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 / 최우창
우리 집 강아지 ‘두부’는 산책을 간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가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가고
찬 바람이 부는 날엔 외투를 입고 간다
앞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좌우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며
땅을 보고 먼 산도 하늘도 쳐다보고 간다
가다가 간간이 누가 따라오나 마나 하고
뒤돌아 보고 간다
어디서 소리가 나면 멈칫멈칫 서기도 하고
소리 나는 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가만 듣다가 간다
연신 킁킁 킁킁 남의 냄새를 맡으며 간다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나면
이유 있는 급발진을 하곤 한다
고양이가 좋아서 가는 편이지만
고양이는 기겁하고 도망을 간다
나무를 만나면 다리를 한껏 치켜들고
쉬하고 간다
쉬를 하다 의도치 않게 변을 보기도 한다
나는 변고를 막으려고 똥봉지를
고무장갑처럼 손에 끼고
꽁무니만 보고 간다
우리 집 강아지 ‘두부’가 산책을 한다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좌로 우로
옆으로도 보고 가끔은 하늘도 바라보며
머리를 조아리고 앞으로 앞으로 간다
저보다 덩치가 큰 강아지를 만나면
꼬리를 내리고 낑낑대면서도 간다
우린 하루 또 하루를
두부가 산책하듯, 산다
산책하듯 살다 살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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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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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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