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찹쌀로 만든 새알심이 들어 있는 동지 팥죽. 동짓날에는 나쁜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에서 붉은 팥으로 만든 동지 팥죽을 즐겨 왔다. |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은 바로 ‘동지’입니다. 음력으로 11월, 양력으로는 12월 22일께 오는 동지는 대설(양력 12월 7일께)과 소한(양력 1월 6일께) 사이에 있습니다.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22 번째에 오는 절기로 완전한 겨울이 왔음을 알려 줍니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를 지나면서 낮은 다시 서서히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인들에게 이는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양이 새롭게 생명력을 갖는 시점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궁중에서는 동짓날에는 천지신과 조상신들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하였답니다.
민간에서도 이 날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로 여겼지요. 그래서 지금도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거나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들을 하는 거랍니다.
동짓날에는 ‘동지 팥죽’이라 하여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 풍속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동지팥죽에는 찹쌀 가루를 새 알 크기만 하게 만든 ‘새알심’을 넣습니다. 새알심을 지방에 따라서는 옹심이ㆍ오그랭이ㆍ옹시래미라고도 부르지요.
팥죽이 다 만들어지면 사람이 먹기 전에 각종 의례를 행하였습니다. 정성껏 팥죽을 그릇에 담아 사당에 먼저 올린 다음, 각 방과 장독ㆍ부엌ㆍ마루ㆍ우물ㆍ헛간ㆍ대문ㆍ뒷간 등 집안을 지켜 주는 여러 신들에게도 올리지요. 이어서 팥죽을 큰 바가지에 가득 담아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솔가지로 흩뿌립니다.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팥은 양의 색으로 음습한 귀신을 쫓아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우리 조상들은 팥죽을 쑤어 흩뿌리거나 집안 곳곳에 놓아 둠으로써 나쁜 귀신의 접근을 막고자 하였던 것이지요.
이처럼 붉은 팥과 관련된 풍습은 동지 팥죽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붉은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거나,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초상집에 보냄으로써 악귀를 물리친다는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러나 동짓날이라 하여 항상 팥죽을 쑤는 것은 아닙니다. 음력으로 11월의 초승에 드는 동지를 ‘애동지’라고 하는데, 이때는 팥죽을 쑤면 어린아이들이 병들거나 죽는다 하여 대신 팥떡을 해 먹습니다.
한편, 조선 시대 천문을 관장하던 기관인 관상감에서는 동짓날에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쳤다고 합니다. 그러면 나라에서는 달력에 옥새를 찍어 백관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으며, 이조에서도 표지가 파란 달력을 지방 수령들에게 선사하였답니다.
이 밖에도 동짓날에는 ‘동지 부적’이라고 하여 집 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뱀을 뜻하는 한자 ‘蛇’(사)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있어 왔지요.
또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고, 대신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겨 왔습니다.
우리는 비록 붉은 팥죽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는 첨단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집에서 동지 팥죽을 해 먹는 것을 보면, 어머니가 해 주시는 영양 가득한 팥죽의 맛은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듯해 흐뭇합니다.
올해 동지는 오는 22일이군요. 동짓날에도 우리 모두 동지 팥죽을 맛있게 먹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관호(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첫댓글 강구막회 가면 이거 주시나여?
버럭~! 본문을 읽으세욧. 내일 애동지라 팥죽은 안끓여 먹는다고 했구만~. 과메기는 드릴께요^^
그렇구만여. 진작 본문을 보라고 하시지... 그림이 먼저 있응께 그놈만 보다 보니...ㅎㅎㅎ
설봉이 팥죽하면 일곱 그릇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