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혼불문학관 - 서도역 - 임실 관촌 사선대 - 임실 치즈테마파크 - 필봉농악전수관]
꽃피는 봄날이지만, 이 나라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사월을 지나고 있고, 오월을 앞두고 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시작된 여행이었다.
문학단체에서 실시하는 문학기행에 참여하게 되면 장점이 많다. 사전답사를 통해 동선이 짜여 있고, 그 지역의 문화해설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남원 혼불문학관]
대하소설을 좋아해서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 장길산, 혼불 등을 읽던 시절이 있었다. 혼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당시의 세시풍속과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 우리말을 찾아 쓴 책으로 문학적 위상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한 글자 한 글자 숨을 갈아 넣어 글을 쓴 작가도 있는데, 눈으로 마음으로 읽지 못하랴.
혼불은 최명희 작가가 17년 동안 집필한 미완의 책이다. 난방을 제거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혼불을 집필하던 최명희 작가는 51세에 난소함으로 절명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노봉마을에 문학관을 지었다. 최명희 작가의 생가는 전주로, 전주 한옥 마을에는 생가 터로 이어지는 골목길인 '최명희길'이 있고, 최명희 문학관이 있다.
최명희 작가의 집필실
불가항력적인 시대의 흐름과 대내외적 변화들 속에서 모든 인물이 각각의 신념과 의지로 제 나름대로의 생을 살아가며 혼불을 불태우는 모습을 서사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 잘 살다 갑니다."
투병 중에도 집필의지를 다지며 원고를 챙겼던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닮은 작가정신을 되새겨 본다.
[서도역]
소설 [혼불] 덕분에 철거위기에서 살아 난 역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옛 역사를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2002년 전라선 신선 이설로 역이 옮겨지면서 구 역사가 철거위기에 놓이자, 남원시에서 역사와 주변 시설들까지 사들여서 보존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이기도 하다.
[임실 관촌 사선대]
사선대는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하늘에서 신선과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섬진강 상류 오원 천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자연환경이 빼어난 지역이며, 호수에 비친 오색찬란한 단풍 길은 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봄에는 산개나리와 벚꽃, 여름에는 푸른 신록,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낙엽, 겨울에는 하얀 눈길이 있어 각 계절별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 임실원에서 발췌
남편은 퇴직 후, 농사가 꿈이라서 망치질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기본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선대 옆에 있는 목재문화체험장 목재건축학교 4개월 코스를 수료했다. 어떤 날 기회가 생겨 함께 왔다가 혼자서 사선대를 구경했다. 이른 봄이라 수선화가 많이 피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넓은 터에 물이 흐르는 공원이라 물에 비친 경치까지 아름다웠다. 남편이 수업을 듣는 내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좋은 경치를 보며 글을 쓰던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
이번 여행은 문학기행이라는 테마가 있어서 문화해설사님의 사선대에 대한 설명과 전설에 의하면,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코바위 주변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물고기들을 발견하고 환호하던 분, 자그마한 개별꽃을 보고 감탄하던 분,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풍경을 찍고, 회원들을 찍어 주던 분. 많은 분들이 함께한 여행이라 기억되는 것도 많다. 날씨가 화창해서 아름다운 풍경이 참 좋았다.
[임실 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의 맛과 멋이 깃든 체험교육의 장, 드넓은 초지, 유럽풍의 아름다운 경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문화관광의 장, 임실치즈관광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심, 임실치즈테마파크입니다. 임실치즈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 체험형 관광지 임실치즈테마파크는 2004년부터 8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2단계, 3단계 사업을 통하여 15만 제곱미터, 축구장 22개 넓이의 드넓은 초원 위에 조성되었습니다. - 임실 치즈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발췌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문화해설사 님의 설명을 바깥에서 듣는 것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셨다. 연령대가 다양해서 서둘러 그늘로 향했다. 임실치즈 역사문화관에서 임실치즈의 발상부터 현재까지를 볼 수 있었고, 실제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이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이고 있었다.
[필봉농악전수관]
붓을 닮은 필봉산 아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푸진 삶을 살아온 소박한 사람들이 400년 동안 신명으로 굿을 지켜온 넉넉하고 흥이 넘치는 곳. 전설이 된 풍물놀이를 축제로 만들고, 아버지의 업을 천직으로 이어가는 노동과 생활의 근심을 신바람으로 바꾸는 곳, 필봉! - 필봉문화촌에서 발췌
우리 문학기행 팀을 위해 특별히 공연을 보여 주신 필봉농악전수관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민요창도 듣고, 농악도 감상했다. 상쇄를 필두로 일사불란하게 연주하면서 돌아가는 춤사위가 이어졌다. 묘기를 보여주는 달인들의 공연도 있었다.
연주자들이 어려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서 반갑고 기특했다.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려는 모습이 귀하게 생각되었다. 공연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피땀 흘리며 연습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손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박수를 보낸다. 공연 피날레로 회원들과 어우러져 함께 공연한 부분도 감동이었다.
필봉산아래 필봉마을에서 필봉농악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