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폰지게임(Ponzi game)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글쓴이 : 이준구(서울대 교수)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폰지(Charles Ponzi, 1881-1949)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습니다.
1903년 그가 보스턴 항에 도착했을 때 그의 수중에는 2달러 50센트의 돈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항해하는 도중 그 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해 버린 탓이었습니다.
하는 일마다 실패해 빈둥거리던 폰지는 국제우편쿠폰(postal reply coupon)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국제우편요금의 대체수단으로 사용되는 이 쿠폰의 가격이 (환률로 인해)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음에 착안하여 차익거래(arbitrage)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예컨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이탈리아에서 이 쿠폰을 구입해 미국에서 팔면 그 차익을 이윤으로 챙길 수 있습니다.
폰지는 1919년 보스턴에 회사를 차리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합법적인 방법에 의해 차익거래이익을 얻는다는 사업 구상으로 출발했지만, 실제로 그는 기상천외한 사기적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렸습니다.
투자자들에게 45일 후 원금의 50%, 그리고 90일 후에 100%의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를 유치했으니, 애당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구도였습니다.
당시의 은행금리가 5% 정도였으니 수많은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구름처럼 몰려들었지요.
우편쿠폰의 차익거래를 통해 그와 같은 천문학적 수준의 수익을 지급할 방도가 있을 리 만무했지요.
폰지는 신규 투자금을 모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써서 사업을 유지해 갔습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갔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신규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되었기 때문에 약속한 수익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만족한 투자자는 수익금을 재투자했고, 지인들을 설득해 새로운 투자자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투자 총액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고, 무일푼이었던 폰지는 갑부의 반열로 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엉터리 편법이 오래 갈 수 없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그의 사업은 순식간에 몰락해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폰지는 1925년 플로리다주에서 부동산 거품이 일어나자 또 다시 유령회사를 만들어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폰지가 사용한 사기수법은 기본적으로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사업 그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이 전혀 없는데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얼마간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규 투자자의 유입에 차질이 생기는 순간 이 다단계 금융사기극은 막을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문제되는 소위 “피라미드 사기극”이 바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걸 잘 아실겁니다.
폰지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극을 벌인 사람들이 꽤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869년 독일의 스피처더(Adele Spitzeder)가 벌인 사기행각이 그 첫 번째 예였습니다.
그런데 폰지의 사례가 하도 유명한지라, 이 다단계 금융사기에는 “폰지게임”(Ponzi game) 혹은 “폰지사기”(Ponzi scheme)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폰지게임이나 피라미드 사기극에서는 어느 한 사람의 사기꾼이 모든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특정한 사기꾼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폰지게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투기광풍이 불어 어떤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거품(bubble)현상이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거품이라는 것은 어떤 자산의 가격이 그럴 만한 이유없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급격하게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추가적 가격 상승의 기대로 이어져 투기 바람이 불고 그 결과 거품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그 자산을 구입한 사람은 매우 큰 수익을 얻게 되는데, 새로이 그 자산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사람 덕분에 높은 수익률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거품 현상은 폰지게임과 아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규 투자자의 유입이 그칠 때 폰지게임이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산을 높은 가격에 살 의사를 가진 사람이 더 이상 없을 때 거품은 꺼지게 마련입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폰지게임이 없는 것처럼, 영원히 부풀어오를 수 있는 거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구입자 대열에 합류한 사람은 거품 붕괴와 함께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쓰는 “상투를 잡는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지요.
어떤 자산의 가격이 상당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올랐다면 상투를 잡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특히 강남을 위시한 수도권의 주택시장에서 이런 거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주택가격 폭등현상이 투기세력의 공격(speculative attack)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주택시장의 펀더멘탈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가격 급등이 일어났다고 믿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투기세력의 공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갖가지 투기억제 장치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지만, 설사 그런 장치가 없다 하더라도 투기세력의 공격은 어느 단계에 가서는 동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이 지금까지 급격히 오른 만큼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골이 깊으면 산이 그만큼 높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기저효과”(base effect)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 말을 자주 인용하지요.
예컨대 어떤 한 해의 성장률이 예외적으로 낮으면 기저효과 때문에 그 다음에는 아주 큰 폭으로 반등하는 것을 가리켜 “높은 산”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산이 높으면 골이 그만큼 깊다.”라는 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올라갔다면 하락의 폭도 그만큼 클 수 있다는 말이지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동안 주택가격이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폭은 분명히 아주 작아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주택시장 전문가가 아니라 주택가격의 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일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언젠가 주택가격의 폭등세가 멈출 것이라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폭등세가 멈추는 시점은 폭락세가 시작할 시점일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시점이 예상 밖으로 빠른 시일 안에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택에 “영끌 투자”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나는 지금이 매우 조심스런 시점이고, 따라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주택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수록 조바심이 더 커지겠지만, 이와 동시에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뭐합니까. 국민들이 집값 안정보다 투기를 원하는데. 투기를 못 하게 한다고 사회주의다 공산주의다 좌파다 하는 선전선동이 기가 막히게 잘 먹히지 않나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잘 대처해야 할텐데요
문제는 민간부문이 같이 잘 따라와 주기만 하면 좋을텐데..
영끌 구매... 참 안타깝습니다. 거기에 언론이 미친듯이 때려대니.. ㅜㅜ
이준구
(2020/08/16 17:55)
젊은 사람들이 영끌구매를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집값이 나날이 뛰어 오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침착성을 견지하기란 너무나 어렵지요.
그런데 보수언론이 위기의식을 조장해 이들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지식인이라면 냉철한 태도를 강조해야 마땅한 일인데요.
폰지게임이라는 내용을 통해 현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파악해보니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현재 주택 가격 폭등 현상은 투기 세력이 의도했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는 내년에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있었으나 말씀하신 기저효과를 예상하기 때문에 주택 구매 시기를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만 하더라도 집값이 끝없이 오른다는 말도 안 되는 언론의 말장난에 현혹되어 영끌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사기를 당하는 것이죠.
물론 실거주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당장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도 그 피해를 받을 테고요.
산이 높을수록 골은 깊고, 그 골에 빠지는 사람들은 실거주민이 될 텐데
이 상황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위해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언론이 한곳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