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 본격화
지원한도 채운 회사 속속 등장
- 사업장 6만9000곳 73만명
- 지난달까지 1조9000억 지원
결국 고용 중단 수순
"실업급여라도 받게 하려면
직원들 해고하는 방법뿐"
버티기 챌린지
- 휴직해도 겸직 금지로 고통
"각자 버텨서 다음에 만나자"
인천에서 17뇬째 작은 여행사를 운영해 온 표한주(60)씨는 내달 1일 직원 3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코로나로 그의 여행사 월 매출은 전년 대비 97% 줄었다. 지난 3월부터 매달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금 460만원을 포함한 휴직 수당 510만원을 직원들에게 건네며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 기한(240일)이 지난달 끝났다. 직원 셋이 떠나면, 남는 사라은 자신과 아내뿐. 현재 월 40~50만원 매출로는 20평짜리 사무실 유지가 버겁다. 표씨는 "직원들이 실업 급여라도 받으려면 권고사직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 항공. 호텔 업계에 인력 구조 조정과 휴.폐업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버텨온 업체들은 지원 기간이 끝나자, 잇따라 두 손을 들고 있다. 새해에 다시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두 달을 더 버티는 게 쉽지 않다. 고용 유지 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으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하면, 정부가 직원 임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유급 휴직 수당의 최대 지원기간은 180일이었지만, 정부는 코로나 장기화로 이를 60일 더 연장했다. 이 시한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되고 있는 것이다. 표씨는 "요즘 영세 여행사 사장들은 대리운전, 택배, 막노동, 공장 알바를 뛰는 상황"이라며 "연쇄 도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도 끝난 고용 지원금, 실업 쓰나미 온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지난 11일부터 고용 유지 지원금이 끊기자, 직원을 절반씩 나눠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입이 갑자기 줄면, 직원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항공 업종 전체가 어려워 이직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 국내 3위 여행사인 노랑풍선은 최근 부산지사를 폐쇄했다. 지난 7월부터 전 직원이 무급 휴직 중인 이 회사는 내년부터 지원금이 끊긴다. 한 달 늦게 무급 휴직에 들어갔던 모두투어도 내년 2월이면 지원이 끝난다. 이들 업체는 인력 구조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형 여행사들은 이미 인원 감축에 나섰다. 자유투어는 올해 상반기 임직원을 70%이상 감축한 30명대로 줄였고, 지난달부터 전원 무급 휴직에 들어갓따. NHN여행박사는 직원 300명 중 10명만 남기고 전원 희망퇴직을 받았고, 롯데관광개발은 직원의 3분의 1 이상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름녀 지난 9월 말 기준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여행) 여행사는 8963개로 올 들어 503개(5.3%) 줄었다. 이 숫자는 2016년 12월 말(8948개)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도 최근 사내 통신망을 통해 "다음달 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무급 휴직을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하나투어는 지난 3월부터 유급 휴직을 시행하다, 6월부터 무급 휴직으로 전환했다. 아직 유급 휴직 수당 한도가 일부 남아 있지만,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급 휴직 체제로 전환하면 고용주가 임금 10%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력이 없다"며 "직원들이 어떻게든 각자 버텨서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알바와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기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휴직하는 중에는 근로자가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 공식적으로는 기업에 재직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겸직 금지' 취업 규칙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8개월째 휴직 중인 저비용 항공사 지상직 김모(31)씨는 "주위 결혼한 동료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쓰거나, 비밀리에 대리 운전, 음식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부터 유급.무급 휴직을 번갈아 쓰고 있는 10년 차 승무원 이모(34)씨는 "이달 중으로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월급이 아예 제로가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불안하다"며 " 수입이 0원인데 다른 일자리도 못 찾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호텔 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서울 명동의 한 중소형 호텔(50실 규모)은 지난 3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직원 15명 중 3명이 퇴사했고, 12명은 8개월간 유급 휴직으로 버텨왔다. 이 호텔 대표는 "일단 무급 휴직으로 돌려 정부 지원금으로 추가 연명할 계획"이라며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의 서울가든호텔은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180여 명에 달했던 인력을 20여 명으로 감축했다. 1982년 문을 연 강남 최초의 특급 호텔인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은 내년 1월 말 폐업한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연말을 기점으로 구조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 항공 업계는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방역 우수 국가 방문 시 격리 조치 제외(트래블 버블) 같은 실질적인 추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경제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한경진. 이송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