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앤 피플: 경기도 의료원 의정부병원 장애인치과센터 김은주 과장
“중증장애인 치아 건강 지키는 데 도움 되고 싶어요”
치과 의자에 눕는다. “윙윙”, “드륵드륵” 기계음 소리가 진료실을 가득 메운다. 드릴과 스케일러가 혀끝을 스친다.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치과’라는 단어만 들어도 겁이 나는 이유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은 구강 질환이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칫솔질 자체가 불편하다 보니 치아 관리가 어렵고, 악화된 구강 질환은 치아 손실로도 이어지곤 한다. 비장애인보다 치료 시간이 긴 데다 특수시설이 동반되어야 하기에 중증장애인은 일반 치과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장애인치과센터 김은주 과장은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중증장애인 치아 건강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Q. 경기도의료원의 장애인치과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A. 경기도의료원은 수원병원과 의정부병원 두 곳에서 장애인치과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의사소통이나 행동조절이 쉽지 않아 간단한 스케일링이나 충치 치료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민간 의료기관에는 시설과 장비가 부족해 중증장애인이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경기도의료원은 장애인치과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강화하고 치과 치료 시 본인부담금을 지원합니다. 의료진은 담당의사 1인, 치과위생사 2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료원 내 공공사업과, 원무과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합니다. 의정부병원의 경우 경기 북부 지역 장애인 단체를 비롯해 ‘스마일재단’과도 협약을 맺고 있어요.
Q. 얼마나 많은 중증장애인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나요.
A. 많으면 하루에 10명 정도의 환자를 치료합니다. 치료 범위도 간단한 스케일링이나 충치 치료부터 임플란트 시술까지 다양한데,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는 없지요. 중증장애인 환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다양하고 진료 시 변수도 많은 편입니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자유하다 보니 양치하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 치료를 받았더라도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 센터에는 주로 지체·뇌병변·지적장애인 환자들이 방문하는데, 중복장애를 가진 이들이 대다수라 전문의들과의 협진이 뒤따릅니다.
Q. 중증장애인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보람 있는 삶을 지향하자’는 게 평소 지론입니다. 치아 건강은 우리 신체에 가장 기본이 되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잘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이가 튼튼해야 하죠. 구강 질환은 치아 손실로 이어지고 영양 섭취를 방해해 소화기뿐 아니라 심혈관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기본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반 환자와 달리 중증장애인은 치과 치료에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경희대 치과대학원에서 학위 연수와 실무 진료 등을 통해 중증장애인 치료 경험을 쌓기 시작했죠. 이후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과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에서 각각 진료부장과 치과과장을 지냈고,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장애인치과센터로 오게 되었어요.
Q. 치료가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A. 의사 입장에서 중증장애인 치과 치료의 어려움은 체력 소모가 크다는 점이에요. 중증장애인은 간단한 치료에도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치료 시간이 걸립니다. 중증장애인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해야 하다 보니 의사도 치료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허리를 과하게 꺾거나 숙여야 하는 동작 말입니다. 그런 자세로 오랜 시간 치료하다 보면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하고 피로가 쉽게 쌓여요. 마취과 전문의 등의 인력과 장애인 전용 ‘유닛 체어’와 같은 특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중증장애인은 치료를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보람은 매우 큽니다. 치료 후 구강 기능이 회복된 중증장애인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장애인치과사업을 위한 전문 의료진과 설비를 보강할 방안을 세우고 있어요. 중증장애인 치과 치료는 전담 인력이 꼭 필요한 분야거든요. 안타깝게도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많은 공공병원이, 더 많은 의료진이 중증장애인 치과 치료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의를 키우고, 설비를 갖추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치료를 끝내고 건강한 이를 보이며 행복하게 웃는 장애인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
치통으로 일그러졌던 한 중증장애인의 얼굴에 건강한 미소가 번진다. 진료실을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정하고 따뜻한 눈길을 건네는 김은주 과장. 그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웃음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하며 이내 다음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 경기도의료원 장애인치과사업 지원 대상은?
경기도 6개월 이상 거주자이며 수급자(1, 2종),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대상자, 중위소득 하위 65% 이하에 해당해야 하고, 정신장애, 뇌병변장애, 지적(정신지체)·지체장애 각 1, 2급 및 자폐(발달)장애 1~3급에 해당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치아 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의사의 계획에 의한 모든 진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공공사업과(031-828-5118), 치과(031-828-5108)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9월 손끝으로 읽는 국정 143호 - 피플 앤 피플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