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산맥의 명상처 삼발라센터 / 김광선
(Rocky Mountain Shambhala Center)
RMSC입구 표시인 토리(TORI)문
록키산맥으로 둘러쌓인 덴버는 교통의 요지로 휴양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이곳은 산세의 수려함 때문에 여러 명상센터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요즈음에는 콜로라도 주에서 많은 기업들을 유치시켜 이곳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한국사람들도 수년전에 LA에서 폭동막?LA를 떠나 이곳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본지에서는 약 5년전부터 이곳을 방문하여 일본의 정토진종, 나루파대학원, 그리고 이 선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는데 5년전 콜로라도 주립대 이석구 교수님의 안내로 이 선원을 방문하다가 마침 그 때 쏟아진 폭우로 선원입구에서 되돌아온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이 교수님으로부터 에이즈로 사망하여 신문에 크게 보도 되었던 이 사원의 창시자에 대하여 말을 들었는데 이번 취재에서는 이 부분은 제외하였다.
필자의 가족은 여행삼아 뉴욕에서 덴버까지 차로 갔는데 가는데만 차로 3일에 걸쳐 1,900마일을 달렸다. 6월의 이번 방문길에는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로키산맥에 자리잡은 선원인 RMSC 로키 산 샴발라 명상센터)은 덴버시에서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마치 한국의 금강산 입구를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소나무와 백양나무 숲을 지나 오래만에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그러나 잘 다듬어진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콜로라도 주 레드 페터 레이크(Red Feather Lakes)에 위치한 RMSC가 시작됨을 알리는 토리(tori)대문으로 된 입구 표시가 나온다. 입구에 들어서 조금 들어가니 차량안내소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복장이 꼭 보이스카우트나 걸 스카우트를 연상시키면서 이곳의 불교색채를 미리 말해주는 것 같다. 불교와 보이스카우트, 어떤지 대조적인 느낌ㅇ르 주는 이 두 단체의 성격이 한데 혼합된摸?어떤 모습일가? 물론 이 선원은 근본 성격은 불교이고 거기에 약간의 스키우트적인 면을 더했겠지만 처음으로 우리를 맞아 준 사람은 RMSC의 디렉터인 데브라 브라이트(Debra Bright)여사이다. 로키 산 중에서 5년 째 생활해 오고 있다는 브라이트여사는 이곳에 오기전에 컴퓨터 과학교사였다가 텍사스 주지사 앤 리챠드 내각의 난민 구호 사무소에서 오래 일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RMSA의 여름수련회가 시작하는 날이어서 거의 300명 정도의 수행자들이 모여있었다. 올 여름 3개월동안 약 450명의 학생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브라이트여사의 안내로 우리도 우선 점심식사가 준비된 커다란 텐트로 갔다. 뷔페식으로 빵, 밥, 닭고기와 셀러드가 차려진 아주 단순한 메뉴였다. 음식 준비와 식사후 정리는 물론 청소까지 모든 수련생들이 돌아가며 한다고 한다. 참석자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식사광경
이 선원은 1972년 티벳의 불교지도자인 초얌트룽파가 티벳의 불교전통을 서구에 전파하기 위해 세웠다. 트룽파 링포체가 티벳불교 전통인 카규와 닝마외에 근본정신 수앵에 바탕을 둔 샴발라 전통을 복함한 가르침을 펴내기 위해 세운 바즈라다투 수련원은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남미 등을 비롯한 전 세계에 있으며, 현재 카나다의 노바스코티다, 미국 콜로라도 주 보울더 그리고 서독 마르부르 3개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보울더의 나루파 대학도 다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트룽파 링포체가 열반 한 후 그 아들 사콩 미팜 링포체도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어, 이번 RMSC의 여름 3개월 수양회에 사통미팜링포체가 주요한 지도자라고 한다. 인원이 많은 미국선원이라 산뜻한 현대식 건물을 기대했던 필자의 기대오는 달리 RMSC의 생활은 그야말로 山中生活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650에이커가 된다는 (그런데 그 주변을 둘러싼 산림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이어서 실제로는 더 넓은 느낌이 든다) 넓은 숲속에 드문드문 텐트들과 캠프 하우스가 있을 뿐이다. 여러 텐트에서 일본식 목욕시설이 있는 건물을 함께 쓴다. 다른 미국 선원들에 비해 초라한 시설에 대해 의아해 하자 브라이트 여사는 일을 밑바닥부터 어렵게 이루는 것이 그들의 스승, 트룽파 링포체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한다.
디렉터 데브라 브라이트여사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
현재 이곳에는 보통 15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하며 그 이외의 일은 모두 수행하러 온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유지한다. 들어오는 길에 걸스카우트 차림으로 길안내를 하는 이들도 다 여름학기에 등록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 선원은 1976년부터 작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왔는데, 본격적으로 섬머캠프등을 시작한 것은 1985년이다.
여름에는 거의 400명 정도까지 수용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겨울은 숙식할 곳이 부족하여 75명 정도밖에는 있을 수 없어서 월동을 위한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 이들의 시급한 과제로 올해 9월에는 쓸수 있는 건물을 지금 지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곳의 운영예산은 프로그램비가 기본인데 숙식 포함해서 하루당 성인 $50, 어린이 $25 꼴의 가격이다. (즉, 어른 한명의 경우 1달에 $1,500가량_ 그러나 1년에 20만불의 장학금을 지불하여 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재정은 노바스 코티아 본부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부족한 예산은 지원 받기도 하며, 잉여 자금은 본부에 기부하기도 한다.
일반 수련회 이외에 RMSC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어린이 교육으로 이곳의 어린이 교육장은 8세기에 병원, 학교 사찰 등을 많이 세워 불교진흥에 힘쓴 일본의 왕자으 이름을 딴 쇼코쿠 어린이 센터라 불린다. 현재 여러개의 텐트가 설치된 아래에 학교건물이 거의 완성되어있는데 이 학교는 어린이 수련생 뿐 아니라 정식 학교인가를 받아 부근지역의 유치원, 초등부 학생을 교육할 예정이다. 3세에서 15세까지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어린이 캠프 수련생들에게는 자연과의 조화를 가르치고, 선을 공부할 수 있는 자질을 키우는데, 식물재배, 창작극, 일본식 꽃꽂이, 도자기 굽기, 영국식 작문, 서예, 승마가 그 학습과목이다.
종교적으로는 대웅전과 탑이 이 선원의 중심이 되는데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텐트식 구조인 이곳 법당은 일본식신도의 신성인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수 오미카미를 함께 모시고 있는 특징이다.
다르마카야 스투파라 불리는 108피트의 거대한 탑은 티벳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인데 현재 건축중이다. 이를 봄으로써 해탈을 열게하고자 한다는 다르마카야 스투파는 사실 13년전에 준비작업을 시작한 것인데 2001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성체를 화장한 후 당신의 유골을 탑에 모시도록 가르치신 후 부처님이나 다른 성인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하는 탑을 쌓는 것은 불교가 전파된 모든 나라에서 행해지는 불사이다.
타르마카야 스투파 정면에 설치할 아치형 작업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이 탑을 쌓은 불사에는 3백만불의 예산이 드는데 이것은 거의 전부 재료비로 그 이외의 노동력은 95%가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다는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탑 아래층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는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보았다,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제프 르로(Jeff LeRoux)교수는 방학 한달동안 탑에서 일을 한다. 건축사업을 하는 (BJ Sharp)씨는 아예 3개월을 이곳에 와서 일하기도 했다. 미국 불교 출판사의 사장부인인 버콜스 부인도 8월에 한달동안 휴가를 내어 탑에 금박 입히는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편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편지를 내기도 하고, 비디오 프로젝트 판매, 미술품 경매들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데, 일정기간 필요한 예산을 정해서 조목조목 발표한 후, 그 금액까지만 모금하고, 잉여금액은 걷지 않는다고 한다. 만일 모자라면 어떻하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공사를 덜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금실력은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큰 행사기간중의 10만달러 정도의 모금은 몇시간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비디오프로젝트 담당 다르마카야 스투파의 자원봉사자들
우나 모레라양
다르마카야 수투파에서 우리를 안내해 준 사람은 우나 모레라(Una Morera)라는 비디오프로젝트를 맡은 아가씨와 건축담당의 자시와 뮬터(Joshwa Mulder)씨이다. 뮬터씨는 나사(NASA)에서 산업디자이너로 일했고 지금은 스투파의 건축책임을 맡고 있으면서 나로파 대학에서 조각강의를 하고 있다. 다르마카야 스투파 이전에는 칼루링포체가 계신 산타페의 티벳절에서 탑 건축을 한 경험이 있다.
이 탑 가운데로는 SROK SHING(생명기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통나무가 들어가는데 이 나무는 8년전 오레곤에서 잘라온 삼목인데 알맞은 기온에서 건조하는 작업을 반복하느라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생명기둥에 색칠하고 글씨를 써 넣는 작업은 그 자체가 종교의식이기 때문에 붉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하는데 마음속으로 경을 외우면서 기둥에 숨결이 닿지 않도록 작업중에는 숨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건축의 기본은 최소한 천년은 지탱하도록 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했으며, 이 땅에 모셔질 불상이나 조각품은 기본적으로 간다라 미술형식을 따라 제작했다. 주불인 석가모니상은 트룽파 링포체가 티벳에서 갖고 나온 불상을 모방하여 만들었다.
2001년 완공된 다르마카야 스투파
탑의 모양은 사자의 왕관을 쓰고 명상하는 자세로 앉으신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탑은 5개요소와 깨달음과의 관계를 상징하는데, 즉 1) 탑의 하단부분은 土(earth, 노란색)로 마음의 평정, 2) 둥근지붕은 水(Water, 푸른색)로 영구성, 3) 뾰족탑부분은 火(Fire, 붉은색)로 자비를 4) 뾰족탑 위는 風(Wind, 녹색)으로 신행의 완성, 5) 그리고 제일위의 보석(Jewel, 흰색) 은 공간과 대기에 가득한 진리를 상징한다.
RMSC를 상징하는 깃발들
달라이 라마는 티벳인들에게는 희망이요, 티벳 그 자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불교하면 달라이라마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와 다른 종파의 티벳불교가 미국에 널리 퍼지는 것이 바로 티벳불교의 다양함이고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트룽파링포체는 달라이 라마와 다른 종파에 속하지만 젊은 툴쿠(티벳어로 깨달은 자의 환생) 시절부터 달라이 라마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또한 다르마카야 스투파 불사에 대해서도 달라이 라마는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고무하는 탑이 되기를 ”기원하고 축복하였다. 로키 산맥의 정기에 안겨 보금자리를 튼 RMSC와 다르마카야 스투파는 미국 불교의 뿌리를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RMSC의 수련원 건물들
무더운 여름이지만 콜로라도의 산바람은 신선했고, 탑을 지어내는 뜨거운 수백의 신심의 손길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했다.
[1999년 8월 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