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공군에서 족구가 창안되고, 국방부 체육 교본에 실리며 전(全) 군에 전파된 이후 전역자들이 사회에서 족구를 즐기며 1990년대 들어 협회가 설립되면서 공통된 규칙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회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족구화, 족구공 등의 족구 용품이 전혀 없어서 선수들은 키카에서 출시된 축구 코치화 혹은 축구화 뽕을 그라인더로 갈아서 신었고, 지금은 너무나 생소한 나이키도 아닌 '나이스'라는 브랜드에서 출시된 핸드볼 공 크기의 공을 사용했다.
이에 당시 협회장을 맡고 있었던 정덕진 선생은 국내의 스포츠 용품 업체들을 직접 방문하며 각 용품 업체 대표들에게 족구 용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어느 업체에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매출이나 수익이 일정하게 보장되지 않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생소했던) '족구'라는 종목에 투자하려고 드는 업체는 없었다.
그런데 딱 한 업체가 족구 용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스타스포츠'(이하 '스타')였다.
족구를 하는 이들이라면 스타 용품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이들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족구 용품=스타'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후 후발 업체들이 만드는 용품들의 기준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업체에서만 용품을 만들다 보니 긍정적인 시선만큼이나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스타는 '족구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지금 이 정도만 유지하는 것을 바란다.' 혹은 '독점하면서 타 업체의 족구 용품 시장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라는 등의 소문이 돌았고, 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의 대부분이 스타 내부의 임직원들로 꾸려져 이러한 주장들은 더욱 신빙성을 얻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위 주장들의 진위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스타를 옹호하거나 홍보를 하려는 것도 절대 아니다.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스타가 우리 족구계에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 그리고 스타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한 부분이다.
1. 최초의 족구 용품
스타의 업적 중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한다면 바로 최초의 족구 용품을 만든 업체라는 사실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많은 업체들이 족구 용품을 생산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으나 오직 스타만이 족구 용품을 생산해 판매했다. 정확하게 이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당시 그 소식은 얼마 전 우리 족구가 전국체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사실만큼이나 족구계에 경사였을 것이다.
사실 이번 칼럼을 기획하며 가장 소개해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최초의 족구화, 족구공이었다. 최초의 족구 용품들을 소개하여 동호인들이 알고 역사를 되돌아보고 또한 언젠가 우리 후배 족구인들이 족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기를 바랐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과연 스타에서는 어떠한 계기로 족구 용품을 만들게 되었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스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1세대 족구인들에게 문의해 보았지만 이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라도 이 칼럼을 읽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제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2. 후원사 개념 도입
전국 대회 급의 대회가 벌어질 때마다 스타는 족구공을 비롯한 족구 용품들을 항상 후원했다. 공식 후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할지 모르나 우리 족구에 이러한 공식 후원사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시킨 것도 스타가 남긴 업적이다.
이뿐만이 아닌 나이키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후원하는 것처럼 스타도 여러 팀들을 후원하며 유니폼을 비롯한 족구 용품들을 후원하고 있다. 과거 현대파워텍, 하이트진로음료와 같은 최강부 팀들을 비롯하여 스타평택마루, 스타충북퍼스트 그리고 최근에는 천후 족구단 등을 후원하고 있다.
3. 스타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족구 용품 독점?
독점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혼자서 모두 차지함
개인이나 하나의 단체가 다른 경쟁자를 배제하고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여 이익을 독차지함 또는 그런 경제 현상
사실 족구 용품 시장의 경우 스타가 유일한 생산 업체였기 때문에 '1번'의 의미의 독점일 수는 있으나 '2번'의 의미의 독점은 아니었다.
족구 용품을 만드는 업체 자체가 스타가 유일했고, 이후 낫소나 키카 등의 업체에서 족구 용품을 만들어 출시하기는 했으나 스타만큼 적극적으로 용품들을 연구하고 생산하지는 않았다. 족구 용품만을 다루는 조이킥스포츠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스타만이 유일한 족구 용품 업체였다.
따라서 스타가 생산과 시장을 지배해 이익을 독차지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2) 족구가 발전하면 스타는 망한다?
예전에 한 족구인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족구가 더욱 발전하여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족구 용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스타는 망하기 때문에 스타에서는 족구가 더 이상 발전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당시 이 이야기를 처음 듣기도 했고, 진위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아 딱히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스타에 대해 조사를 하니 이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알게 되었다.
일단 스타의 주력 종목은 족구가 아니다. 스타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의 종목은 정말 다양하다. 축구를 비롯해 농구, 배구, 핸드볼, 테니스 그리고 피구 등 정말 다양한 종목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족구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 스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 역시 '저도 여러 종목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족구는 매출이 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족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시장이 크지 않다. 스타의 주요 매출 역시 족구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족구 용품을 만들 것이라는 꿈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족구가 발전하여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굴지의 스포츠 용품 업체들이 족구 용품을 만드는 꿈같은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그런 업체들이 족구 용품을 만들 일은 당분간 없다. 그리고 그들이 설사 족구 용품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원하는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업체들이다.
3)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스타 용품
우리가 족구 용품만 보고 생각해서 그렇지 사실 다른 종목의 스타 용품들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용품들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의 공식 사용구가 바로 스타 제품이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에 스타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벌어진 대회이니 국내 제품이 이익을 본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백번 정도 양보해 이 말이 맞는다고 가정하고 다른 증거를 제시한다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축구 종목의 공식 사용구 역시 스타 제품이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논리는 충분히 반박이 가능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스타 축구공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스타는 대회 개막 2달 전에 대회 출전국들에게 공식 사용구를 배포했다. 공식 사용구에 가장 민감한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월드컵 공식 사용구를 비롯해 국제 대회마다 공식 사용구에 가장 많은 불만 사항을 제시하는 국가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공식 사용구를 전달받은 일본 대표팀 관계자는 '이거 어느 나라 제품이에요?'라고 퉁명스럽게 물었다고 한다. 한국의 스타라고 하니 꺼림직한 눈빛으로 수령했는데 그게 다였다. 이날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일본을 비롯한 출전 국가 중 어느 나라도 공식 사용구에 대한 불만 사항이 전혀 접수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박주영 선수는 인터뷰에서 '공이 발에 착착 감긴다'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스타의 제품은 축구를 비롯해 농구, 배구, 핸드볼 그리고 테니스까지 다섯 종목의 공식 사용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스타의 연 매출은 약 500억에서 600억 수준, 과거 나이키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과 맺은 후원 계약의 규모가 5년에 500억 원 수준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아시안게임 주최 측 역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과 같은 거대 기업의 제품을 선택했으면 이런저런 잡소리 없이 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작은 기업인 스타의 제품을 택했다. 그만큼 스타 제품의 질이 높다는 방증이다.
족구계에서 스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에서 우리 족구 용품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1990년대 족구 1세대 선배들은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족구 용품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그 간절한 염원을 이루어준 업체가 바로 스타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족구 용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더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배가 너무 불러서인지는 몰라도 스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적어도 족구인이라면 스타에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스타는 질 높은 족구 용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정청식 논산공고 족구단 감독은 '스타가 족구 용품계를 독점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대회가 벌어질 때는 항상 공이나 네트 같은 용품들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그런 후원 없이 독점했다면 악감정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후원을 항상 해주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김영민 수원 매탄 족구단 감독도 '때로는 우리 족구인들이 스타에서 이런 제품을 좀 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바람도 있었지만 그에 맞는 제품들을 생산해 주지 않아 불만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타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에 악감정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구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스타는 우리가 족구 1세대라고 칭하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족구 용품을 생산한 유일한 업체라는 사실만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스타가 없었다면 우리 족구가 지금 이만큼도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족구가 매출이 크지는 않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최초의 족구용품 업체라는 자부심이 있어 애정이 많은 종목입니다." - 스타스포츠 담당자
스타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족구계에 동반자가 되어주고 질 좋은 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