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3 소금꽃 이흥우 작품원고>
1. 이별의 그림자
색동옷 입고 떠난
나목의 자국마다
쓰라린 눈물 고여
새 봄날 펼친 꿈이
꽃 대궐
가슴앓이로
곱게 피어 웃었다
시선 끈 귀요미로
피어난 꽃이지만
바람에 꽃비 되어
꽃잎진 자리마다
맺은 정
까만 점하나
눈물방울 흘렸다
행복을 주워 담듯
벌 나비 어울림은
비행기 산을 넘듯
만남 뒤 슬픔 없어
이별은
뒤안길 모습
내 세월의 그림자.
2. 냇물이 되어
먼 갈길 재촉하듯
계곡물 합친 물이
봄비에 꽃잎 띄워
실개천 노래하면
종달새
낮달이 되어
울음 뉘인 긴 봄날
걸림돌 있다하면
돌아서 비켜가고
막힌들 쉬었다가
웅덩이 만들고서
겸허히
구름 하늘도
재워주는 둥지다
가을비 숲속마다
무너진 억장가슴
스치는 인연마다
긴 사연 들어보며
낙숫물
목탁을 치듯
절간 한 채 지었다
3. 억새밭 낙조를 보며
내 인생 강물 같아
세월에 물든 강물
서산에 걸린 해는
내 모습 보는 건가
바람은
옷소매 추겨
초승달이 잠긴다.
너울진 소슬바람
흰 억새 물결 일듯
먼발치 에움길로
부둥켜 우는 억새
백발은
농익힌 강물
홍시하나 띄웠다.
4. 할미 꽃
얼었던 달빛으로
녹여낸 애린가슴
털 보솜 입김 불어
자줏빛 물든 백발
노고초
온 산을 돌아
졸고 있는 봄 햇살.
겸손한 마음으로
일생을 살았어라
혼 담겨 붉혔던 꽃
백발로 손 흔들어
웃는 봄
청아함속에
긴 봄날 속 잠든다.
수선화 벙글은 입
콧노래 흥얼대듯
흰 철쭉 휘늘어진
완연한 봄날 아침
할미꽃
고개 쳐들고
꿩 울음을 뉘 인다.
5. 봄 까치 꽃
새봄은 땅에 붙어
더디게 기어오듯
싸라기 뭇별 되어
잔별이 빛나듯이
꼬맹이
자리에 누워
앙증맞게 웃었다
벌 나비 없는 시절
한적한 양지 뜸은
봄 마중 가는 길에
깨알로 홀로 핀 꽃
꽃 배달
맥 짚은 봄비
봄 까치꽃 피었다.
6. 자귀나무 꽃
공작새 깃털 되어
하늘이 내려앉듯
실바람 소리에도
숨죽여 피어난 꽃
달빛도
간지러워서
잎 접고서 피었다.
바람결 날개 짓에
가냘픈 떨림으로
빨랫줄 바지랑대
잠자리 앉아있듯
왕관 쓴
후티티 처럼
고귀하게 앉았다.
7. 다듬잇돌을 보며
개구리 울음장단
또드락 다듬이 질
방방이 두들기어
울 엄니 내친설음
추임새
어깨가 들썩
반질거림 흐른다.
빨랫줄 바지랑대
잠자리 졸고 있다
바람결 날개 짓에
떨어질까 날아갈까
한동안
숨죽인 해님
소리 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