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선 암
림프절(lymph node)이라고도 불리는 임파선은 세균의 침입을 막고 체내 이물질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몸 전체에는 약 5백~6백 개의 임파선이 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가슴, 배에 많이 분포돼 있다. 이 조직에 생긴 암이 흔히 임파선 암으로 물리는 악성 림프종이다. 임파선 암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우리나라 전체 악성 림프종의 95.6%에 달한다.
발병 원인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 림프계에서 발병한 암이라 바이러스와 비정상 면역조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관측된다. 대부분 목, 겨드랑이 등에 림프절이 만져지면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는 경향이 크다. 변비와 소화불량, 발열 등의 증상과 식욕감퇴 등도 이어진다. 다만 림프절이 커졌다고 모두 악성 림프종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40대 이상의 경우 목에 생긴 혹이 계속 커진다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 구강이나 인두, 후두, 식도, 갑상선, 침샘에서 발생한 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된 것도 의심해 봄직하다.
치료는 주로 화학요법으로 한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약제를 조합하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3주 단위로 6번 정도 항암 치료를 받게 되고, 환자 10명 중 9명은 항암 치료 한 번만으로도 병세가 상당히 호전된다고 한다. 완치가 쉽지만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원인과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검진법이 없다. 따라서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치’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임파선 암으로 사망한다. 행복한 가정에 아픔을 주는 만큼 안타까움이 더 컸다. 존F.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사망 원인도 임파선 암이었다. 임파선 암은 한국 남성 암종별 사망률 9위이고, 5년 생존율이 70%가 안될 만큼 치료가 쉽지 않아 문제다.
임파선 암은 음식과는 큰 상관이 없다. 다만 현미나 통밀 같은 비가공 완전 곡식이 임파선 암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조미료나 양념, 정제염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푸른 채소 즙과 과일즙도 임파선 암에 좋은 음식들이다.
글; 박세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당 블로그 전문기자단)
풍어와 제철 맞은 웰빙 수산물 ‘갈치’
갈치는 5~12월에 주로 잡히지만 맛은 가을·겨울에 건진 놈이 훨씬 낫다. 봄·여름에 산란을 마친 갈치는 겨울을 대비해 늦가을까지 엄청 먹어댄다. 요맘때 잡은 놈의 살이 통통하고 기름이 자르르한 것은 그래서다. 갈치는 ‘은빛 옷 입은 바다의 신사’, ‘섹시한 은백의 밸리댄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에겐 ‘군대어(裙帶魚)다. 갈치는 농어목에 속하는 바다 생선이다. 다 자라면 길이가 1~1.5m에 달한다. 몸이 킨 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자어론 도어(刀魚)다. 신라시대엔 칼을 ’갈‘이라 불렀다. 전남에선 칼치다. 영어명은 머리카락 같은 꼬리를 가졌다고 해서 헤어 테일(hair tail)이다. 새끼는 풀치라 한다.
날렵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다. 음식을 양껏 먹어도 불러 오르지 않는 배를 ‘갈치배’라 한다.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로 자는 잠이 ‘갈치잠’(칼잠이라고도 한다)이다. 하나같이 갈치의 몸매를 빗댄 표현이다.
갈치는 세 가지 남다른 특성을 보인다. ‘모성 본능’·‘건치(健齒)’· ‘서서 헤엄치기’이다. 암컷은 산란한 뒤 먹이도 먹지 않고 자신의 알을 보호한다. 모성애가 지극한 생선으로 통하는 것은 그래서다. 갈치는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여차하면 살을 벤다. 껍데기가 단단한 것은 절대 먹지 않을 정도로 이빨을 끔찍이 챙긴다.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꼬리까지 뻗쳐 있는 등지느러미로 헤엄친다. 곧게 선 상태로 잠도 자기 때문에 일본에선 별명이 ‘서 있는 물고기’다.
갈치는 육식성 어류다. 식욕이 왕성해 멸치, 오징어,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굶주리면 제 꼬리, 남의 꼬리 가리지 않는다. 요즘도 친한 사람이 서로 해치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고 표현한다. 갈치를 갈치 낚시 미끼로 쓰는 것은 그래서다.
갈치는 크게 은갈치(비단 갈치)와 먹갈치로 나뉜다. 제주도 특산인 은갈치는 대개 낚시로 잡는다. 목포를 중심으로 서·남해안이 주산지인 먹갈치는 대개 그물로 잡아 올린다. 은갈치가 온몸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과는 달리 먹갈치는 지느러미부터 몸통 위쪽이 먹물 묻은 것처럼 검정물이 들어 있다.
갈치는 흰 살 생선에 속한다. 다른 흰 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맛이 담백하다. 보통의 흰 살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100g당 7.5g)이 높은 편이다. 특히 꼬리 부위와 뱃살(가운데 토막)에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므로 고혈압·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갈치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8.5g인 고단백 식품이다. 특히 껍질엔 콜라겐·엘라스틴 등 피부 건강에 이로운 단백질이 풍부해 피부 노화가 고민인 사람이라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어린이용 식품으로도 훌륭하다. 어린 아이의 성장을 돕고 우리의 주식인 쌀밥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서다. 한방에선 갈치를 오장 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생선으로 친다. 갈치는 일반적으로 산성 식품으로 분류된다. 칼슘보다 인이 함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갈치를 먹을 때,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를 필히 곁들이는 것이 좋다.
제대로 된 갈치조림을 맛보려면 싱싱한 국산 갈치와 함께 무·감자·묵은지 등 부재료,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이 필요하다. 말캉한 무, 간이 밴 감자, 구수하고 칼칼한 묵은 지는 갈치조림의 맛을 더 살려준다. 무 껍질엔 소화효소와 비타민 C가 많아서 껍질째 요리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마늘·고춧가루는 비린내를 잡아주기도 하지만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높여준다.
글; 박태균 식품의학칼럼니스트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전문기자단)
사춘기 우울증
우울증은 성인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학업이나 진학,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성인 못지않아 우울증을 느끼는 청소년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25.1%)이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여학생이 30.3%로 남학생 20.3%보다 높았고, 고등학생은 26.4%로 중학생 23.5%보다 높았습니다.
청소년 우울증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청소년의 행동이 사춘기 때문에 나타는 것인지, 우울증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사춘기라 그렇겠거니’ 지레짐작해 버리기 십상입니다. 평소 자녀들과 소통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로 소통하지 않고 청소년은 내 문제를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에 사로잡히고 부모는 자녀가 사춘기라서 입을 닫았다고 단정해 버립니다.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우울증은 사춘기와는 다릅니다. 사춘기는 몇 가지 외부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기분이 가라앉거나 예민해지는 반면, 우울증은 그런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급기야 일상생활 전반에 문제를 야기합니다. 생각과 행동 및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 손상을 일으킵니다. 성인 우울증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성인 우울증이 기분이 처지거나 무기력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청소년 우울증은 지나치게 잠만 자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예민해지는 것으로 표출됩니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 가족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며 무단결석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음주나 흡연 등의 비행 외에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래 방치하면 정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고의적 자해)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윽박지르는 충고보다 이해와 공감을
청소년 우울증은 꾸준히 치료받으면 대부분 완치 가능합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한 뒤 진단에 따라 약을 처방받거나 상담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약을 처방받은 경우에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짧게는 한두 주, 길게는 서너 달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 몇 달간은 아이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청소년 우울증을 치료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아이가 몸도 마음도 성장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성인은 우울증을 앓기 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치료 개념이라면, 청소년은 이전보다 훨씬 더 성장하고 건강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합니다. 때문에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하더라도 부모의 관심과 노력은 필수입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윽박지르거나 충고하기보다 아이의 내면 깊은 숨은 외로움과 분노, 걱정, 불안을 잘 살피고 그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글; 이은정 프리랜서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전문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