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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산천초목-강권순
이강산 추천 0 조회 132 12.05.28 00:2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천초목(山川草木)

 산천초목 속잎이 난다 
 구경 가기가 얼화 반갑도다

 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
 잎은 따다가 얼화 입에 물어

 날 오라 하네 날 오라 하네
 산골처녀가 얼화 날 오라 한다

 돋아오는 반달처럼 도리주머니 주워놓고
 만수무강 글자를 새겨 수명당사 끈을 달아
 정든 임 오시거든 얼화 채워나 봅시다

 동백꽃은 피었는데 흰 눈은 왜 오나
 한라산 선녀들이 춤을 추며 내려온다

 

제주 구전민요
제주교대 교수

조영배님이 편곡하고
'正歌'의 강권순 노래

▲ 김창태 작「산천초목」 한지 위에 아크릴릭 | 260cm×185cm(1994)

 

산천초목 (山川草木)

 

편 곡 : 조영배

소 리 : 강권순

 

산천초목 속잎이 난다

구경가기가 얼화 반갑도다

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

잎은 따다가 얼화 입에 물어

날 오라하네 날 오라하네

산골처녀가 얼화 날 오라 한다

동백꽃은 피였는데 흰눈은 왜오나

한라산 선녀들이 춤을 추며 내려온다

 

지금 막 국악 듣기에 맛들인 사람들이 몸살나게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가 <산천초목>이다. 강권순의 <산천초목>은 소리 흐름이 양지 쪽을 향할 때는 삶의 기쁨과 사랑 같은 것이, 그 흐름에 그늘이 드리울 때는 슬픔과 비애 같은 것이 가슴을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음악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생애의 가장 절친한 사람으로부터 위무받은 것 같기에, 조용히 혼자 있을 때, 좀 쓸쓸한 느낌이 들 때면 또 듣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들어본 <산천초목>은 그렇다. -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는 '소리의 농담濃淡'(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송혜진 著)

 

산천초목 (山川草木) - 강권순

 

 

강권순의 여창가곡을 들으며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조선조 선비들이 애호하던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가곡(歌曲)이다. 따라서 가곡에는 선비들이 생각했던 음악미의 이상이 담겨 있다. 가곡이야말로 우주를 품 안에 끌어안는 것 같은 엄청난 음악적 너비를 지니고 있고 평화롭고 심오한 서정 노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가곡은 선비의 노래인 만큼 남창(男唱)이 위주이기는 하나, 여창 가곡 또한 고고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성악이 대부분 남녀창의 구분이 없지만, 여성 특유의 고매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살린 여창 가곡이 따로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희한하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강권순의 여창 가곡 음반을 듣고 특히 '우락(羽樂)', '편수대엽(編數大葉)'과 '태평가(太平歌)' 등에서 감명을 받았다. 우락에서는 여창 가곡의 온갖 기교를 원숙하게 구사하는 솜씨가 놀라웠고, 편수대엽에서 부르는 꽃의 노래는 담박하면서도 시원한 창법이 출중했다. 태평가 4장에서 장인(長引)하는 임종(林鍾) 음을 들을 때에는 우리 선인들이 갈구하던 태평성대의 소리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

 

강권순은 여창 가곡에 일생을 건 보기 드문 소리꾼이다. 오늘날 알아주는 사람이 너무 적은 그러나 참으로 보배로운 우리의 여창 가곡이 강권순과 같은 순교자적 정신과 사명감을 지닌 소리꾼에 의하여 지켜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의 이번 음반이 여창 가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보다 많은 애호가들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여류가객 강권순의 예술세계

 

김경배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보유자,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교수)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명가 김월하선생, 그를 가리켜 ??월하 이전에 월하 없고 월하 이후에 월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던 선가의 빈 자리는 이제 한국 가단의 기라성 같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버팀목의 몫을 해내고 있다. 바로 강권순은 선생께서 아끼시던 제자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녀를 대할 때면 스승을 닮은 그의 행동거지에서 선생의 청정한 성품과 숨겨져 있는 예술감각을 만나게 된다. 거기에 천부적으로 타고난 예술적??끼??까지 갖추었으니 그를 아끼는 지인들 사이에서 곧잘 작은 거인이라 애칭됨도 한낱 허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의 전공은 정가였다. 이어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후 가인으로 동분서주한 세월도 십수 년이 훌딱 지나 이제는 창공을 차고 자란 노송처럼 의젓함과 튼실함을 갖춘 중견 여류가객으로 성장하였다.

 

 

가곡은 예로부터 한낱 귀를 즐겁게 하는 외형적인 기교보다는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 내면성에 중심을 두었다. 몸짓 고갯짓 한 번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가객의 경건한 모습은 망아의 세계에 몰입한 도인처럼 은근하여 차라리 선경의 세계를 넘나드는 듯하다. 어쩌면 수신제가의 덕목과 비견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권순의 소리에서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태고의 숨결인 양 한국인의 생명력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고전음악에서 창작음악에 이르기까지 막힘이 없어 더욱 절묘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닿는다. 여운을 머금고 실낱같이 곱게 늘여내는 내면의 소리, 폭포수가 뿜어내는 자연의 굉음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비함이 살아 꿈틀댄다. ??키고 조이는 소리??, ??당기고 푸는 소리??, ??놨다 폈다 하는 소리??, ??올리고 내리는 소리?? 모두 하나같이 자유자재다. 시김새 하나하나도 평범하면서도 모난 데가 없어 한국미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마치 소리의 모든 것을 이면에 숨겨 놓은 채 필요에 따라 하나 둘 빼어 쓰는 것은 아닐까.

 

 

창작곡 분야는 그를 제쳐놓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곡자들이 선뜻 곡을 맡길 수 있는 창자(唱者)가 있다면 바로 그녀를 거론하는 것도 우연만은 아닐 성싶다. 이는 스승을 통하여 이어받은 예술가적 깊이와 천부적으로 타고난 가인의 본능적인 재질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믿어진다. 태고의 숨결, 청정한 여창 가곡의 메아리에 마음을 실어 다시 한 번 한국미를 담고 있는 강권순 여창 가곡의 진수를 마음껏 느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강권순 :

 

1969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중학교시절 서양 성악을 공부하던 중 교장선생님 권유로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정가를 일관되게 전공하며 김월하선생, 김경배선생 등을 사사했다. 1991년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음악계에 등단 한 이래 현재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각종 아트 페스티벌 및 국가행사 등에 참여하여 정가공연뿐 아니라 유수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 등 500여회의 국내 음악회에 참가하는 한편 아시아, 미주, 유럽 등지 20여개국에서 150여회에 달하는 해외공연도 병행하여 왔다. 이렇듯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하여 국내외의 매스컴 및 예술관계자들로부터 정가의 매력과 예술성을 새롭게 일깨워내는 주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고고한 맥을 이어온 정가로 이 시대의 청중과 새로운 호흡을 함께 나누고자 펼치는 그녀의 무대에는 항시 정악의 미학이 기초로 자리잡고 있지만 활동분야는 서구의 현대음악을 위시하여 무용, 영화, 방송드라마, 뮤지컬 등 인접 장르의 실용음악에까지 광범위하다. 이와 같이 폭 넓은 행적은 다양한 음악적 수용 폭과 자기 연마의 산물인 기량을 조화시킨 결과로 평가되는 동시에 전통의 기초 위에 자유롭게 꽃피워내는 예술혼의 발로라고 지칭되고 있다. 특히 강권순의 가창에서 발현되는 독특한 역동미는 관조적인 정악의 심연에는 생명의 미학이 순교자의 자유의지처럼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그녀 특유의 음악적 키워드가 되고있다.

 

강권순은 탁월한 가창력과 천부적 해석력을 겸비하고 정가의 정통성과 멋을 현대적 음악 언어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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