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出家)'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 광우(光雨)스님
내가 걸어온 70년 중노릇의 길을 돌어보니 감회가 참 새롭기만 합니다.
출가란 그저 세속의 집을 떠나서
머리를 깎고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의 조사스님들은 출가(出家)에도
그 단계가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육친출가(肉親出家)라는 것입니다.
육친출가란 부모, 형제, 처자를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가족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스님들은 '할애출가(割愛出家)'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애욕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세속에 있으면서도 수행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러나 애욕을 단절하지 않고는 수행하기 어려우니
일단 가족을 떠나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오온출가(五蘊出家)입니다.
오온이란 반야심경에도 나오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말하는데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포괄하는 말입니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자아' 즉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현실생활에서 욕심내고 분노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은
모두 자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육친출가를 했다고 해도 자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그 출가는 그냥 허울 좋은 형식으로 끝나 버릴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법계출가(法界出家)입니다.
법계란 진리의 세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출가 수행자는 그가 진리라고 말하는
세계로 부터도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리란 절대의 경지(境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독선과 독단이 되기 쉬워요.
절대로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종교에선 불교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처럼
자기만 옳다고 믿는 편견과 독단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지요.
이렇게 보면 출가란 거듭거듭 자기를 반성하는 생활이 중요합니다.
그저 단순한 출가에서 끝나지 말고 매일 매일
출출가(出出家)를 해야 한다는 애기입니다.
중노릇 70년 가까이 하고 보니
출가란 정말로 어려운 것임을 날마다 절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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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으로 세수 86세가 되시는 비구니 스님이신 광우스님은 15세에 출가하였다.
세속의 어머니와 함께 출가하신 스님은
경북 상주 남장사 조실스님으로 계셨던 혜봉(彗峰)스님이 속가의 부친이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서울 정각사 창건주 등 수많은 소임을 맡으셨고
일생을 부처님 법대로 살아오신 훌륭하신 스님이시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