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간격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혼자서 완결된 삶을 이루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기대고,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나 늘 가까이 있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허물이 드러나고, 그것이 때로는 원망으로 변한다. 옛사람들이 말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은 그 미묘한 균형을 일러준다.
처음 만난 사이의 다정함은 호기심에 가깝고, 깊어 보이는 감정도 시간을 지나야 제 빛을 드러낸다. 거리를 두고 마주할 때 비로소 사람은 사람을 알게 된다.
이른바 ‘호저의 간격’도 같은 이치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 가까이 모이되, 가시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인간관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살면서 그 간격을 잃은 경우를 종종 본다. 입담이 좋아 사람을 끌던 이가 있었지만, 늘 자기 앞에만 과자를 두고 혼자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말은 유쾌했으나 마음은 불편했다. 결국 그는 가까이하기보다 멀리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또 어떤 자리에서는 대화보다 자랑이 앞선다. 재산 이야기로 시작해 재산 이야기로 끝나는 만남에서는 마음 둘 곳을 찾기 어렵다. 말은 오가지만, 정작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관계는 이미 적절한 거리를 잃은 셈이다.
사람 사이의 간격은 길이로 잴 수 없다. 신뢰가 있으면 멀리 있어도 가깝고, 마음이 닫히면 마주 앉아 있어도 멀다. 결국 간격이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와 온도의 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 한 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생각이 깊어졌다. 누군가에게 망설임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거리,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간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관계란 너무 멀어서도, 너무 가까워 숨 막혀서도 안 된다. 그 사이 어딘가에 서로를 살리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
사람 사이의 간격은 칼로 자르듯 정할 수 없다. 다만 서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막히지 않는 거리, 그 보이지 않는 틈을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그 간격을 가늠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설 때와 한 걸음 물러설 때를 배우면서, 서로의 온기를 잃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2018)
첫댓글 붙어야 할 접착제는 잘 붙지 않고 밀가루 반죽은 귀찮게도 달라붙으니 인간 관계가 야릇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간이라도 철로 레일 만큼의 간격은 유지해야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간격을 맞추어도 열차가 달리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 어렵고 복잡한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어느정도의 간격이 필요한 것인가를 문득 생각하다가 생각나는대로 떠오른 글을 써보았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너무 가까우면 치부가 보이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니 그 간격을 맞추고 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저와 어쩌면 똑 같은 경우를 겪으셨습니다. 인간 사회가 다 그렇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려서 만난 죽마고우 인데 부모를 잘 만나 부귀영화를 누린 친구로 만나기만하면
자랑을 하니 기분이 상해 나중에는 아예 만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만남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면 시들하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납니다.
인간사가 거지반 다 그렇지 않는가 합니다.
사는 이야기릉 하다보면 재산 땅 이야기가 나올때도 있겠지만 너무나 자주 낡은 레코드를 틀듯이
반봊하니 듣고 있기가 함 그렇더군요.
2019. 여름호. 창작수필 여름호 발표
자랑해서 인정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인데 그게 정도를 넘어서니 항상 문제이지요. 저같은 경우도 가까워지고 싶어도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은 멀리 합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지요.
자기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줄 모르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