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에서 두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은 관안열전(管晏列傳)의 관중과 안영입니다. 관중과 안영은 백이, 숙제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입니다. 백이와 숙제가 '최선이 아니면 의미없다는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중과 안영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괜찮다는 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인을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백이와 숙제는 무슨 공적을 남긴 일도 없고, 백성들에게 큰 혜택을 준 사람들도 아닙니다. 원래 부국강병과 태평성대를 이루는 공적을 세우는 사람들은 현실주의 정치인들입니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최초로 춘추오패로 만든 사람입니다. 그가 재상으로 제나라를 다스릴 때, 제나라의 백성들은 풍족했고 군대는 강력했으며 그가 꾸려나간 외교정책은 제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춘추시대의 대의에도 걸맞아 다른 제후들이 그의 지도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공적은 관중이 죽은 후 100년 정도 후에 태어난 공자도 인정했고 칭찬했습니다. "관중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모두 오랑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사상과 정책은 후대 정치인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후 야심 있는 군주들은 관중같은 인물을 얻어 제환공같은 임금이 되고자 했고, 후대의 지혜로운 선비들은 제환공같은 군주를 만나 관중같은 큰 공적을 세우기를 바라게 됩니다. 제갈량이 자신을 항상 '관중과 악의'에 빗대 자부한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안영은 혼란하게 된 제나라에서 군주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낸 사람입니다. 군주들은 어리석고 이미 귀족들의 세력이 군주의 세력을 뛰어넘어 제나라 공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라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공자와 안영은 동시대 사람입니다. 공자는 안영을 항상 존경했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관안열전에서는 관중과 안영의 행적이나 공적, 정책, 사상은 많이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공적 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니 그들이 남긴 책 '관자'나 '안자춘추'를 참고하라고 사마천은 말합니다.
관안열전에서 관중에 관한 주요한 기록은 관포지교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가 지난날 가난했던 시절에,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재물을 나눌 때 내가 많이 가져도, 포숙은 나를 탐욕스럽다 여기지 않았다. 이는 내가 가난함을 알기 때문이었다......(중략)....공자 규가 패하자 소홀은 죽었으나, 나는 감옥에 갇혀 굴욕을 당하고 있어도, 포숙은 내가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이는 내가 작은 절개에 개의치 않고 천하에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지 못함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라는 관중의 감개어린 고백이 실려 있습니다. '세상사람들도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포숙의 능력을 칭송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관중의 행동을 백이와 숙제가 봤다면 "참으로 비굴한 인물이다."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장사를 하면 혼자 이익을 독점하고, 군인으로 전쟁에 나가서는 세번이나 도망가고, 자신의 주군을 죽인 사람을 군주로 섬겼으니 그야말로 인간말종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안영에 관한 열전은 두개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안영의 마부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영이 제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그의 마부가 자신이 마치 재상이라도 되는 것 처럼 의기양양해서 말을 채찍질하면서 흡족하게 생각하는 것을 마부의 부인이 보고 부끄럽게 생각해서 마부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이에 마부가 반성해서 다음부터 겸손한 태도를 보이니 안영이 이를 보고 기이하게 생각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마부가 사실대로 답변하였다. 안영은 그를 천거하여 대부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사마천은 열전에서 관중은 그냥 관중이라고 썼지만, 안영은 꼭 안자라고 존칭을 붙인 것을 봐서 안영을 더 존경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안영은 간언을 할 때는 군주의 얼굴빛에 개의치 않았으니, 이는 조정에 나아가서는 충성을 다할 것만 생각하고, 물러나서는 허물을 고치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만약 안영이 살아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마부라도 되고 싶을 만큼 그를 흠모한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