 창구 앞에 앉아 있고, 유리문 안쪽, 문이 열리고 수갑을 찬 혁중이 들어온다.
정호 : (손을 들어보이며) 형제님 안녕?…
혁중 : (웃음)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냐?
정호 : 앉어 봐…용건이 있으니까 왔지…
혁중 : (앉는다)
정호 : (본다…나직) 기분이 어때?…형량이 꽤 될 걸?…한심하지 않냐?…
혁중 : 뭐, 여기두 지낼 만 하니까…
정호 : 그럼 쪼끔 더 늘려 줄까?…
혁중 : (웃는데)
정호 : 이영미…
혁중 : (멈칫)
정호 : 기억 하나보네?…5년 전 일인데…
혁중 : (선다)
정호 : (동시에 선다) 분당 쓰레기 처리장.
혁중 : (휙 돌아서고)
정호 : 이거 좀 볼래?
혁중 : (자기도 모르게 돌아보면)
정호 : (칼과 면장갑이 든 비닐 봉지 들어보인다)
혁중 : (엉?…)
정호 : 이거 윤석기가 5년 동안 간직한 거야…그 놈 그 때 정신없지 않았어…약물 농도가 묽었나봐…
혁중 : (눈빛 마구 흔들리면서도 웃음) 가짜 물증 대 버릇 하다간 당신두 콩밥 먹어…
정호 : 오오…이게 증거물이라는 건 인정하는구나?…
혁중 : 웃기지 마.
정호 : 요즘은 감식 기술이 좋아서 면장갑두 주인 다 찾어줘…
혁중 : 어디 한 번 해 봐.
정호 : 어때…자백해서 5년만 보탤래, 아니면 10년 보탤래. 사주에 의한 거면 자백으루 더 깎을 수 있는데…
어때, 인제 헛된 충성 그만 하지?…면회 기록 보니까 한심하던데…느이 쪽 사람들, 딱 한번 왔지?…
교살 의도 자백해라, 그 말 하러…너 진짜 황당했을 거야…단순 강도루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맞지?…
혁중 : (에잇)
정호 : 맘만 고쳐 먹어 주면 난 에이에스 끝까지 해…감형, 특사, 그거 내 전문이거든…
혁중 : (당혹 감추려 버럭) 윤석기나 변호해줘. (간다)
정호 : 다음 번엔 수사관 대동하구 올게. 형제님
S#20. 송현 테스트 앞.
정호가 급히 들어서고, 주희 데스크에서 정호를 보고 일어나 나온다.
정호 : 석기 아니야
주희 : 그럼
정호 : 아직 다는 아니지만 그 자식이 덮어 씌운게 거의 확실해.
주희 : 자백을 했나요.
정호 : 어
이령방에서 나온다.
이령 : 왔구나. 권혁중이 뭐래?
정호 : 최소한 공범.
이령 : 자백했어? 물증두 없이?
정호 : 얍실하게 했지 뭐…들은 거랑 얼추 비슷한 거 하나 사가지구 들이대니까, 걸리더라구…
이령 : 허 (어이없음), 당신이 급하긴 급했구나 방증조작을 하다니
정호 : 어떻해…
이령 : 암튼 다행이다…한숨 놨지…
주희 : 저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이령 : 애썼어 하루종일…
주희 : 고맙습니다
이령 : 조심해 들어가구 내일 보자.
주희 : 네
이령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정호 : 들어가서 전화해
주희 : 네
정호 : 석기한텐 계속 전화해 볼게 곧 통화가 될 거야
주희 : …
정호 : 왜?
주희 : 지금 제 마음 다 보여드리고 싶은데, 어떤 말도 골라지지 않아요. 말은 다 부족해요.
정호 : 읽었어.
S#21. 이령 방.
이령, 기순, 유리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가 정호가 들어오면, 엉거주춤 인사.
기순 : 저녁 안드셨죠.
정호 : 어,
유리 : (상자 째 밀어놓는) 여기요,
정호 : 천천히 먹을게. (자료를 집어든다)
이령 : 홍인기가 젤 겁내는 게 그 신지나 리스트 관련 사항인데,
정호 : (본다…흠…)
기순 : 대출 압력 넣어 주고 리베이트 먹은 기지요. 신지나가 양심선언 같은 거 딱 해주면 제일로 좋은데…
유리 : 장선배가 한번 설득해 봐요. 이번엔 역으루 미남계
이령 : 야, 현실가능한 논의를 좀 해 봐.
기순 : (기분 나쁜)
정호 : (자료 보는 채로 한손으로 샌드위치 집어 먹으려다가 움찔 내려놓고 다시 자료를 보는)
유리 : 왜 안드세요?
정호 : (자료 넘기며) 양파.
이령 : 어떡할래.
정호 : 내일 기자 몇 명 만나자. 우선 운만 떼자구. 재서는..
이령 : 아까 나한테 야단 맞더니 안나타나, 퇴근했나봐.
정호 : (석기에게 전화하며) 그 놈참 거, 소심해가지구.
S#22. 정호 방. 밤.
정호, 석기에게 계속 전화를 하며 들어온다…전화를 받지 않아 끊자마자, 석기로부터 전화가 온다.
정호 : (버럭) 연락끊지 말라구 했잖아 임마. 야 권혁중이 만나고 나서 계속 전화했잖아.
S#23. 술집 밤.
석기 : (전화)…뭐라고 했던가요.
정호 소리 : 그거 궁금한 놈이 왜 전화를 꺼놓냐?
석기 : (전화) 좋은 소식일 것 같아요.
S#24. 송현. 정호 방.
정호 : 그래 임마. 너 아니야. 그놈 짓이야. 반쯤은 인정한거나 다름없으니까 그거 인제부터 더 이상 생각하지마.
홍인기 사주부분은 다른거와 엮으면 들어날꺼구.
S#25. 술집.
석기 : (전화)…정말 감사합니다.
정호 소리 : 나도 감사해.
석기 : 근데 저 아직 서울에 있어요. 선배님 말대루, 순리에 모든걸 다 맡기구 싶지만, 한 가지만은 제손으루 정리를 해야겠어요…
S#26. 정호 방.
정호 : (전화) 너 어디냐 지금.
석기 소리 :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정호 : 어디서 뭐하고….
S#27. 술집
석기, 전화기 전원 끈다. 일어선다.
S#28. 정호 방.
정호 : (전화) 어 난데, 윤석기 아무래도 저 혼자 움직일 것 같애.
S#29. 주희 거실. 밤.
주희 : 이게 뭐야?
타미 : 알렉스가 줬어.
세희 : (좀 불안한) 봐…
주희, 급히 봉투를 열어 내용물 꺼내는. 비행기표와 통장, 편지.
타미 : 비행기표는 세희랑 언니랑 내꺼랑, 여기 편지는 언니꺼.
주희, 편지를 꺼내 읽는다.
석기 소리 : 간단히 쓸게…세희가 미국에서 수술 받을 수 있게 조취를 취해 놨어…세희랑 의논해서 결정해…
만약에 가기로 한다면 거기 숙소나 입원 절차 같은 거, 타미가 잘 도와 줄 거야…되도록이면 거절하지 마라…
수술 경과가 좋아서 세희가 다시 뛰어다니기 바래…
주희, 기가 막혀 멍해지고,
타미 : 미안해…나는 알렉스 생각 알구 있었는데, 알렉스가 천천히 말하라구 해서 참았어…
세희 : 나두 오늘 들었어…
주희 : (멍하니) 석기씨한테 전화 좀 해 볼래?…
S#30. 홍인기 집 부근 밤.
석기, 어디간에 몸을 숨기고 집 주변을 살피는.
S#31. 주희 거실.
타미 : (전화 끊으며) 두 개 다 안받어.
주희 : (더럭 불안)
세희 : (불안하게 주희를 보고)
S#32. 홍인기 침실.
어둑. 홍인기, 벽을 향해 모로 누워 자고 있다.
소리없이 문이 열리고 석기의 발이 들어서면,
홍인기, 순간적으로 기척을 느낀다. 그러나 눈 뜨지 않는다…
침대 곁에 서는 석기의 발.
홍, 석기인 것을 직감하고 눈을 뜬다…자세는 그대로..
석기 : (나직) 주무십니까…
홍 : …마지막 숙제는 한 게야?…
석기 : (웃음) 절 유인하신거 바루 알았어요…
홍 : (손을 뻗어 침대 옆 벨을 누르려는데)
석기 : 경보장치는 꺼져 있습니다.
홍 : (굳어지는) 용건이 뭔가…
석기 : (주사기를 세워든다) 내 고통을 알게 해 주구 싶었어요…날 짐승으루 만들었던 그때 그 방법으루요…
홍 : …서운하구만…
석기 : 곧 다시 만나게 될겁니다. 사람의 영혼은 위로 올라가구 짐승의 영혼은 아래로 떨어진다니까
홍 : 내 자넬 무척 아꼈는데…때로는 아들처럼 때로는 귀한 재목으루…
석기 : 그 보답은 충분히 했다구 생각합니다..
홍 : (일어나 앉으며 고함) 밖에 누구 없나?
석기 : (홍의 팔을 잡는다)
홍 : (뿌리치지만) 아, 석기야, 석기야, 내 다 물려줄게, 내 재산, 내 모든걸 다 자네한테 다 물려줄게,
석기야 날 살려다오. 살려다오. 석기야
석기 : (손아귀에 힘을 주는)
홍 : 석기야…야 누구없나
석기 : (이를 악물고 주사를 찌르려)
남자들이 뛰어들어와 석기의 뒤를 친다. 석기, 쓰러지고
홍 : 야, 치워
S#33. 밀폐공간. 그날 밤.
꽉 찬 어둠(컨테이너 안이라는 것은 아직 보일 필요 없음)
문이 열리고, 뿌연 빛이 들어오면서 거의 동시에 던져지는 묵직한 자루. 석기가 들어있는.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
S#34. 컨테이너 하역장.
하루가 가는 모습.
어두운 컨테이너 안의 석기의 거친 숨소리…
S#35. 송현 이령 방
정호, 이령 걱정스러운 모습.
이령 : 신문사쪽 통해서 말하는 건 어때? 윤석기 거드리지 않을까?
정호 : 이미 건드렸을까봐 걱정이야
이령 : 홍인기랑 직접 통화 한번 해봐
정호 : ….
S#36. 홍인기 거실.
홍 : (전화) 모르는 일이요.
S#37. 송현 이령 방.
정호 : (전화. 버럭) 왜 몰라!
정호 : 기자들 약속 취소해.
S#37. 비서실 데스크.
주희, 하영, 놀라 서 있고, 정호가 급히 나간다.
이령 방 앞의 이령이 불안하게 보고,
S#38. 동 1층.
정호, 급히 들어서는 영중과 마주친다. 이층에서 내려다보는 이령과 주희 하영.
영중 : 자, 자네 잠깐 얘기 좀 해,
정호 : 빨리 하세요.
영중 : 기자들 만나기루 했다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자네 마음대루 결정하나,
정호 : (화풀이) 그럼 고선배가 결정합니까? 제 일을? (나가버리는)
직원들 의아.
S#39. 송현. 정호 방
정호, 석기를 걱정하며 앉아있고 이령 서성거리며 생각 중…
이령 : 차가 호텔에 그냥 있다면 거의 자발적인 실종 아니니…
정호 : 말 좀 시키지마
이령 : ….
박검사로부터 전화
정호 : 어…아직없어…그래
이령 : …
정호 : 박검.
S#40. 갱의실.
주희 석기를 걱정하며 앉아있고, 하영은 퇴근 준비중.
주희 : 무섭게, 무섭게 살아남은 사람이야. 설령 별일이 있다구 그래두 포기하지 않을거구.
하영 : 그거 지금 니가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주희 : …
하영 옷장에 기대어 주희를 보고 나간다.
S#41. 송현 데스크
하영 계단을 힘없이 올라와 석기 방을 본다. 하영 석기방으로
S#42. 석기 방.
하영, 잠시 망연히 서 있다가, 서랍을 열어 살피는. 세번째쯤 열었을 때, 수신 장치.
하영, 급히 집어드는.
S#42. 정호 방.
내선 전화가 울리고
정호 : 네…네…알았어요.
S#43. 석기 방.
이령과 정호, 급히 들어온다. 석기의 책상 앞으로.
열려 있는 서랍 안. 수신장치 부착되어 있다. 버튼 누르는 하영.
스스스 잡음 속에.
이령 : 이거야.
홍(녹음음) : 제1부두 하역장, 수요일 새벽 두시에 정확히 인계해… 만에 하나, 서정호에게 알리면, 김주희, 김세희는
석기(녹음음) : 왜 알리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주희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정호 뒤에 서있다.
S#44. 동 복도.
정호 뛰어 나오고, 그 뒤 이령.
이령 : 서정호, 이렇게 번번이 의견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니. 신고하잖말이야
정호 : 김주희 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말구 송이령 너두 찾았다는 전화 받기전까지 가만히 있어.
이령 : 야…어후…
S#45. 밤거리.
질주하는 정호의 차.
S#46. 부두. 컨테이너 하역장. 밤.
무수히 많은 컨테이너들. 그 사이 골목들…정호, 잠시 우왕좌왕. 어떻게 찾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
조금 후, 컨테이너를 두드린 다음 귀를 대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확인하는. 그 다음, 또 그 다음…
S#47. 컨테이너 안.
겨우 형체가 분간되는 어둠. 이빨로 갉아서 찌었는지 어쨌는지 벗어던진 자루가 저만치 있고, 석기 탈진하여 널부러진.
입술은 다 말라 갈라졌고, 반쯤 벌어진 입 안의 혀도 바싹 말라있는.
땀이 말라 붙어 허옇게 버케가 낀 이마. 초점 없는 눈. 밭은 숨소리.
쿵쿵…이게 뭔가. 눈을 뜨는 석기…
다시 한번 쿵…
석기, 입을 벌려 소리내려 애쓰다가 묶인 손을 들어 바닥을 치는.
S#48. 하치장.
무적 소리.
정호, 귀를 대고 있다가 다음 콘테이너로…
S#49. 컨테이너 안.
석기, 누운 채 안간힘으로 손을 들어 바닥을 치고 있다…
S#51. 호식의 차안
이령, 정호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주희 뒷좌석에서 걱정하며 있다.
호식 : 왜 전화안돼.
이령 : 전원이 꺼져있는데.
S#52. 하치장.
정호, 어느 새 저만치…
시간경과
정호, 탈진하여 기대 앉는다.
S#53. 하역장.
정호가 문득 긴장하여 보면,
손정등을 든 경비원 두 명이 지나간다.
정호, 다시 늘어진다…안되겠다는 생각. 전화기를 꺼낸다. 꺼져 있다. 황급히 열어 눌러보지만 이미 전원이 나간.
정호, 낙심천만하여 전화기를 부술 듯이 그러쥐는데,
저만치서 남자 두명이 나타난다. 정호, 앉은 채로 움직여 몸을 숨기는.
남자 둘, 컨테이너 위치 확인하고나서 조심스레 걸쇠를 당기는…
정호, 숨죽이고 본다…
남자 둘, 소리 나지 않게 컨테이너 문을 연다…
S#54. 컨테이너 안.
뿌연 빛이 들어오고, 남자 둘, 들어선다.
석기, 눈 감은 채 완전히 널부러진.
남자1 : 어, 이새끼 봐라…
남자2 : 어떻게 벗은 거야…
남자1 : 어으 냄새…
남자2 : (석기 코끝에 손을 대본다)
남자1 : 죽었어?
남자2 : 곧 가겠는데…
S#55. 동 뒤켠.
정호, 바싹 붙어 서 있다.
S#56. 동 안.
남자1 : 어떡하까.
남자2 : (그냥 가자고 고갯짓) 놔둬 어차피 죽게 돼있어…
S#57. 동 뒤켠.
정호, 모퉁이로 살피는.
남자 둘, 나와서 소리 없이 문을 닫는.
정호, 숨죽이고 기다리는…
저만치, 좌우 살피며 사라지는 두 남자.
정호, 컨테이너 외벽에 몸을 붙인 채 문쪽으로…
떨리는 손으로 육중한 걸쇠를 밀어올리는 정호.
주위를 살피며 문을 조금만 열고 얼른 들어가는 정호.
S#58. 동 안.
정호, 급히 다가와 석기 얼굴 확인하자, 안아 일으키는.
정호 : 윤석기. 석기야…야 임마. 정신 차려봐…야…윤석기…나야. 서정호..
석기, 반응이 없다
정호 : (큰 소리 낼수 없어 잦아드는 음성) 윤석기..석기야…
석기 : (눈을 뜨지만 초점 없는 무반응)
정호 : (흔든다) 윤석기…
석기 : (간신히 초점을 맞추는) 선배님…
정호 : 나 도착했어.
석기 : (입술만 겨우 달싹이는) 오셨어요…
정호 : 그래 일어나자. (일으켜 세우는)
S#59. 하역장.
컨테이너 문이 열리며 축 늘어진 석기를 끌다시피하여 정호가 나온다. 어깨로 문을 닫고 힘겹게 간다.
축 늘어진 석기의 팔다리. 정호, 마음 급하다.
정호 : 윤석기, 쪼끔만 참어, 쪼끔만…내 차까지만 가…
석기 : (신음처럼) 선배님…
정호 : 어…
석기 : …저, 저, 좀 눕구 싶은,
정호 : 안돼 임마 조그만 가, 조금만 가서 누워, 좀만 가면 돼.
석기 : (정신을 놓아버리고 늘어지는)
정호, 얼른 석기를 잡는다. 안되겠다는 생각. 힘겹게 업으며,
정호 : 너 김주희 봐야 될꺼 아니야 임마.
석기 : (늘어지며 옆으로 쓰러지려)
정호 : 야!….임마 정신차려 윤석기…야 임마…
동 일각. 석기를 업은 정호가 모퉁이 돌아 나타난다. 뛰다시피 하지만 무겁다.
정호 : 대답해 봐…임마 너 누구야? 대답해 임마!
석기 : …윤석기…
정호 : 좋아…나는?
석기 : …서정호…
정호 : 잘했어…니 여자 이름은 뭐야? 야!
석기 : (큭, 숨이 목에 걸리는 소리)
정호 : (멈칫 선다) 일어나, 자 일어나 임마, 일어나 윤석기…
석기 : (거친 숨소리 목이 축 늘어지는)
정호 : (멈칫 서는)
황급히 석기를 내려 눕히는 정호.
석기 : (숨 몰아쉬며 힘들게) 선배님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 와주셔서 정말 좋아요…
정호 : 눈감지마 임마!!
석기 : (웃으며 눈 뜬다) 네…
정호 : 자, 일어나자, 제발,
석기 : 아니, 이게 편해요…정말 편해요…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이렇게 편한 게…
정호 : (미치겠다)
석기 : 선배님 저 궁금한게 있어요. 누가 절 용서하죠?
정호 : 너 꼭 살아서 나랑 찾아보자. 누가 널 그리구 날 누가 용서해 줄지.
석기 : 선배님도 잘못을 했나요?
정호 : 잘못 그 자체지….
석기 : …선배님 만난 거, 저한테는 선물이었어요..
정호 : …나두 마찬가지지…
석기 : (웃음) 농담, 하세요?…
정호 : 아냐…(먹먹해지는 것 꿀꺽 삼키는…)
S#60. 6회 지하 주차장.
엉켜 싸우는 정호와 석기.
S#61. 11회 술집.
울며 얘기하는 석기.
S#62. 하역장.
정호 : (눈물 고인 채 멍하니 눈앞을 보며…나직) 윤석기…제발 부탁인데, 이제 다시 일어나보자..
석기 : …아니요…이게 편해요…
정호 : (…마지막인 것 같은…) 주희는 어떡할라구…그 놈 지금 너 기다린다구 했잖아…
석기 : …괜찮아요…주희는 …이제 편하게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정호 : …그건 니 생각이지…만나야지..너란 놈이 김주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보여 줘야지…안 그래?…
석기 : …선배님이 대신해 주세요…
정호 : …너에 비하면, 난 그 놈한테 새끼 손톱만큼두 뭘 못 준거야… 요만큼두 희생 안했구…김주희 귀하다, 아깝다 하면서두
나 가진거 다 그대루 있잖아?…
석기 : (웃으며 눈 감는…)
정호 : (본다…) 눈 떠 봐…
석기 : (감은 채)…
정호 : (뺨을 세게 치며 울먹) 눈 떠 임마!!!!
석기 : (숨 가빠지는)
정호 : 너 안뜰래? 말 안들어? 야, 윤석기,
석기 : …저, 그냥, 그냥 가게 해주세요…
정호 : 야, 새끼야!!!
석기 :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정호 : (울며) 윤석기!!!
S#63. 동 입구.
이령, 호식, 주희가 뛰어 온다.
S#64. 정호 석기 있는 곳.
저만치서 뛰어오던 셋. 멈칫 서는 것이 보인다…
주희 석기에게 다가온다.
정호 : (이미 혼미한 석기에게 나직히) 윤석기. 주희 왔어…
석기 : (축 늘어진 채…)
정호 : (조금 크게) 석기야…
석기 : (눈 겨우 뜨면)
주희, 울음을 삼키며 보는… 정호를 잠시 보다가, 석기의 손을 잡는다…
주희 : (떨리는) 나야…
석기 : (눈 뜬다…초점 흐린 눈. 겨우 맞추는…웃음)
주희 : …나 정말 석기씨 많이 미워했어…알지?…
석기 : (끄덕이는…)
주희 : 많이 힘들었지?…
석기 : (끄덕)
주희 : (울음섞인…) 근데…석기씨 정말 잘못한 거야…돌이킬 기회가 수두 없이 지나갔는데…짐 벗어날 수 있었는데…
왜 다 놓쳤어?….무슨 생각으루?…
석기 : (웃음) 내가…내가…. 바보였어…이제는 아주 편해…인제 정말 편해…
이령과 호식, 어느 곁엔가 다가와 서 있고,
주희 : (울음 참는) 그럼 됐어…
정호 : (외면한채, 멍한 얼굴에 눈물 흐르는)
석기 : 다 고맙구…아주 좋아…
석기의 흐린 눈에 잡히는 주희 모습. 오래 전 바람처럼 달려오던 주희 모습과 겹치는…
천천히 늘어지다가 푹 꺾이는 석기의 고개…
주희, 정호 : (본다…갔구나…)
이령, 호식, 곁에 조용히 앉는다…
정호, 주희, 석기의 얼굴 보면서 서서히 북받치는…오열하는 주희…
S#65. 송현. 석기방.
석기의 자리에 앉아 핸드폰 속 사진을 보며 울고 있는 하영.
S#66. 주희 거실.
타미와 세희가 서로 기대 앉아 눈물 흘리고 있다…
S#67. 신간 도로. 낮.
정호의 차. 표정도 말도 없는 정호와 주희. 흰 블라우스에 조그만 검은색 코사지를 단 주희의 깨끗한 옷차림.
S#68. 홍인기 집 거실.
탁자 위 녹음기가 돌아가고, 무표정하게 듣는 홍인기 얼굴, 마주 앉아 뚫어지게 바라보는 호식…
홍인기 소리 : 임동수를 처치하는 건 자네 몫이 아니었나…제 1부두, 하역장 수요일 새벽 두시에 정확히 인계해…
S#69. 동 집 앞.
단정한 옷차림으로 양 팔 잡혀 나오는 홍인기. 팔짱을 뿌리치며 뒤돌아 본다.
S#70. 산 꼭대기.
정호, 아무 표정 없이 흰 보자기 끄른다.
정호, 석기 유해가 담긴 항아리 꺼내 주희 곁에 놓고 일어선다.
주희,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 정호, 주희를 잠시 보다가 돌아서는데.
주희 : (담담한) 같이 보내 달라 그랬어요….
정호 : (돌아선 채 듣는)
주희 : 석기가, 저한테 그랬어요…변호사님이랑 저랑 같이 보내 주지 않으면, 멀리 갈 수가 없다구요…이렇게 갈려구 그랬나봐요…
정호 : (…문득 석양이 눈부신 듯 미간을 좁히며 허공을 보는…나직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말투) 거 진짜 나쁜 놈이네…
(그 표정 그대로 눈물이 슬쩍 비치는)
주희 : (보면서 조금 웃는다…)
정호, 좀 더 그러고 섰다가 주희를 향해 돌아서고,
잠시 후, 항아리 사이에 놓고 앉은 정호와 주희. 한줌씩 번갈아 뿌리며 끝없이 눈물 흘리는…
주희 소리 : 석기씨…웃으면서 가면 좋은 자리 맡는대지?…아픔두 없구, 외롭지두 않은, 그런 자리…
사이.
정호 소리 : 윤석기…잘 쉬구 있어라…때가 되면 나두 주희두, 너 있는 데루 갈 거니까…
S#71. 공항 출국장.
정호와 주희, 세희, 타미. 다들 아픈 가슴을 슬쩍 가린.
정호 : (타미 어깨를 쳐준다) 잘 해…
타미 : 걱정하지 마. 나 소질이 있어. 세희 돌보는 거.
정호 : 그래, 넌 그럼 된 거 같구, (세희에게) 기분 어때?
세희 : 아직은 많이 슬프네요.
정호 : (끄덕여주고 둘에게) 먼저 들어갈래?
타미 : 어.
정호 : 올 땐 둘이 손 잡구 걸어와.
세희 : 네…
주희 : 금방 들어갈게.
타미와 세희가 출구 향하고,
S#72. 동 일각.
주희가 서 있고, 정호가 커피 두 잔 들고 온다…
정호에게서 커피 건네받는 주희. 웃음기는 없지만 어둡지 않고 차분하다.
둘, 말없이 잔을 쥐고 식기를 기다리듯 조금씩 마시기만…이윽고,
주희 : 마음 많이 아프시죠…
정호 : …너에 비하면 뭐…
주희 : …한참 가겠죠?…
정호 : …어…
주희 : …윤석기, 왜 그렇게 이뻐하셨어요?…
정호 : 계속 미워하면 이상하잖아…
주희 : …그건 참 다행이예요..그 사람한테…그러지 않았다면 그 인생이 얼마나 더 처참했을까요…
절 만나 서로 좋아했던 거, 정말 잠깐이었는데 그 대가루 고통 너무 많이 받았어요…제가 제일 아프게 했구요…
정호 : …그랬지…
주희 : …근데 변호사님은 무슨 죄예요?…저희 둘 다한테 어른 노릇 하시느라?…
정호 : (픽 웃음) 첨엔 그게 아니었지…사내놈들끼리 힘 겨루기 하느라구 열 깨나 받았어…
주희 : (말가니 보는)
정호 : 김주희…
주희 : (네…)
정호 : 사내 짓이든 어른 짓이든, 책임감이든 뭐든, 정말 여러 가지 이유루 난 너한테 평생 잘해야 하거든?…
주희 : (보기만…)
정호 : …뭔가 결정해야 할 때, 뭣보다 널 젤 먼저 생각할 거구…
주희 : (여전히)
정호 : …석기 말루는 그게 사랑이래…
주희 : …그렇죠…
정호 : …됐어, 그럼…그런 줄 알구, 까먹지 마. 거기 눌러 살든 다시 오든.
주희 : …그럴게요…
정호, 주희 손의 종이컵 빼내서 함께 버린다.
정호 : 가. 시간 대충 됐어.
주희 : 근데요,
정호 : (보면)
주희 : (다가가 정호를 안으며 흑 울음을 터뜨리는)
정호 : (감싸는)
주희 : (마구 울며) 석기 생각, 평생 갈 거 같아요…가슴에 그렇게 사무쳐요…너무 가엾구 미안해서…
정호 : (안은채 나직) 그럭하구 사는 거지…
주희 : (서럽게 흐느끼는)
정호 : (머리칼 쓸어주는) 사람으루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그러면서 사는 거야…
주희 : (소리내어 울음)
정호 : (안고 있는)
S#73. 이륙하는 비행기.
S#74. 송현 정호 방. 두어달 쯤 후,
정호, 주희의 이메일 읽고 있다.
주희 소리 : 엊그제부터 세희는 물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수술이 한 번 더 남았지만, 그리구 걷게 될지 어떨지는 막연하지만,
전 그 모든 일이 밥을 먹구 잠을 자구 일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제게 중요한 한가지를 까먹지만
않는다면, 인생이 제게 어떤 모양으로 주어져두 다 받아 들일 수 있어요…
이령이 들여다 본다.
이령 : 가자.
S#75. 데스크
하영과 신참이 정호, 이령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하영 : 다녀오세요.
이령 : 어
하영 : 다녀오세요.
정호 : 네
하영 : (신참에게) 언니가 누누이 얘기하잖니, 얼굴이 안되면 실력이라도. 그래가지고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웬만하면 점 좀 빼라.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라구…다시 해와 이거…빨리빨리 움직여…
S#76. 어느 식당. 밀실.
정호와 이령이 들어온다. 호식과 신재원(그들의 대학 선배이며 국회의원)이 앉아 있다.
호식 : 어서들 와라.
이령 : 오오, 금뱃지…
정호 : 어우 눈부셔가지구 볼수가 없다. 볼수가 없어.
신재원 : (웃음) 이것들이 어따 대구.
일어서서 정호, 이령과 악수 나누는 신재원.
신재원 : 뭐냐 도대체, 오랜만에 만난 선배한테…
이령 : 선배야 말루 뭐냐? 후원금 낸거 도루 뺏구 싶다.
정호 : 요즘 계속 자살골이던데?
신재원 : 죽을래?
호식 : 흐흐흐
신재원 : (술을 따라주며) 이령 오랜만이다.
이령 : 술이 이게 뭐냐! 쪼잔하게
신재원 : 아 민간인들 만나면 소주마시는 척 하기로 했어. 우리끼리 좋은 술 마셔두.
다들 잔 들어올려 보이고나서 마시는.
정호 : 어우, 맛있네, 금뱃지가 사는 술.
이령 : 그런데 왠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구.
신재원 : 지금부터 진담 좀 하자. 인제 우리가 떨건 떨어야 될 시점이 됐다구 보거든?
재원 자켓 주머니에서 CD를 꺼내 정호에게 준다.
이령 : 이게 뭐야?
재원 : 음…홍인기 20년 행적에 대한 세부 기록 및 거대 비자금의 실체. 그리고 그 운영과정의 내용이야.
이령 : 뭐?
정호 : (말이 안나오는)
재원 : 소위(소위원회)에서 은밀히 돌려 봤는데, 이걸 가지구두 가만 있으면 우린 다 만고의 역적이다,
그렇게 결론 내리구, 특조위 구성 특별법안 내기루 했어…특검 중간 단계로….
이령 : 땡기지 않니?
정호 : 아니
호식 : 아니라니
재원 : 조사위 명단에 니 이름 올렸는데.
정호 : 나, 이제 정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쉴 거야.
재원 : 정호 너, 특별한 인연이었다며 윤석기랑
이령 : 선배가 그 친굴 어떻게 알아.
호식 : 이거 윤석기가 보낸 거야. 죽기 이틀 전에.
이령 : 뭐?
정호 : (벙….)
S#77. 가로수 길…
정호 혼자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정호 옆에 천천히 다가와 멈추는 고급승용차. 창문이 천천히 열린다.
홍인기 : 서정호씨
놀라며 쳐다보는 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