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민일보 2024년 2월 22일 목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희망에 부딪혀 죽다
길상호
월요일 식당 바닥을 청소하며
불빛이 희망이라고 했던 사람의 말
믿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
형광등에 몰려들던 날벌레들이
오늘 탁자에, 바닥에 누워 있지 않은가
제 날개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속이 까맣게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불빛으로 뛰어들던 왜소한 몸들
신문에는 복권의 벼락을 기다리던
사내의 자살 기사가 실렸다 어쩌면
저 벌레들도 짜릿한 감전을 꿈꾸며
짧은 삶 걸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얇은 날개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은 얼마나 큰 수렁이던가
쓰레받기에 벌레의 잔재
담고 있자니
아직 꿈틀대는 숨소리가 들린다
저 단말마의 의식이 나를 이끌어
마음에 다시 불 지르면 어쩌나
타고 없는 날개 흔적을 지우려고 나는
빗자루를 더 빨리 움직였다
♦ ㅡㅡㅡㅡㅡ 생명체는 멈춤을 모른다. 태어남 자체로 부여 받은 생존본능은 잘살려고, 좀 더 잘살려고 노력한다. 숨이 끊어질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수반한다. 잘살려는 희망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불행에 빠지고 서서히 죽어간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 걸까? 비록 수렁일지언정 전력투구하게 만드는 희망의 실체는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망에 부딪쳐 비명행사 하는 걸까?
광원을 중심으로 선회하는 날벌레들도 희망이란 단어를 알까?
날개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날벌레나, 속이 까맣게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희망을 쫒는 사람이나, 생존 본능의 착각 속에 얼마나 많은 허상을 살고 있는 걸까?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