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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행 일본 호후시(防府市) 모리가 정원(毛利家庭園) 오중석탑(五重石塔)
浮雲 추천 0 조회 10 26.07.15 04:16 댓글 15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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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6.07.15 04:23

    첫댓글 '층탑(層塔, 소토)' 혹은 '다층석탑'이라고 부르는 일본 정원의 대표적인 석조물이다. 정원에 석등롱뿐만 아니라 이런 석탑이 곳곳에 배치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있다.

  • 작성자 26.07.15 04:25

    첫째, 다도(茶道) 문화가 낳은 '업사이클링' 조경이다.
    안치·모모야마 시대 이후 다도 문화가 정착하면서, 다인(茶人)들은 정원에 세월의 흔적과 고풍스러운 멋(와비·사비)을 더하고 싶어 했다.

  • 작성자 26.07.15 04:26

    이때 다인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전국 각지의 오래된 폐사지(망한 절터)에 버려져 있던 석탑들이었다.
    ​불교의 상징이었던 석탑을 정원으로 가져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자 조경 장식물로 재배치한 것이 정원 석탑의 시작이다.

  • 작성자 26.07.15 04:26

    후대에는 아예 정원 장식용으로 새 석탑을 깎아 만들기 시작했는데, 모리가 석탑은 정원 조경용(오브제)으로 균형감 있게 잘 다듬어진 전형적인 정원용 다층석탑의 형태를 띠고 있다.

  • 작성자 26.07.15 04:27

    둘째로 정원의 입체감을 살리는 '시선 집중(아이캐치)' 역할 땡순이다.
    ​일본식 회유성 정원(걸어 다니며 감상하는 정원)은 평면적인 나무와 풀만 있으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 작성자 26.07.15 04:29

    그래서 정원에 ​높낮이의 변주를 가하는 것이었다. 모리 가문 정원처럼 드넓은 대정원에서는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줄 수직적인 구조물이 필수적다. 모리가 석탑은 주변의 나지막한 수풀 사이에서 우뚝 솟아 정원 전체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시각적 포인트 역할을 한다.

  • 작성자 26.07.15 04:30

    일본 정원은 자연 산천이나 불교의 이상향(수미산 등)을 마당에 축소해 놓는 일종의 '미니어처 세계'이다. 이 석탑은 정원이라는 깊은 자연 속에 자리한 깊은 산속의 사찰이나 영험한 기운을 상징적으로 연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작성자 26.07.15 04:32

    불교의 신앙 대상이었던 석탑이 세월이 흘러 다도 정원의 가장 격조 높은 '포인트 조경물'로 변모했기 때문에 모리 가문 정원에서 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석등롱이 발밑을 은은하게 밝히는 길잡이였다면, 이 석탑은 정원의 클래스를 올려주는 웅장한 주인공인 셈이다. 수백 년 전 대영주(다이묘)의 세련된 조경 안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멋진 풍경이다!

  • 작성자 26.07.15 04:35

    ​한국의 석탑은 대개 지붕돌이 직선에 가깝고 묵직한 안정감을 주는 반면, 이 석탑은 처마 끝이 하늘을 향해 버선코처럼 아찔하게 솟아오른 강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붕돌 자체의 두께도 매우 얇고 날렵하여, 전체적으로 무겁고 장중한 느낌보다는 경쾌하고 화려한 율동감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 작성자 26.07.15 04:36

    각 층의 몸돌을 보면 사방으로 커다란 네모난 창(화창)이 뚫려 있어 반대편 나무가 보일 정도로 속이 텅 비어 있다.
    ​본래 불교의 석탑은 내부에 사리를 모시는 폐쇄적인 구조인 데 반해, 이 석탑은 내부에 불을 켜는 구조인 석등(石燈)의 화사석 양식을 탑의 형태로 층층이 쌓아 올린 독특한 조형을 하고 있다.

  • 작성자 26.07.15 04:37

    실제로 일본 정원에서는 이를 '탑'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불을 켤 수 있도록 고안된 '층탑형 석등롱'의 범주로 보기도 한다. 꽉 막힌 돌 덩어리가 아니라 창을 크게 내어 시각적인 개방감과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 작성자 26.07.15 04:38

    ​탑을 받치고 있는 가장 아래쪽 기단(받침대)의 모양이 아주 독특하다.
    ​한국 석탑처럼 묵직한 사각형 돌단이 아니라, 아치형으로 파내어 마치 동물의 다리처럼 생긴 네 개의 다리가 탑 전체를 사뿐히 떠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 작성자 26.07.15 04:39

    일본 건축·조경 용어로 이를 향로의 다리를 닮았다고 하여 '고안(猫脚, 고양이 다리)' 양식이라고 부른다. 이 하부 구조 덕분에 거대한 탑이 땅에 무겁게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 바위 위에 가볍게 내려앉은 듯한 시각적 경쾌함을 준다.

  • 작성자 26.07.15 04:40

    ​1층부터 5층까지 올라갈 수록 크기가 줄어드는 비율(체감률, 遞減率)이 아주 정교하다.
    ​밑단은 넓고 안정적이지만 위로 갈수록 지붕과 몸돌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탑을 올려다보았을 때 실제 높이보다 훨씬 더 높고 웅장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준다.

  • 작성자 26.07.15 04:41

    맨 꼭대기의 상륜부(길쭉한 기둥 모양 장식)까지 날렵하게 뻗어 있어 수직적인 상승감이 아주 훌륭하다.
    ​이 석탑은 "한국 석탑의 묵직한 엄숙함" 대신, 지붕을 날렵하게 꺾고 몸돌에 창을 뚫어 "정원 조경물로서의 경쾌함과 화려한 입체감"을 극한으로 살려낸 아주 격조 높은 다층석탑의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초록빛 정원 나무들과 대비되어 솟아오른 선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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