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마크와 절 표시가 비슷한 이유는?
위의 표시를 절에서 이미 본 적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떤 친구는 위의 표시를 '절 표시' 또는 '불교 표시'라고까지 말한다.
위의 표시를 읽을 때는 보통 만(萬) 또는 만자(萬字)라고 한다.
물론 인도에서 전래된 것으로, 범어로는 슈리바차와 스바스티카라고 한다.
슈리바차는 비쉬누 또는 그 화신 크리슈나의 가슴에 나 있는 털 모양이다.
털이 소용돌이치는 모양으로 나 있는데, 그 모양을 부호화한 것이 바로 만자인 셈.
범어 문헌에 따르면 슈리바차는 시바신이 지니고 다니는 삼지창이라고도 하고,
바라드바자라는 선인(仙人)이 비쉬누신의 가슴에 물을 끼얹고
그 위에 슈리바차를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슈리바차가 반드시 위와 같은 만자 모양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삼지창 모양을 비롯하여 무언가 다른 모양의 부호도 슈리바차였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요컨대 위의 표시의 원형이 되는 다른 부호가 있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결국 슈리바차라는 말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일부 고고학자들의 인더스 문명의 유물 속에서 위의 부호의 원형 같은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하지만, 정설로 대접받지는 못한다.
한편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나치의 상징 부호로서의 스와스티카가 있는데,
만자가 나치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은 물론이다.
일부 신비주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치의 상징으로서의
스와스티카는 악마를 상징하거나 역십자가를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자세한 것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의 핵심 인물들이
신비주의적 악마종교에 심취해 있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기도 한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슈리바차 또는 스바스티카가 비쉬누신하고만 연관되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불교가 아닌 자이나교를 창시한 사람의 가슴에도 이 표시가 되어 있었다고 하며,
그 밖에도 이상적인 군주도 이 표시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부처의 신체적 특징 가운데에 하나로 '손과 발에 슈리바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인도, 동남아 등지에서 부처의 발자국을 새긴 돌에 바로 위의 표시를 새겨 넣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신과 인간을 통틀어서 위대한 사람이 지니는
신체적 특징의 하나가 바로 만자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위의 그림처럼 만자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위의 그림에서 왼쪽 것을 좌만,
오른쪽 것을 우만으로 칭하기도 한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본래 모양인지도 불확실하다.
참고로 위의 사항은 중국의 혜림(慧琳)이 8세기 말~9세기 초에 편찬한,
불교 경전의 난해한 어구를 풀이하는 일종의 사전,
그러니까 <일체경음의 designtimesp=4530>(一切經音義)에 바탕을 둔 설명이다.
(불교 문헌을 통틀어 말할 때 보통 일체경이라고 한다.)
위의 부호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왜 하필 만(萬)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매우 좋다, 완전하다, 탁월하다, 뭐 그런 의미로 만자를 적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위의 부호는 그리스 토기의 문양에도 등장하며,
북미 원주민의 바위 그림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스 토기 문양의 경우에는 고대 인도와 그리스의 문화적 동질성,
요컨대 인도아리안계라는 인종적 동질성을 상기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어떤 분명한 근거가 있는 생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